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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시대는 살아남은 정씨 형제를 저주했다. 그러나 그들은 시대를 저주하지 않았다. 형제를 죽이고, 매형을 죽이고, 조카를 죽인 그 시대를 정씨 형제는 저주하지 않았다. "시대를 아파하고 세속에 분개하지 않는 시는 시가 아니다."라는 정약용의 유명한 시론처럼 시대를 저주하는 대신 아파했다. 그러나 애통하는 자(Those who mourn)는 불의한 시대에 위로받지 못했다.

그 시대를 산 사람들은 내게 한결같이 '너희들의 시대는 어떠한가?'라고 물었다.
그 시대의 천재 이가환은 물었다.
"너희들의 시대는 단지 반대당파에 속한다는 이유로 천재를 죽이지는 않는가?"

이승훈은 물었다.
"너희들의 시대는 주류와 다른 생각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죽이고, 열린 사회를 지향하는 것을 국가에 대한 반역으로 몰지는 않는가?

정조는 이렇게 물었다.
"너희들의 시대에도 나처럼 부친을 죽인 賊黨과 타협하여 미래를 지향했던 정치가가 있는는가?"

정약전은 물었다.
"너희들의 시대에도 불의한 세상에 대한 절망을 민중과 자연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시킨 사람이 있는가?"

그리고 정약용은 물었다.
"너희들의 시대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는 죽이지 않는가?" 1권 머리말중에서..

한 집안의 이야기로 하기엔 사연이 너무 가슴아프고, 그토록 집요하게 다산과 그 형제를 죽이지 못해 안달하는 노론 벽파의 후안무치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작금의 시대 역시 저자 서문에서 밝힌 내용과 대동소이한 상황이 재연되고 있는지라 아직도 대한민국은 멀었다는 자책과 아울러 그나마 개명천지라 다행이야 란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

성리학의 본령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조선의 사색당파가 무엇인지, 왜 그리도 대립 일변도로 치달을 수밖에 없었는지도 잘 모르지만 지어미가 지아비를 부인하고 애비가 아버지를 죽이고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몬 세력과 나라의 정책을 논해야 했던 정조대왕과 그와 한편에 섰던 숱한 사람들이 그의 사후 무지막지하게 보복을 받아야만 했는지~

가슴아프다. 그 시련이 다산이란 대학자가 우리 조상이 되게 만들었고 자산어보를 그 형이 우리에게 선사했다는 것이 다행이기도 싶지만 역사의 수레바퀴를 앞으로 돌리다 후진시키려거나 정지시키려던 닫힌 사회를 지향하는 무리들에게 핍박을 받은 그 모든 사람들의 피가 오늘 우리가 이 만큼 할말 하며 살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사도세자 문제, 천주교 문제, 노론과 남인의 대립문제가 정약용이 관직에 나가는 순간부터 그의 운명을 좌지우지 하게 된다.

피할 수 없는 숙명을 앞에 두고 천륜을 부정하지 못하는 다산, 솔직담백하게 고백해도 믿어주지 않는 노론, 유배에서 해배가 되어도 조서를 보내지 않고, 효명세자의 약방문을 요구하면서, 순조의 약방만을 요구하면서까지 집요하게 노론은 정약용을 죽이려 했다.

그들 역시 두려웠으리라. 그러나 아직 그들에 대한 역사적 징벌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요 노론의 후손이 조선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사학계를 좌지우지하고, 노론의 상당수가 친일파가 되었다는 것이 사실이라지만...

'아집에 갇혀 변화를 거부했던 경직된 시대, 소아에 갇혀 개방을 거부했던 폐쇄의 시대, 반대 당파를 공격하기 위해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서슴없이 죽이던 증오의 시대, 자신과 다른 모든 것을 증오했던 불행한 시대의 유산을 한 몸에 안고 그들은 죽음 맞이했다. 그들의 죽음은 단지 그들만의 죽음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를 지향했던 정조시대 조선의 죽음이기도 했다. 2권중에서

정약용의 세상을 살아가는 기준 2가지
세상을 살아가는 기준 2가지는 옳고 그른 것, 이익과해, 옳은 일을 하고 이익을 얻는 것, 옳은 일을 하고 해를 입는 것, 그른 일을 하고 이익을 얻는 것, 그른 일을 하고 해를 당하는 것, 아들이 유배에서 해배되기 위해 적당에게 편지를 보내서 타협하라는 안에 거절하며 다산이 한말.

과연 이 시대는 다산이 천명을 이룰 수 있는 시대인가, 다산이 꿈꾸었던 일을 이룰 수 있는 시대인가.

옳은 일을 하고 이익을 얻는 것이 최상의 처세겠지만 옳은 일을 하고서도 해를 입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야 불의가 그치고 정의가 물결치지 않는가?

어느 분의 글을 보니 노동자의 권익을 보장하는 노동부가 노동자의 권리보다 기업가의 이익에 복무하고 있다는 글을 보고 놀랐는데.

여전히 그 사람들이 저자에게 던진 질문, 저자가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던진 질문에 긍정보다는 부정을 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안스럽다.

다음 정부에선 지금보다 더 나아진 대한민국이길, 정약용의 천명과 뜻을 실현할 수 있는 그런 대한민국이길 기대한다.

다산정약용, 정조, 천주교, 수원화성, 노론, 사도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