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만 루시디의  ‘하룬과 이야기 바다’는 읽는 사람의 관심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각도의 해석이 가능한 소설, 기본적인 소설의 얼개는 부모님의 말처럼 아주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는 하룬이 이야기꾼인 허풍대왕(아버지)와  이야기  바다를 여행하면서 겪게 되는 모험담이다.

잠자리에서 아이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환상적인 이야기라고 작가는 설명하지만 1988년 ‘악마의 시’로 이슬람세계-이란의 지도자 호메이니-로부터 파트와(죽음의 선고)를 받아 10년간 은둔과 도피생활을 했던 루시디의 항변과 절규를 담아내고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역자 김석희님이 우리말로 옮긴 등장인물과 특징적인 단어들-버럭공주, 너복설과(너무 복잡해서 설명할 수 없는 과정), 수다, 잠잠, 하지만, 하지마안 등-은 너무나 시의적절하게 선별한 우리말이 아닌가 싶다.

알파벳이라는 나라에는 ‘슬픈 도시’,  억장이 무너지고 온갖 것들이 불길하고 우울한 도시에서 라시드 칼리파는 유쾌하고 엉뚱하고 다정하며 수다스러운 이야기로 사람들을 사로잡는 그는‘허풍 대왕’ ‘공상의 바다’로 불리는 이야기꾼이다.

 상냥했던 어머니가 윗층에 사는 생굽타씨와 바람이 나 가출해버린 시간과 같이 하룬의 어떤 일에 집중하는 시간마저 11분에 멈춰버리고 아버지마저 이야기를 잃어버린 시련을 겪는다. 정치꾼의 유세 지원 연설에 초청받은 허풍대왕 K골짜기(변덕스러운 나라)에 가면서 만난 우편트럭기사 하지만의 도움으로 무사히 도착, 좋지 않은 정치인의 유세 지원을 하기 전날 밤 우연히 마주친  물의 정령(‘만약’)을 따라 이야기 바다로 찾아가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시 찾아주려고 수다시로 가면서 본격적인 모험은 시작된다.

너무 빨리 자전을 하여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지구의 제2의 행성 이바구라는 곳은 지구에 이야기를 공급하는 수다나라와 이야기 자체를 없애려는 것이 최대의 목적인 잠잠시를 장악한 교주 카탐슈드의 흥미진진한 대결을 그려낸다.

동화의 한장면처럼 사람과 그림자의 싸움, 수다나라의 군인은 책을 소재로 명명된 이름을 달았고(대장군이 서책장군) 이야기가 솟아나는 샘에 독을 풀어 이야기의 씨를 말리려는 것이나, 사람에게 그림자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도 대칭되는 이야기가 있어 이를 뒤섞어버려 잠잠나라를 붕괴시키는 것, 그림자와 사람을 분리하는 장면, 카탐수드가 분리한 그림자를 이용하여 이야기의 원천인 샘을 막으려는 것을 저지하는데 자원한 하룬과 친구들의 영웅적인 승리를 위한 소원빌기, 그리고 해피엔딩(어머니의 귀가)

허풍대왕의 이야기를 이용하여 자신의 이익을 보려는 정치인, 본인은 말을 하면서 잠잠시민이나 졸개들에겐 말을 빼앗아버린 카탐수드,  사랑하는 왕자에게만 꽃노래이지 다른 사람들에겐 고통 그 자체인 버럭공주의 노래와 같이 고통만 안겨주거나 이야기를 연인을 주인공으로 만드는 왜곡까지도 서슴지 않는 것은 카탐수드나 매일반이다.

수다시가 이야기를 지키기 위하여 모종의 장치를 하여 수다는 따뜻하고 낮이 있는 반면 잠잠은 밤이 계속되고 겨울만 있도록 만든 것이 분란의 원인은 아니었을까.. 한정된 자원을 독점하려는 강대국들의 이권다툼에 거기서 깃들어 살아가는 원주민들의 고통은 도외시 되는 오늘의 현실과 다를 바 없다.

이바구라는 현실과는 떨어져있는 상상계의 이야기라 할 수 있지만 인물들의 이름에 담긴 행간의 의미와  소설의 소재에 담긴 메시지는 루시디 본인 겪은 필화에 대한 무언의 항변과 아울러 언론의 자유, 여론을 조작하여 이득을 보는 무리들과 본인들은 누리면서 아랫것들에게서는 누림을 박탈하는 지도자의 이중성을 말하는 것은 아닌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도 겉보기엔 모두 호혜와 평등, 박애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인 현상 이면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너복설과'로 가득차 있는 것은 아닌지..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는 어른의 마음이 아니라 어린이의 때묻지 않는 마음으로 들여다볼때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세파에 때묻고 탈색된 나의 눈과 마음으로 그릇 판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너무 복잡해서 설명하기 어려운 과정처럼 하룬과 이야기바다 역시 내게는 쉽고도 어렵게 다가온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