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4342. 7. 12)
언젠가 한번 보다가 멈추었던 이 영화를 시그마북스 책 <영화로 만나보는 치유의 심리학>에 다시 만나 꼭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기회가 왔다 . 무섭게 내리는 빗소리에 책도 심드렁 ~ 외출은 덜덜~ , 눈은 말똥~ , 텔레비젼은 수신불가~(폭우로)
오늘 정말 비님이 할말이 많으신가보다. 비님은 할말 하시고 우린 여자,정혜를 봐야겠어.

아파트에서 시작되는 그녀의 이야기는 단조로운 그녀의 일상을 따라간다. 알람소리와 함께 일어나고 텔레비젼과 함께 출퇴근을 맞고 버스를 타고 작은 우체국에 가서 우편물을 접수하고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시장이나 편의점에 들려 간단한 저녁거리를 사고 쇼파에 누워 잠이 든다.

우리가 느끼는 우리의 일상만큼이나 그녀의 얼굴 표정 변화는 찾아 볼 수가 없다.

그녀의 표정없는 얼굴처럼 우리는 가끔 우리의 일상을 그렇게 느끼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변화란 없을 것같고. 무디어 진듯 하고 단조롭다는 생각을 넘어 이제 아무런 활기가 없는 무덤해지는 표정, 자신, 일상, 일.. 삶까지 죽어가게 되겠지
(가끔 스스로에게 묻겠지.. 왜 사니--? 아니면 누군가 물어주겠지 ..거울좀 보고 살어--;;)

이런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그녀의 단조로운 일상속에서 그녀의 엄마 간간이 그녀의 현재와 겹치고 출근길 화단에 울고 있는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오면서 나는 그녀의 과거 이야기를 비로서 듣기 시작한다. (여자 정혜의 생의 표정들을 어디에다 잃은걸까?) 얼핏. 또 얼핏

그녀만큼이나 낯을 가리고 쇼파밑에서 나오지 않던 고양이가 그의 엄마처럼 발을 어루만져준다. 그녀의 아파트에 그녀의 엄마의 잔영으로 나타나 그녀에게 엄마의 존재를 짐작하게 한다.

한 남자와 점심을 먹게 된다. 그리고 그 남자가 간간히 또 그녀의 현재와 화면에 이야기를 한다. 지난 남편, 죽은 엄마,.. 그녀의 변화없는 표정이 가진 과거다.

신혼여행이었던 것처럼 비쳐진 장면에 그녀가 불안한 표정으로 남자를 거부한다. 다음날 남편이 묻는다.
" 처음 남자랑 할때 어땠어?"
몇차례 묻는 이 남자에게
"그냥...아팠어..."란 대답을 해주고 그녀는 그렇게 아무말도 없이 짐을 싸고 집으로 돌아온다.(우리는 그녀가 무표정하게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던 이후를 잠시 후 알게 된다. )
무표정한 그녀의 표정, 단조로운 그녀의 일상과 함께 계속그녀의 과거에 대해 할 말이, 보여줄게 더 있는지 과거의 기억들이 오간다.

고양이를 맞이하고 자주 오는 빠른 우편을 부치는 남자에게 표정을 속삭이련가. 고양이를 보여주려고 한다며 저녁식사에 초대한다.

끝내 현재도 그녀에게 표정을 되돌려 줄 수 없는지 남자는 오지 않고 그녀는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오는듯 하지만 그녀의 표정 찾기는 계속 되나보다. 술집에 있던 낯선 남자를 지나치지 못하고 모텔로 데려가 죽으려했다는 그 남자를 보듬어주고 나온다.

과거를 보여주던 화면속에 장례식의 고모부가 보인다.    여름한낮 선풍기가 돌고 고모부가 그녀의 입을 맞고 그녀의 생의 표정들을 앗아간다.

문득 해야 할일이 있는 듯 그녀의 현재가 빨라진다.

고양이를 데려왔던 자리에 내어 놓고 고모부를 찾아간 그녀 칼을 움켜지지만 끝내 잃어버린 표정처럼 아무런 말도 없이 온몸을 떨며 돌아서다 넘어져   칼에 손을 베인다.

피가 보인다.
비로서 그녀의 생이 살아나는 걸까.
그녀가 운다.
그래.. 죽지 않았어
자신의 과거를 죽이고 싶었지만 죽어지지 않는 불멸의 고통을 가진거려나

온전히 죽지 못하고 살아가는 현재의 생을 되찾기 위한 다른 반쪽이 그녀로 하여금 아프지만 과거를 마주하라 한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단, 한번도 그 누구에게도 말 할 수 없는 자신에 관한 과거, 현재 모두를 그렇게 되살리는구나.

너무나 아퍼서 울수도 없었던 그녀가 문득 생각난 듯 말이야.
그게 어디로 사라지거나 없어지는 것이 아닌 항상 내재해있었을텐데.
마치 불러주기를 기다렸다는 듯, 지난 슬픔과 고통은 때로 생각난듯 터져버리는 것 같다.

잡설)김지수를 진주의 <.가니>란 노래의 뮤직비디오에서 그 눈물연기를 잊을 수 없는 사람이다. 비오는 날 차안으로 아주 느리게 이동하는 카메라를 따라 남겨진 김지수가 눈물을 흘린다. 이별의 아픔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같이 울어버리고 싶은 그 얼굴의 눈물들을 말이다. 이 영화에서 그녀의 눈물은 고통을 느끼고 치유란 희망으로 전이되는 눈물이기를..

뒷담화) 우린 정혜같은 여자가 많지 않을까?라는 말을 주고 받으며 도대체 왜 피해자만 이렇게 다뤄지는건지 . 한 사람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안겨주는 그 고통이야 이루 말 할 수 없는 것에 비하면 도대체 가해자라고 하는 것들은 어떨까? ? 정녕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간단 말인가. 살 수 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