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2003년, 2010년 여름 두 번의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내 나이쯤 되어서 유럽을 간다고 했을 때는 물론 관광도 있지만 쇼핑이 그 큰 축을 차지하기 마련인데, ,, (그런 사람 정말 많이많이 봤다.) 나는 미술관을 다녀보라고 적극 권장하고 싶다.

이 책을 고르게 된 건 내가 이번 여행에서 특히 미술관을 많이 가고, 여러 작품을 보면서 작가와 작품을 넘어서 그 도시를 사랑하게 되고, 더욱 여행의 순간을 기억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 특별했던 순간순간을 기억하게 해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미술을 전공하는 두 친구가 미술관 탐방을 중심으로 80일간 유럽여행을 다녔다면 여유롭게 작품을 감사하고, 더불어 멋진 여행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뉴욕에서 고흐 그림을 실제로 맞닥뜨린 유리는 '그림이 살아 있다'라는 상투적 표현을 처음으로 실감했다고 한다. 붓질은 아직 마른 것 같지도 않았다. 그의 터치는 움틀움틀 움직이며 유리의 기를 잡아먹었다.
"이것이 고흐의 그림이구나. 고흐 화집이나 엽서는 다 불태워버려야 한다고 생각했어"
반질반질한 종이 위의 얄팍한 인쇄물들은 그림을 무의미한 이미지로 추락시키고 있을 뿐이다. 이 사람의 그림은, 직접 일대일로 대면해야 한다. 화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무작정 캔버스를 마주 대한, 오래전 어느 순간의 고흐처럼 맨몸, 날 정신으로 그림과 만나야 한다.(249)

이 책에서 가장 공감이 갔던 부분이다. 내가 고흐 작품을 내셔널 갤러리에서 처음 봤을 때 딱 이런 마음이었다. 그 전에 보았던 모든 것이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 이 작품에 빨려들어가는 느낌. 살아움직이는 그림을 보는 느낌. 그런 느낌을 직접 미술관에 가서 작품을 보며 느낄 수 있다.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미술관 중에(미술관 리스트는 맨 끝에 참조, 인터파크 책 정보) 가본 곳이 절반 조금 넘는다. 가본 사람의 입장에서 그리고 여행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깊이 있는 정보를 얻기에는 좀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 좀 더 깊이 있게 다루었으면, 아님 생각을 좀 더 짜임새 있게 정리했다면 하는 생각을 하는 건 80일간의 여행을 한 권의 책으로 담아낸 작가에게 좀 미안한 주문일까?

유럽여행을 가기 전에 이 책을 한 번 읽어본다면 멋진 미술관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이미 다녀오신 분은 다음을 기약하며 메모할 수 있을 것 같다.

*참고 :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미술관
스페인: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 세비야의 미술관, 바르셀로나의 피카소 미술관, 카탈루탸 국립박물관, 피게레스의 달리 미술관,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 바르셀로나에 있는 가우디의 건축,

이탈리아: 로마의 바티칸 미술관, 비토리아노 박물관,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 산마르코 박물관, 아카데미아 미술관, 라벤나의 성 비탈레 성당, 구겐하임 미술관,

오스트리아: 빈의 레오폴드 미술관, 쿤스트 포룸,

체코: 프라하의 알폰스 무하 박물관,

독일: 뮌헨의 피나코텍, 로텐부르크의 인형, 범죄 박물관, 프랑크푸르트의 현대미술관, 쾰른 대성당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 네덜란드 국립미술관,

벨기에: 브뤼셀의 마그리트 미술관, 벨기에 왕립미술관,

프랑스: 오르세미술관, 달리 미술관, 루브르 미술관, 퐁피두 센터, 팔레 드 도쿄, 중세 미술관, 몽생미셸 수도원, 피카소 미술관(*피카소는 공사중)

영국: 런던의 테이트 브리튼, 내셔널 갤러리, 헤이워드 갤러리, 서펜타인 갤러리, 사치 갤러리, 테이트 모던

*주황색은 제가 추천하는 곳들입니다.! 추가로 파리 근교의 샹티이성 미술관(정원 예뻐요), 파리의 마르모탕, 오랑쥬리 미술관, 장식 미술관 추천합니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소피아 왕립 미술관도 추천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