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가정한다는 것만큼 부질없는 생각은 없지만 파란만장한 우리의 역사는 가정을 해보고 싶은 사건이나 인물이 많다. 외침과 내분이 많았던 역사, 만약 그가 살아있었더라면, 이런 선택을 했더라면 우리 역사는 크게 달라졌을 터인데 싶은 장면이 많아 안타깝다.

역사는 승자의 역사라고 했던가. 이미 명명백백하게 밝혀졌건만 여전히 광해군은 임금이라 인정받지 못하고 패륜, 패주의 굴레를 여전히 뒤집어쓰고 있다.

한국사전은 기전체라는 역사 서술방식중 시스템을 다룬 기가 아니라 특정 인물을 다룬 열전(傳)을 중심으로 우리 역사에 관심을 촉발시킨 방송을 책으로 옮긴 것이다. 특히 4권은 왕실의 부활을 꿈꾸며 고군분투한 인물이 주인공이다.

명청교체기 사대주의보다는 실리외교노선을 견지하던 광해군, 임진왜란시 원군을 보낸 명나라에 대한 보은을 집착하다 신흥대국 금(청나라)과 척을 져 병자호란이란 화를 자초한 세력들의 인조반정으로 패주가 된 광해군, 유배지 제주도에서 삼배구고두례의 치욕을 당한 인조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불국토를 꿈꾼 전륜성왕과 그 아들 위덕대왕 창의 미스터리를 다룬 2편, 사리탑과 ’백제금동용봉봉래산향로, 일본의 불교문화를 중흥시킨 왕, 전장터에서 아버지와 아들을 잃은 왕의 마음이 담긴 유물들.

고국천왕과 산상왕이란 두왕의 지어미가 된 우씨부인, 고구려 왕들의 연호는 왕릉이 위치한 지역의 명칭을 사용했다는 것과 집안엔 엄청난 수의 고구려 고분이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았다. 왕비를 배출하는 연나부의 생존을 위한 우씨부인의 선택.

지혜의 문수보살, 실천의 보현보살, 자비의 관음보살, 구원의 지장보살, 중국에서 지장보살로 추앙받는 김교각스님의 등 신불에 얽힌 이야기들, 지금도 그곳에선 등신불이 잇달아 나오고 있는 신비. 동양최대의 불상을 세울정도로 김교각스님의 중생구제를 위한 서원은 우리 불교계의 서원이 되었으면 좋겠다.

정조대왕의 손자, 열아홉의 나이로 급사한 효명세자의 슬픈 일생, 예악으로 왕권을 강화하고 외척을 배격하려 했던 춤추는 왕자 효명세자의 꿈이 조금만 현실화되었다면 조선은 달라졌을 것이란 슬픈 가정을 아니할 수 없다.

원나라 공주의 부마가 되어야 했던 고려의 왕들, 왕이 되기 위해 스스로 부마가 되었지만 원의 압제에서 고려를 해방시키고 요동정벌을 했던 개혁군주 공민왕이 사랑하는 노국공주 사후 무너지게 된 사연, 조선의 왕들을 봉안하는 종묘에 모셔진 공민왕고 노국공주, 고려사를 왜곡하고 공민왕을 폄하했던 그들도 두분의 사랑만큼은 인정했다.

오래 살아 원을 풀었지만 친정일가를 모두 잃어버린 비운의 왕녀 혜경궁홍씨, 쇄국정책, 경복궁의 중건으로 조선을 다시 세우고자 했던 흥선대원군


쉽게 읽히는 것이 죄스러울 정도로 굴곡진 인생을 살다간 분들의 면면이 우리 역사의 현실이었음을 가슴깊이 새기고 다져서 다시는 이런 불운의 역사가 재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국사전, 백제, 성왕, 흥선대원군, 광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