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에 의한 구매이긴 하지만 참으로 오랜만에 시집을 샀다.    중학교 이후 처음인것 같다.  평생에 사야할 시집을 아마도 난 그때 다 사버렸나보다. --;;   용혜원,서정주, 김남주, 강인교, 정지용등등..의 글들을 얼마나 많이 인용하며 쪽지질을 했던고?
이때만 해도 내 감수성은 살아 파닥거렸나보다.    이 나이때 맞는 고민을 했던 것 같고.   이 나이때 맞는 헷갈림도 있었던것 같다.    

필요에 의해 구매하게 된 이 한권의 시집덕에 주마등처럼 피어나는 풋풋한 감성의 시절이 아주 조금 그리워진다.  이 시집은 조선일보에 연재되었던 시들로 정끝별 시인과 문태준 시인이 해설이 달린 백편의 시로 1,2권으로 나뉘어진다. 

무엇보다 좋은건 오래전 시인들의 유명시뿐만 아니라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시인들의 시가 꽤 된다는 점이다.   정끝별 시인의 해설이 들어있는데 문태준 시인의 해설과 비교해서 좀 더 힘차다는 느낌이 들었다.  작가의 살짝 들어낸 이력에서부터 다른 작품들을 인용한 힘있게 격동적인 해설이 마음에 드는 시집이었다.

음반과 마찬가지로 시집도 소위 best라고 뽑힌 시집을 선호한다.  한 음반이나 시집안에 나와 기호가 맞는 대상이 한개 이상을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 대표 시인 100명이 추천했다는 이 시집의 시들은  지나간 시에 대한 재회,  모르는 시에 대한 첫느낌,  전문을 알지 못했던 시들에 대한 만남등을 통해 한참씩 멈춰가며 나를 놓아둘 수 있는 여유를 느끼다.   시가 내가슴에 꽃피어 감성도 만발하려나--;;;

잡설) '지금 여기'에서 '저기 너머'를 이야기할 줄 아는 사람이 시인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저기 너머 보다 지금 여기에 중점을 두는 나로선 갸웃뚱했었다.   시는 내게 어느날 나의 상황과 맞물려 나를 깨우는 노래가사처럼 그렇게 다가오곤 한다. 그래서 자신의 삶의 경험과 무관하지 않으면 결코 서로를 알아보지 못할지도 모르는게 시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