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긴장감과 재미도 물론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책이였지만, 줄간격과 여백이 시원시원해 중학년인 우리 아이들이 부담감이 없이 완독하게끔 할 수 있는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방학이 끝날 무렵이면 어김없이 동네 친구들이 모여 방학동안의 날씨 정보를 주고 받느라 바빴던 초등학교 시절 추억이 떠올랐다.
지금이야 인터넷으로 한 번 클릭하면 해결될 문제였지만...
내 어릴 적 밀린 일기의 내용은 정말 평이하고 일상적인 거짓말이였는데, 이 책의 주인공 나미의 일기의 거짓말은 기발하다.
동생 민영이가 국그릇에 오줌을 싸고, 그 국을 엄마가 맛있게 먹는 쇼킹한 사건, 떡볶이집 거스름돈 사건, 골목에서 불량배 언니를 만나는 사건, 엄마.아빠의 부부싸움, 엄마의 유방암 근심 사건 등 일기의 내용이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 기발한 이야기를 개학 전 하루만에 일기장에 담아 상까지 받게 된 나미의 당혹감을 시작으로 나미의 갈등 속에 책을 읽는 우리의 마음도 함께 따라 움직이게 된다.
고민 끝에 그 거짓말 일기의 내용을 직접 실천하기로 하지만 가짜를 진짜로 만드는 일은 쉽지가 않다.
그러다 일기에 썼던 내용들이 실제로 일어나기 시작하고, 자신이 바라는 대로 일기가 진짜가 되는 것이 좋기도 하고 한편으론 겁도 나는 나미의 복잡한 감정을 긴장감있게 엿볼 수 있다.
가는 펜으로 스케치한 복잡한 라인을 그대로 살리고 옅은 채색을 한 삽화의 느낌은 마치 복잡한 나미의 심경을 그려낸 듯하였다.
마음의 평화를 갈망하는 나미의 간절한 심리를 노란색으로 표현해 낸 것일까?
책 장을 넘길 때마다 노란 상의의 나미를 만나는 것도 참 인상적이였다.
마지막에 부끄러움에 울음을 터뜨리는 나미의 절규하는 듯한 모습은 어른인 나의 고개를 떨구게 했다.
4학년이 되어 처음 받게 되는 상이라 욕심도 컸을텐데, 포기하고 용기를 내어 정직을 선택한 나미의 행동에 박수가 절로 나왔다. 이 책에서는 거짓말을 정직하게 고백했을때 가져올 결과가 꼭 질책과 꾸지람이 아니라, 용기를 내 거짓말을 이야기하기까지지의 힘든 과정을 인정받고 박수를 받을 수도 있다는 바람직한 결과를 아이들에게 전달해 주고 있다.
이 책의 또래 친구 나미의 고민과 갈등을 함께 하면서 아이들이 정직의 소중한 가치를 어렴푸하게나마 경험하지 않았을까?
정직이 내 마음의 평안과 다른 사람과 소통함에 있어 신뢰의 바탕임을......
책의 위대함을 다시금 느끼게 하는 책이였다.
아이들에게 정직이라는 가치관을 올바르게 형성해주기 위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은 부모의 중요한 역할이다.
지금 그 모범적인 부모의 역할에 보탬이 되는 훌륭한 선생님인 책을 만난 뿌듯함이 한아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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