하지 무라드는 카프카스의 영웅으로 러시아군을 공포에 떨게 했던 인물로 반군의 지도자인 샤밀의 미움을 받으면서 러시아에 투항하는 장면에서 시작되는 소설이라 그의 영웅적 행동은 그가 통역장교에게 자신의 생애를 말하는 부분에 간헐적으로 나타날 뿐이다.

그래서 이 소설에 묘사된 하지 무라드는 영웅이라기보다는 그 어느 것보다 소중히 여기는 가족을 위해 고뇌하는 인간적인 면모가 잘 나타나 있다. 샤밀의 인질로 사로잡혀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는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에 투항하였지만 그들을 구출하기전엔 적극 협력도 어려운 상황, 그러나 그를 만나 본 사람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호감을 가지게 되고 좋은 사람, 훌륭한 사람이라고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구체적으로 묘사는 되지 않았지만 하지무라드가 터번을 둘렀다는 이유로 모함을 받아 반군에 참여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사건은 기독교세계와 이슬람세계의 대립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으며 하지 무라드는 시종일관 무슬림으로서의 생활 습관(정해진 시간에 반드시 기도)을 고수하고 있다.

 소설에 단편적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의 전쟁참여 계기, 그들의 인간성을 길지 않는 산문으로 주도면밀하게 묘사하고 있고 니콜라이 황제의 잔혹성(폴란드인 출신의 의과대생 처벌을 위해 1200명에게 태형 10대를 하게 하여 총 12,000대의 태형을 부과하면서 자신이 사형제도를 폐지한 것을 자랑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은 무자비기하기 그지없으며, 그 역시 1848년 프랑스 대혁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으며 러시아 혁명의 씨앗이 싹트고 있는 상황이었다.

 전쟁의 와중에서도 연일 지속되는 상류층의 파티는 전쟁은 지배계급을 위해 피지배계급이 대신 피를 흘리는 것을
전쟁이란 것이 형을 대신해 입대한 가족들의 이야기와 하지 무라드가 러시아군에 투항하는 것을 도와준 일가족이 러시아군에게 피해를 입는 것을 통해 잘 알 수 있다.

 하지 무라드라는 소설에서 아쉬운 점은 왜 그들이 싸우는 이유가 불명확하다. 샤밀이 이슬람의 지도자인 이맘이란 직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종교분쟁이라고 볼 수 있는지 한번도 러시아의 지배를 받지 않았던 산악민족에 대한 제국의 정벌인지.. 그래서 하지 무라드는 선한 인간으로 샤밀은 극악무도한 인물로 대비시켜 놓았다. 그러나 한켠으론 샤밀 역시 저항군에겐 위대한 인물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하지 무라드를 따라 나선 부하중에서도 여전히 샤밀을 추종하고 있다. 역으로 뒤집어 본다면 하지 무라드보다는 잔혹한 인물로 묘사되는 샤밀이 러시아의 침략에 맞선 영웅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전쟁의 소용돌이에 내던져진 개인은 누구나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가 없다. 하나의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선택이 또 다른 상황을 만들어 영원히 헤어날 수 없는 덫에 걸려 버려 결국엔 꺽이고 만 하지 무라드의 모습을 통해 가족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이땅의 부모님의 모습을 본다. 끊질긴 생명력으로 피어나는 야생화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