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에서는 근엄함을 소중히 여긴다.

고수는 중앙에 터를 잡고 하수는 변에 두며 중수는 귀를 차지하는 것이 바둑의 상식이다.

기법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 한 점을 내주더라도 선수를 잃지 말라.

왼쪽을 치면 오른쪽을 살피고 뒤를 공격하면 앞을 보라.

돌이 앞에 있으면 뒤를 잇고 뒤에 있으면 앞으로 나가라.

모두 살려면 끊기지 말아야 하되 모두 살리려고 이어 나가지 말라.

한 점을 살리려고 집착하느니 과감히 두어 이기는 편이 낫다.

거침없이 나아가기보다는 세력을 굳게 하고 부족한 데를 보완하라.

상대의 돌이 많고 내 돌이 적을 때는 사는 것이 우선이요, 내 돌이 많고 상대 돌이 적으면 세력을 뻗쳐야 한다.

잘 싸우는 자는 패하지 않고 잘 패하는 자는 어지럽지 않다.

바둑은 정석으로 시작하여 절묘한 수로 승리를 거둔다.

거침없이 나가다가 허점을 메우는 것은 나의 세력을 끊으려는 작전이요, 작은 것을 버리고 살리지 않는 것은 큰 수를 노리는 것이다.

손 가는 데로 두는 자는 무모한 사람이요, 생각없이 응수하는 것은 패배의 지름길이다.

시경에 이르기를 두려워하고 조심하여 깊은 계곡 가에 선 듯이 하라 하였으니 이를 두고 말함이다."

이런 시가 있다.

바둑판을 땅이요 바둑돌은 하늘

흑백이 안배되니 음양의 조화라

바둑의 묘수가 변화를 꿰뚫는 데 이르면

도끼자루 썩히던 신선 바둑이 무색하리.

출처: 서유기(오승은지음, 연변인민출판사번역팀. 현암사간) 263~4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