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재미있는 책이라도 읽는 도중 중단했다가 다시 잡으면 흥미가 반감하는 모양이다. 파라다이스 1편은 정말 급스피치로 마지막 장을 닫았는데 2편은 속도가 완행버스가 되었다. 아무래도 농담이 태어나는 곳이 상대적으로 길었던 탓도 한 몫을 한 것 같다.

하루에 한편의 단편을 쓰는 내공을 지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은 어딘가 모르게 나를 휘어잡아 사서도 보고 도서관에서 빌려도 보는데 이제 초기작만 읽으면 그의 작품을 두루 섭렵하는 셈이다. 신은 예약 구매해놓고 아직 시작도 안한 상황이지만 도서관에 새로 들어온 타나토노트를 읽고 있다.

있을 법한 미래와 있을 법한 과거를 소재로 한 파라다이스의 이야기는 우리 같은 사람이라면 그냥 웃고 넘길 소재에 불과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 주제를 작가는 물고 늘어져 상상의 나래를 펼쳐 하나의 온전한 이야기로 만들어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정상적이기 보다는 비정상적인 상황이긴 하지만 그런 일들이 극단으로 치닫게 되면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일어났을 수도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충격받고 그렇게 살면 안된다는 것처럼.

2편을 읽고 나서 가장 놀란 것은 허수아비 전략이다. 어느 아파트 입주자회의에 일어난 이야기지만 다수결의 함정, 그리고 악역을 맡은 소수그룹의 이야기를 반대하려고 들다보니 소장과 악역을 맡은 자들의 노림수에 놀아나게 된 이야기다. 회식자리에서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의를 제기해도 이미 모두 결정난 일이란 것을..경제회복이란 주장에 눈멀어 다른 문제는 못보고 대통령을 뽑아놓고 보니 이게 아닌데 싶지만 버스 떠난 뒤 손 드는 격과 같은 형국이다.

나이가 들수록 소설을 읽어도 감정이입이나 몰입의 강도가 약해지는 모양이다. 내가 그 상황에 처한 것처럼 읽어야 가슴절절하게 감동도 하고 분노도 할터인데 무덤덤하게 활자 그자체로만 읽는 비중이 점점 커져 간다.

있을법한 과거보다는 있을 법한 미래 이야기에 더 눈이 휘둥그래진다. 상표 전쟁처럼 국가보다 상표가 우선시 되는 나라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 FTA로 쌍코피를 흘린 개인들이 엄청나겠지만 그 반대급부로 엄청난 이익을 독점하는 다국적 기업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할까.. 그를 눈부시게 성공하게 만든 대한민국의 독자층을 위해 우리 브랜드도 심어놓았을까 아님 역자의 배려일까? 우리 기업의 상표가 포함되어 있다.

놈담이 태어나는 곳은 저작권의 문제를 짚어내는 것이라 생각하였는데 의외로 프리 메이슨과 엇비슷한 비밀 결사체의 등장이다. 웃음 대결로 목숨을 거는 상황이라니 기발하긴 하지만 감정이입이 안되어 정말 지루했다.

아주 단편적인 경험이나 주어 들은 이야기를 허투루 보지 않고 상상력을 덧보태면 아주 재밌는 이야기가 된다는 것을..작가의 상상력 앞에 찬사를 보낸다.

베르나르베르베르, 파라다이스, 개미,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