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노나나미란 작가를 알게 된 것은 그의 역작인 로마인 이야기가 국내에 출간되기전 먼저 출간된 남자에게 라는 책이 출간되기전 프리 리뷰어가 되면서이다. 90년대 중반이라 아주 신선한 이벤트였고 그 인연으로 로마인 이야기가 나오면 바로 읽는 재지는 9권까지 이어졌고 10권은 완간이 된 이후인 이제사 손에 들고 보니 미안한 맘을 감출길 없다.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이 두문장이 로마의 역사와 로마인을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라는 것을 시오노 나나미는 1권과 10권에서 풀어내고 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가 아니라 모든 길은 로마에서 시작된다는 말로 바꾸어도 무방할 정도로 로마를 중심으로 한 이탈리아 반도는 물론 로마인이 정복한 영국, 유럽대륙, 북아프리카, 그리스를 지나 서아시아 이르기까지 간선과 지선이 거미줄처럼 뻗어져 있다. 이 도로망은 현대의 도로망과 겹치는 부분이 아주 많아 로마인의 공력에 또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10권 서두에서 진시황부터 명나라 연간까지 수백년에 걸쳐 장장 5,000km에 이르는 성벽을 쌓은 중국, 탁월한 건물, 예술작품을 남긴 그리스와 피라미드를 남긴 이집트, 간선, 지선, 민간도로를 합할 경우 300,000km에 이르는 도로망을 건설한 로마의 차이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민족을 정복한 것은 대동소이하지만 로마는 이민족이 침입의 경로로 도로망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도로를 통해 적의 공격에 신속히 대비할 수 있는 이점뿐만 아니라 속주와 본국간의 교류로 인해 이민족 역시 문명의 혜택이 골고루 받아 로마화되어 평화가 지속되는 팍스로마나의 인프라로 도로를 건설한 것이다.

도로는 인도를 포함하여 폭이 10m이고 간선의 경우 가공된 돌로 포장을 하고 직선도로가 되도록 하기 위하여 강은 물론 계곡에 다리와 터널을 뚫고 배수로를 설치하여 연중 이용가능하게 하였지만 도로통행료는 징수하지 않고 도로의 건설과 유지는 중앙정부 혹은 속주에서 관리하도록 했다.

막대한 도로 공사비가 들었지만(간선의 경우 군단병들이 공사를 담당한 것으로 1차목적은 군사용, 간선은 문회사에서 공사를 담당) 도로가 관통하는 곳이 민간 사유지일 경우 모두 비용을 지불하고 수용을 할 정도로 사유재산을 철저히 보호했다는 것은 중국이나 우리 역사에선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 아닌가 싶다.

또한 인구 100만에 이를 정도로 대도시가 된 로마의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일몰시간이전엔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시 외각에서 마차에서 내려 걸어서 도심으로 이동하도록 했으며 이는 속주의 주요도시에 적용된다.

이민족과의 단절과 두려움에 만리장성을 쌓은 중국의 왕조는 고작 몇백년이 계속된 것이 고작이라면 로마는 1,000년 이상 유지된 세계 최장수 국가라고 한다.(2위는 1,000년에 조금 못미치는 신라)

 

도로에 이어 수도를 로마의 주요도시 곳곳에 설치하고 공중수도는 무료로 제공하고 개인소유의 집까지 수도를 설치할 경우 신청절차를 복잡하게 하여 수를 통제하는 방식으로 유료로 설치하지만 세습권은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공과 사중 공을 더 중시하는 전통이 적용된다.

수도건설과 아울러 공중목욕탕(온천욕겸)과 하수도를 설치하여 로마의 경우 그 어느 왕조보다 전염병의 발생이 극히 드물어 정부에서 운영하는 병원이 드물었고 카이사르는 공적인 의료나 교육을 실시하는 대신에 교사와 의사들에게 세습권이 없는(군단병으로 일정기간 복무하고 전역한 사람들에게 주는 시민권은 세습권 인정) 시민권을 부여하여 유능한 사람들이 의사와 교사로 활동하게 하여 의료나 교육문제를 해결하였다고 하니 카이사르다는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다.

 

특히 기억나는 것은 로마의 공중목욕탕은 미술관 그 자체일 정도로 훌륭한 미술품이 발굴되고 있고, 남녀혼욕이었으나 기독교가 대세를 장악함에 따라 시간대별로 남녀 구분 목욕을 하였고 교육이나 의료문제 역시 공교육, 공공의료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왜냐면 기독교교리에 맞는 교육, 민간신앙의 일정부분이 의료기관의 역할을 하여 우상숭배 타파 차원에서 공공의료가 도입되었고 이집트와 그리스의 박물관이나 대학 등이 문을 닫은 것도 기독교가 국교화된 시점이라고 한다.

팍스로마나를 유지한 도로와 수도라는 인프라가 제기능을 못하고 붕괴되면서 중세의 암흑기가 시작되었다니 기독교에도 일정부분의 책임이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지 않을지.

 

로마는 인프라를 근간으로 한 상호공존적 평화를 지향하여 1000년 왕국을 구가할 수 있다면 미국은 세계 최강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무기로한 강제에 의한 타율적 융합으로 평화를 구축하려는 것이 삼척동자라도 아는 관계로 세계 평화를 해치는 주적으로 대접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역사에서 교훈을 찾지 못하는 사람이나 국가는 쇠퇴의 길을 걸을 수 없다는 것을 미국의 지도자는 알고나 있을지.

세계화라는 명분으로 평화체제를 구축하려는 국가의 지도자들이 로마인들의 지혜를 따라 배워 선진국과 후진국이 높낮이 없고 주리는 사람이 전혀 없는 날이 진정한 세계화의 완성이란 것을 너무 늦기전에 깨달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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