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의 여름'이라는 제목만 봤을 땐, 그저 신나고 열정적이며 들뜬 여름의 상징적인 이미지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그 다음, 표지를 봤을 땐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의 낭만 가득한 여름 추억 이야기가 그려질거라는 즐거운 상상을 했다.

그러나, '프레드의 여름'은 3년 전 어머니를 잃었고 말더듬이에 아버지로부터 인정받지 못해 상처와 갈등이 깊은 열여섯 살 소년과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다.  

  프레드에게 아버지란 우월한 권위를 가진 압도적인 존재로 자리잡아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의 인생을 본인 의사와는 무관하게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존재로  여겨졌다.

프레드의 아버지는 부모로서 의무이자 자식에 대한 사랑의 표현 방식이였을 지 모르지만, 누적된 부성의 영향력으로 심리적으로 억눌리고 위축되어 타인과의 관계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프레드를 바라보는 마음은 그리 편치 않았다.

상처를 받을까봐 두렵고 외로운 말더듬이 프레드의 깊은 내면을 아버지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부모의 과잉통제는 다양한 행동장애로 나타남을 새삼 확인하면서 부모로서 인내를 가지고 아이들의 성장을 올바르게 이끌어야 한다는 경각심을 던져주었다.

  부모로서 내 아이를 생각하면서 참 무겁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프레드를 바라보던 시각에서 어느 순간, 프레드의 특별한 여름방학 이야기의 잔잔한 매력 속으로 빠져들었다. 

말더듬이인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노라를 향한 순수한 사랑과 아픔, 광활한 대자연을 벗삼아 유유자적하며 때론 아슬아슬한 모험을 겪으며 주인공 프레드는 시간의 흐름과 같이 조금씩 성장해 간다.  

다른 레인보우북클럽에서 만난 이야기들처럼 성장기 주인공이 삶을 배워가는 과정을 잔잔한 이야기로 풀어낸다.

이야기가 너무나 잔잔해서 고요함마저 들 무렵, 동생 톰이 호수에 빠지고, 베시가 오두막 마룻바닥 아래로 떨어져 가슴 졸이게 하는 긴장감을 통해 사랑, 용기 등 삶의 필수요소들을 일깨워준다.

예전엔 그렇게 크고 당당해 보였던 아버지의 등이 왠지 작고 왜소하게 느껴지는 짠한 느낌을 누구나 경험하듯 프레드도 완벽하고 강하기만 하리라 생각했던 아버지의 작아진 또다른 모습을 발견하면서 이해와 소통의 실마리를 찾게 되고, 독자인 우리는 지나치게 엄격해질 수 밖에 없었던 아버지를 이해하려고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아버지가 수영을 못한다는 걸 알고, 사촌 헤럴드에게 아버지는 쥐가 난거라며 두둔하는 속깊은 모습,

오두막집 진실 속의 피해자 노인 아담스씨의 상처를 보듬을 줄 아는 큰 배려의 모습.

여름이 끝나갈 무렵, 우리가 만난 프레드의 모습은 실수투성이 말더듬이 소년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제대로 아는 멋진 청년의 모습이였다.

다른 사람들과 진심으로 마음을 나누는 관계를 맺지 못할 것만 같았던 프레드가 사랑에 눈을 뜨고 아버지에게도 속내를 드러내며 화해하는 모습은 정말 가슴 뭉클하게 한다.  

  레인보우불클럽은 또 한 번 우리에게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진솔하고도 담담하게 일깨워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