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외옹 이외수와 정태련의 인연을 알고 화들짝 놀랐다. 곤궁했던 시절 소설 원고료를 가난한 화가를 위해 쓴 그 인연으로 정태련의 세밀화와 이외수의 수상록이 여러권 세상에 나왔다.

사진이나 진배없는 들꽃들, 마치 그 향내라도 되듯이 책에선 향기가 난다.(향기나는 종이). 미심쩍어 여러번 킁킁 거린다. 
너무 흔해서 그랬던가. 이름을 제대로 아는 꽃이 드물다. 

하악하악에 이어 두번째로 잡은 책이다. 그리고 지금은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는 이 책 이전에 나온 것을 잡고 있다. 청춘불패를 읽으면 그의 잠언집 비슷한 넋두리는 다 읽는 셈이다. 세상을 오래 살면서 체득한 지혜와 잘못 돌아가는 세태를 꼬집는 단문들.

그는 트위터에서 아주 많은 팬을 몰고다닌다. 그리고 최근엔 광고에도 등장.. 상업화에 물들어가는 것은 아닌가. 세태풍자를 위해서도 긴말하지 않는다. 140자 내외로 밤 지새워가며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그를 생각하면..어쩌면 이젠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있을지도 모를 일..

아불류 시불류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를 말하는 곳 같다. 사이비들이 판치는 세상을 비꼬기도 한다. 가끔은 고개 끄덕여지고 마음에 잔잔한 파문이 일기도 하지만 그것도 금새 시큰둥해지고 있는 나이다. 그만큼 때묻고 찌들었다는 징조다. 
생각대로, 배운대로, 아는대로 몸이 따라가지 않고 있다. 돌아서 후회할 일도 많아진다.

한 발자욱 물러 서 있는 것처럼 보여도 인간에 대한 사랑, 신뢰가 묻어나고 진정어린 마음으로 훈수를 던지고 가식을 벗어던지고 맨몸뚱아리로 마주하고 앉아 시시콜콜 말하지 않고서도 촌철살인의 글을 던진다.

겨우 여덟 음절의 말 만으로도 온 세상을 눈부시게 만들 수가 있습니다.
당.신.을.사.랑.합.니.다.





12
담배를 피우다 보면 언젠가 담배가 그대에게 묻는 날이 올 것입니다.
죽을래 피울래. 하지만 그때는 이미 목숨이 죽을래 쪽으로 확연히 기울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죽기를 각오하고 피우시느니 살기를 각오하고 끊으시는 의지. 그대에게도 내재되어 있습니다. 20쪽

 

23
어떤 문장에는 이빨이 있고 어떤 문장에는 발톱이 있다. 어떤 문장은 냉소를 머금고 있고 어떤 문장은 미소를 머금고 있다. 말 한 마디로 천냥빚을 갚고 글 한 줄로 천생연분을 맺는다. 글은 자신의 품격을 대신한다.

 

24.
교훈은 간직하라고 주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라고 주는 것이다. 27쪽

 

26
인간은 딱 두 가지 유형밖에 없다고 단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 유형은 자기와 생각이 같은 사람, 한 유형은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이다.
그리고 자기와 생각이 같은 사람은 좋은 놈,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은 나쁜 놈이다. 이상한 놈? 그런 건 없다. 29쪽

 

30
겸손이 몸에 배어 있는 자, 만물이 다 스승으로 보이고, 자만이 몸에 배어 있는 자, 만물이 다 쓰레기로 보이나니, 팔자소관이 따로 있으랴. 다 제 하기 나름인 것을. 33쪽

 

31
어떤 마을에 현자 하나가 살고 있었다. 그는 소통의 달인이었다. 어떤 사람이 그에게 비결을 물었다. 상대편과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비결이오. 현자의 대답이었다.
어느 날 뚝건달 하나가 현자를 찾아와 대화를 청했다. 물론 현자는 대화에 응해 주었다.
뚝건달은 대화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소문을 듣고 현자를 찾아오는 행인 하나와 마주쳤다. 행인은 현자에 대해서 물었다. 그러자 뚝건달이 대답했다. 가 봤자 별거 아닐거요. 딱 내 수준에 불과하니까. 34쪽

32
코끼리를 처음 본 피노키오-나보다 더 거짓말을 많이 하고 사는 놈들도 있구나. 35쪽

 

34
사랑이 현재진행형일 때는 서로가 상대에게 애인으로 존재하게 되지만, 과거완료형일 때는 서로가 상대에게 죄인으로 존재하게 된다. 하지만 어쩌랴. 죄인이 되는 것이 겁나서 이 흐른 세상을 사랑도 없이 살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37쪽

36
당신이 다른 사람을 위해 기도할 때마다  밤하늘에 별이 하나씩 돋아난다면 당신 때문에 생겨난 밤하늘의 별은 모두 몇 개나 될까요. 설마 한 개도 만들지 못한 사람은 없겠지요. 39쪽

 

42
분명히 선택은 자신이 해놓고 나중에 잘못된 선택인 줄 알게 되면 타인을 원망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잘못을 절대로 인정하려 들지 않는 자존심. 그것이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는 도끼임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평생을 절름거리며 살게 되는 것이다. 43쪽

 

54
세상은 살아갈수록 복잡해지고 인생은 살아갈수록 단순해진다. 그래서 살만 하다는 생각이 들게 되면 떠날 때가 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55쪽

 

68
믿음은 마음에서 만들어지고 오해는 머리에서 만들어진다. 62쪽

 

74
바로 앞에서 마주 보고 있어도 천 리나 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천 리나 멀리 떨어져 있어도 바로 앞에서 마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대가 생각하는 사람과 그대 사이의 간격은 어느 정도인가요. 66쪽

 

85
당신의 사랑이 자주 흔들리는 이유는 그것이 진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74쪽

 

145
고수는 머릿속이 한 가지 생각으로 가득차 있고 하수는 머릿속이 만 가지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114쪽

173
핑계라는 놈에게 자주 말할 기회를 주면 그만큼 반성이라는 놈이 자주 말할 기회를 잃는다. 141쪽

177
양심, 개념, 교양, 예의를 고품격 인간의 필수지참 4종 세트라고 한다. 세간에서는 이것을 갖추고 있지 않은 인간을 4가지 없는 인간, 또는 싸가지 없는 인간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144쪽

 

207
웃으면 복이 온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언제나 얼굴을 찌푸리고 다니는 아이에게 그 말을 해주었습니다. 그러자 아이가 말했습니다. 복이 오면 그때는 웃을게요. 165쪽

 

219
못 배운 사람의 무지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배운 사람의 억지라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172쪽

겨우 여덟 음절의 말 만으로도 온 세상을 눈부시게 만들 수가 있습니다.
당.신.을.사.랑.합.니.다.

 

당신의 과거가 당신의 현재를 만들고 당신의 현재가 당신의 미래를 만든다면 물처럼 살아갈 일이다. 낮은 곳으로만 낮은 곳으로만 흘러서 어제는 옹달샘이었다가 오늘은 실개천이 되고 오늘은 실개천이었다가 내일은 큰 바다가가 되는, 물처럼 인생을 살아갈 일이다.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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