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사회에서 열린 사회를 지향하다 핍박받은 사람들에게 바친다는 저자의 헌사처럼 정약용과 그 형제들은 영정시대에 일어난 사건들의 소용돌이가 그렇게도 모질게 그들을 휘어잡았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우리 역사는 닫힌 사회를 지향하는 세력과 열린사회를 지향하는 세력간의 싸움이 지난하게 이어져왔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영정조 년간은 조선의 르네상스라고 한다. 그러나 그 안에 흐르는 닫힌 사회를 지향하는 자들과 열린 사회를 지향했던 사람들의 쟁투를 엿볼 수 있다. 그중 다산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의 가족사는 그 시대의 대표성을 지녔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한 집안에 내린 운명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가혹했다.

노론과 남인의 문제, 사도세자, 천주교박해란 사건 모두가 정약용과 그 일가족에겐 헤어날 수 없는 굴레처럼 거듭거듭 그들을 옥죄어 약종은 순교자가 되었고 약전과 약용은 기나긴 유배생활을 겪게 만들었다.

아버지를 죽인 자들과 국정을 함께 할 수밖에 없었던 영민한 군주 정조, 사도세자가 죽임을 당하던 해 태어난 석학 정약용, 시대의 만남이었지만 그들을 함께 하지 못하게 만드는 노론 벽파, 비주류 남인이라는 한계, 천주교라는 종교의 문제를 둘러싼 격변의 역사속에서 다산이란 큰 인물이 잉태되었으나 꽃피우지는 못했다.

어떻게 그럴 수가란 말이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집요하게 물고늘어지는 노론, 조선은 왕의 나라가 아니라 노론의 나라였다는 것을.. 노론이 역사에 끼친 해악이 이 정도였을줄이야. 노론의 후손들은 아직도 우리 시대의 주류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벼슬 길을 거듭 물러나고자 했으되 임금의 부름을 뿌리치지 못했던 다산, 한 시대의 인물들이지만 골수 유학 보수주의자들에겐 한치의 틈도 허용치 않았다는 것을...

우리가 아는 역사, 우리가 모르는 역사, 시대는 변화하고 있으되 그 변화를 거스르는 자들과 변화를 열어제끼려는 사람들의 투쟁은 언제나 계속된다.

어느 편에 설 것인가~

이덕일, 자산어보, 다산정약용, 천주교, 노론, 정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