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의 사기열전은 춘추전국시대를 풍미한 영웅과 유세객, 사상가들의 진면목을 살펴볼 수 있는 텍스트들로 가득하다. 사기열전에 등장하는 인물은 다양한 서적, 영화의 소재로 널리 인용되어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소중한 지혜서다.

 저자가 제시하는 관찰, 비교, 종합, 직관, 성찰, 통찰이란 사고법은 춘추전국시대란 난국에 살아남고 자신의 주장을 군주가 받아들이게 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었다는 것은 아닐까.

사마천이 이릉이 흉노에 항복한 것을 변론하다 궁형이라는 치욕을 당하고 부친의 유언을 실천하기 위해 사기를 집필한 그의 집념과 생각들이 사기열전의 등장인물에 대한 평에 많이 반영되어 있고 유가보다는 순자. 한비자, 노자의 학설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진나라의 왕으로부터 화씨벽을 지켜낸 조나라의 인상여, 조나라의 두 축인 염파와 갈등을 지혜로 해결하고 확고한 신뢰를 확보한 그의 혜안이 조나라를 지켜냈지만 두 축이 사라지자 조나라가 멸망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인재의 중요성과 갈등 조정의 중요성을 다시금 보게 된다. 진시황 암살 성공을 목전에 두고 실패한 형가의 이야기는 철저한 준비와 때가 무르익을때까지 기다리지 못한 왕의 조급성으로 대사를 그르치고 만 사례(영웅이란 영화와는 다른 내용..중화주의의 미화)도 주목할 만하고 자신이 제정한 법으로 무구한 사람들을 형장의 이슬로 보냈지만 결국 그도 그가 만든 법에 의해 최후를 맞이한 상앙, 이사가 진시황을 유지를 받들었더라면 중국의 역사는 다시 한번 쓰이지 않았을까.

 춘추전국시대는 백가쟁명의 시대요 제후들이 패업을 위해 혈전을 벌이는 시대,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시대상황에 기회를 포착하고 기다릴 줄 아는 사람, 자신이 아니라 군주가 원하는 바를 파악하고 설득에 성공한 유세객들과 호걸들, 수명장수를 누린 사람도 많지만 권불십년이요 화무십일홍이란 말처럼 비참한 말세를 맞이한 사람들도 많았고 동문수학한 친구까지도 죽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순자의 성악설과 맹자의 성선설중 전자에 무게중심을 두고 법가의 사상을 국가의 이념으로 받아들여 법치를 강조한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한 것은 당연지사, 소진, 장의의 합종, 연횡론 역시 강대국과 약소국의 세 싸움, 역시 강자 앞에 분열하는 약자의 모습은 그 시대만의 모습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강자로부터 콩고물이라도 얻어 먹으려는 생각, 자신만이 살아남으려는 생각이 오늘날의 세계 정세와 꼭 닮았다.

 연변대학에서 번역한 사기열전을 읽었던 기억과 잔영이 강해서인지 관찰, 비교, 종합, 직관, 성찰, 통찰이란 6가지 사고법을 기준으로 재분류한 2천년의 강의는 나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미흡하고 사고법과 인용한 인물들의 이야기의 연관성이나 분석이 서론만으론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마무리 부분에 해당 사고법과 관련된 저자의 부연설명을 달았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기열전이 완역본이 아니라서 책에서 소개되지 않은 새로운 인물들을 알게되는 즐거움, 중복되지만 다른 시각으로 해석한 부분도 많다.

한비자와 노자에 대한 해석, 노자의 도와 덕을 연결시킨 해석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면들을 되짚어보게 한다.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을 다시 보게 해주고 있다.

사기열전을 읽지 않은 상태라 하더라도 쉽게 읽고 그들의 처세술과 사고, 지혜의 일면을 익히는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다.

 

 

2천년의 강의라는 책이 제시하는 6가지 사고유형을 통해 조금이라도 생각이 깊어지고 난세를 건너는 해법을 터득할 수 있다면 좋을 일이다. 그러나 한가지 명심할 일은 우리가 사는 시대와 그 시대가 닮은 면이 있다 하더라도 아주 많은 변화가 있는 만큼 고지곧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약육강식의 시대를 끝내고 평화와 공존의 시대를 여는 것이 진정한 세객이 아닐까 싶다. 

 

 

 

책에서 밑줄긋기

"현명하고 어진 군주에 관해서 말하면 자기를 헐뜯는다는 오해를 받게 되고, 지위가 낮은 인물에 관해서 말하면 군주의 권세를 팔아서 자신을 돋보이려 한다는 오해를 받게 되며, 군주가 총애하는 자에 관해서 이야기 하면 그들을 이용하려는 줄 알며, 군주가 미워하는 자에 관해서 논하면 자기를 떠 보려는 것으로 여길 것이다. 말을 꾸미지 않고 간결하게 하면 아는 것이 없다고 하찮게 여길 것이고, 장황하게 늘어놓으면 말이 많다고 할 것이며, 사실에 근거하여 이치에 맞는 의견을 말하면 소심한 겁쟁이라 말을 다 못했다고 할 것이고, 생각한 바를 거침없이 말하면 버릇없고 오만한 사람이라고 할 것이다. 이런 것들이 유세의 어려운 점이니 마음속에 새겨두어야 한다." - 출처: 노자.한비열전, 說難

 

유세가가 위태로워지는 경우

• 유세가가 상대방의 비밀을 들출 뜻이 없었지만 우연히 상대방의 비밀을 말한다면 몸이 위태로워진다.
• 군주에게 허물이 있을 때 유세가가 주저 없이 분명하게 바른 말을 하고 교묘한 주장을 내세워 그 잘못을 들추어내면 그 몸은 위태로워진다.
• 아직 군주에게 두터운 신임과 은혜도 입지 않았는데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다 말해버리면 설령 그 주장을 실행하여 공을 세우더라도 군주는 그 덕을 잊을 것이며, 그 주장을 실행하지 않아 실패하게 되면 군주에게 의심을 받을 것이다.
•  군주가 좋은 계책을 얻어 자기 공로를 세우고자 하는데 유세가가 그 내막을 알게 되면 몸이 위태로워진다.
• 군주가 겉으로는 어떤 일을 하는 것처럼 꾸미고 실제로는 다른 일을 꾸미고 있을 때 유세가가 이것을 알게 되면 역시 몸이 위태로워진다.
•  군주가 결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하게 하거나 그만두고 싶지 않은 일을 멈추게 하면 또한 몸이 위태로워진다.

 

"몸과 이름이 모두 온전한 것이 가장 훌륭하며, 이름은 남의 모범이 되나 몸을 보존하지 못한 것은 그 다음이며, 이름은 욕되어도 몸은 온전한 것이 가장 아래입니다." -범저.채택열전

 

"젊었을 때부터 흰머리가 되도록 사귀었으면서도 새로 사귄 것 같은 자가 있는가 하면, 길에서 우연히 만나 잠깐 이야기하고도 옛날부터 사귄 것 같은 사람이 있다." -노중련.추양열전

 

"스스로 자신을 낮추면 더욱더 높아진다." - 상군열전

 

"여자는 아름답든 못생겼든 궁궐 안에 있기만 하면 질투를 받고, 선비는 어질든 어리석든 조정에 들어가기만 하면 의심을 받는다." -편작.창공열전

 

"날랜 토끼가 죽으면 훌륭한 사냥개를 삶아 죽이고, 높이 나는 새가 모두 없어지면 좋은 활은 치워진다. 적을 깨뜨리고 나면 지혜와 지모가 있는 신하는 죽게 된다." - 회음후열전

 

"제가 듣건대, '물을 거울로 삼는자는 자기 얼굴을 볼 수 있고, 사람을 거울로 삼는 자는 자기의 길흉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옛글에는 '성공했으면 그 자리에 오래 있지 말라'고 했습니다. - 범저.채택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