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중학생이던 저자는 닉슨대통령과 함께 중국을 방문하려던 펄벅의 입국을 막기위해 그녀를 미국 문화 제국주의자라 비판하는 모택동 부인 주도의 캠페인에 참여했다. 1996년 미국에서 대지를 읽게 되면서 그녀를 제대로 알게 되었고 펄벅이 살았던 전장 등에 생존한 사람들을 만나 윌로우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미국에서 태어나 생후 3개월만에 중국으로 온 펄벅은 미국인이 아니라 중국인으로 성장했다. 중국인보다 소작농을 더 잘 이해한 펄벅은 중국을 전세계에 알리는대표적인 작가였지만 정작 그녀의 생전엔 입국을 불허할 정도로 금기시되는 인물이었다. 우리에게도 애드거 스노우, 펄벅과 같은 작가들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펄벅도 한국을 사랑했지만 그래도 퍽벅에겐 중국이 모국이다.

 

"아무런 기억도 없는데 어떻게 그리울 수가 있겠어?" 61p
"아빠를 그리워할 만큼 잘 알지 못해" 72p

 

그녀는 미국보다는 중국을 조국으로 알고 자랐고 기독교 선교를 최우선으로 살았던 아버지의 사랑도 잘 모르고 성장했다.

격동의 19세기말에서 손문의 신해혁명, 의화단의 난, 국민당정부의 난징 공격으로 인해 외국인이란 이유하나만으로 목숨이 위태로웠던 펄벅 일가는 40년간의 생활을 청산하고 미국으로 귀국하게 된다.

이 작품은 소설과 사실이 혼재된 양식이며 책의 서술은 주로 윌로우라는 펄벅의 절친의 회고담으로 전개된다.

 

’윌로우(버드나무)라는 이름을 갖기 전까지 나는 위드(잡초)라고 불렸다. 우리 할머니, 나이나이는 위드라는 이름이 백번 낫다고 고집을 부리셨다. 잡초처럼 저 밑바닥에 있는 사람이라면 신도 더는 힘들게 하지 않으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빠가 강력히 반대했다.
"남자라는 족속들은 잡초가 아닌 꽃 같은 여자랑 결혼하고 싶어한다고요" 그렇게 팽팽한 언쟁 끝에 마침내 내 이름은 윌로우로 결정되었다. 윌로우는 ’가지가 연약하고 부드럽지만 농기구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질기고 강인하다.’는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엄마가 살아계셨다면 어떻게 생각했을지 항상 궁금했다.’  10p

 

개구쟁이 시절 양쯔강유역의 전장이란 시골에서 똥구멍이 찢어질 정도로 빈민의 딸인 윌로우와 선교사의 딸인 펄이 운명적인 만남을 갖고 행복했던 유년시절의 추억을 함께 만들어가고 펄벅이 미국에서 학업을 마치고 다시 찾아와 만나고 난징사건 이후엔 펄벅의 이야기보다는 윌로우의 수난사에 대한 이야기 중심으로 전개된다. 펄벅의 이야기로도 들리지만 윌로우로 대표되는 중국 여성의 수난사로도 읽힌다. 모택동과 그의 부인 강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강하고 끝끝내 자신들의 신앙을 지켜낸 기독교인들에 대한 이야기도 한줄기를 차지한다.

 

처음엔 몰랐지만 읽을 수록 소설의 문장이 아름답고 마치 윌로우와 펄벅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세부적인 묘사들이 아주 빼어나 갈수록 몰입도가 빨라지고 책장을 넘기는 속도도 빨라진다.

전형적인 캐릭터의 창조와 사실의 절묘한 조화로 에필로그를 읽기전엔 정말일까 싶을 정도로 윌로우와 펄벅의 인생역정과 우정이 사실처럼 들렸다.

로싱 벅과 결혼하여 얻은 딸이 정신지체 장애아로 태어나 결혼생활이 정상적이지 못했던 펄벅과 시인 쉬즈모를 사이에 둔 삼각관계, 쉬즈모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난징사건 그리고 이별. 공산주의자 딕린과 결혼한 이후의 윌로의 삶은 칼날 위에 선 위태위태한 삶을 이어가지만 끝내는 펄벅과의 서신교류 등이 발각나 무지막지한 탄압을 받고 모택동에게 모든 것을 바친 남편 역시 티베트의 감옥에서 생을 마감한다.

펄벅이 주인공이라기 보다는 윌로우가 주인공이라 해도 먹히는 소설이라 할정도로 소설의 모든 흐름은 윌로우에 맞혀져 있다. 펄벅의 모습이나 성격, 생각 모두가 윌로우를 통해 표현이 되고 있다.

 

딕 린으로 대표되는 실제인물은 누구일까 프랑스 유학파 고위 당직자를 떠올리면 주은래가 떠올랐으나 실명으로 언급되니 종을 잡을 수가 없었다. 중국의 유명시인 쉬즈모와 정말 펄벅이 연인관계였을까(소설에도 언급되는 쉬즈모의 여인들에 대한 글 http://blog.daum.net/jiyo56/170), 타고르가 중국을 방문하였을때 통역을 맡았고 1931년 8월 비행기 사고로 갑자기 죽었다고 한다.
"내 눈앞에서 인생이 도망치는 걸 지켜보고 있는 중이야"224p라고 할정도로 펄벅을 사로잡은 쉬즈모와 펄벅의 연인관계가 사실이 아니라면 ~

 

마오저뚱의 시대가 저물면서 딕 린의 복권과 아울러 전장의 시장이 된 딸의 도움으로 윌로우는 꿈에도 그리던 펄벅이 잠들어 있는 미국을 방문하는 것으로 소설을 막을 내린다.

소설엔 전형적인 중국 민중들의 모습이 그려지고 권력 앞에 인간을 버린 사람들의 모습(선봉, 모택동의 부인, 시골황제), 중국에 들어온 모든 것들은 중국화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버지의 압살롬의 반대에도 불구하여 예수를 중국인화하고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로 전도하는 모습들을 보면 작가 역시 중국의 과거를 비판하면서도 중국인이란 자부심이 아주 강한 작가다.

’묘비는 영어로 쓰여 있지 않았다. 묘비에는 한자 세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寶(보)珍(진)珠(주), 팔 사이든스트리커라는 뜻이었다.
나는 눈가에 기쁨의 눈물이 차오르는 걸 애써 참지 않았다. 펄이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의 중국인으로서의 뿌리는 죽지 않았다. 펄은 마지막까지 중국을 간직하고 살았던 것이다. 영원히 펄에게 남아 있는 조국이었으니까. 펄은 중국에 대한 애정을 좀처럼 지울 수 없었고 그래서 자신만의 언어로 ’마치 사랑처럼 완벽하다고 알려진 감정에는 절대적인 높이와 깊이가 존재한다’고 표현한 것이다. 서양인들은 묘지에 쓰인 한자의 뜻을 절대로 이해하지 못할테지만 펄은 개의치 않았다. 여관 주인이 그냥 지나치기 쉬운 곳에 무덤이 있다고 말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다정하게 나를 맞이하는 펄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았다.
’여행은 어땠어?’  410p

 

아주 많은 아이를 입양하여 생활했던 농장의 정원을 전장의 풍경을 옮겨놓은 것처럼 가꾸고 펄벅이란 영어 이름 묘지명에 새기지 않고 寶(보)珍(진)珠(주)라고 새긴 진정한 중국인 펄벅의 농장과 전장을 가보고 싶어진다.

 

펄벅의 한국사랑
펄벅은 한국에 대한 애정도 남달라 1963년 한국의 수난사를 그린 소설 『살아 있는 갈대』를 펴냈으며 1965년에는 다문화아동복지기관인 펄벅재단 한국지부를 설립하였다. 1967년 경기도 부천군 소사읍 심곡리에 소사희망원을 세워 10여 년간 한국의 다문화아동들을 위한 복지활동을 펼쳤다.
펄벅 여사가 한국 다문화아동들에게 바쳤던 헌신과 희생을 기념하기 위해 2006년 9월 30일 소사희망원 자리에 펄벅기념관을 건립하여 운영중이다

 

 

책에서.

"영리한 토끼는 안전을 위해서 구멍을 세 개 팝니다. 내가 당신이라면 서양의 신과 친구과 될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겁니다." 112p

 

"내 눈앞에서 인생이 도망치는 걸 지켜보고 있는 중이야"224p

 

"강한 사람은 기회를 창조하지만 약한 사람은 기회를 기다린다." 퀴리부인의 말 247p

 

"적들이 받아들이는 건 뭐든 거절하고, 적들이 반대하는 건 뭐든지 받아들이자" 318p 홍위병의 구호

 

산은 영원히 곧게 서 있으니(오른쪽에서 읽을 경우) - 우리는 펄이 돌아오기만을 영원히 기돈하다.
장작을 얻을 걱정일랑 마라(왼쪽에서 읽을 경우)- 언젠가 다시 기회가 올테니 걱정하지 말라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린대도(세로로 읽을 경우)-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린대도 우리가 하나님을 믿는다.388p

-> 펄벅의 중국방문을 염원하며 전장의 농민들이 집집마다 내걸었던 글귀

 

포자만의 노래 - 펄벅이 즐겨 암송했던 당왕조시대의 시

나는 양쯔강의 수원 근처에 살죠
당신은 수원에서 가장 먼곳에 살아
당신과 나는 같은 물줄기를 타고 흘러온 물을 마셔요
내 꿈에서 당신의 모습을 본 적은 없지만

 

언제쯤 이 강물이 멈출까요?

언제쯤 당신을 사랑하지 않게 될까요, 그럴 수 있을까요?
우리 두 심장이 하나로 뛰기를 바라요.
그럼 당신을 향한 내 사랑에 실망하지 않을 텐데.

 

펄벅, 대지, 펄벅재단, 노벨문학상, 선교사, 마오저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