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우끼(우습 생각해보면 )게도 사모하는 사람이나 한때 스승이었던 인물들은 감히 화장실을 다니는 존재로 상상해보지 않는다 우린 그런 환상이 있다고 한다 하물며 한나라 왕에 대한 우리의 상상력은 우리네 알(아래)것들처럼 울고 웃는 먹고 싸는 수준으로 끌어내리지 못한다 언젠가 <그때 그사람들>이란 영화에서 박정희를 암살하게 되는 그 살벌한 상황에서 바지를 내리고 똥을 낳아야 하는데 힘겨워하는 백윤식의 모습이 얼마나 레알하고 낯설기도 했던지 그런데 우리에게 인기있는 정조 역시 사람같은? 모습을 볼 수 있는 사료가 공개되었다 바로 1796년 8월부터 1800년 6월까지 신하 심환지와 주고받았던 297편의 어찰을 엮은 <정조어찰첩>의 내용들이 후세대를 우끼게 한다

 

 

<정조어찰첩>은 정조 스스로 다혈질이라고 하면서 호로자식~ 주둥아리를 놀린다~등과 같은 언사는 물론 늙은 심환지를 생각해 그의 아들이 300등안에 들면 어케 봐주려하는 인정?은 물론 이 떡 먹고 이말 말아라~ 껄껄~ 농담까지 하는 왕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눈코 뜰새도 없고 먹지도 자지도 못하며 때로는 몇 일을 그러한 모습 늘고 지쳐간다는 호소를 하는 모습에선 정말 꽤나 성실?했던 왕인지 과중한 업무에 과로의 모습이 보여 안쓰러워지기까지 한다지

 

정조는 다른 대신과도 간찰을 주고받았다고 하는데 심환지에게 비밀에 부칠 것을 당부하며 편지를 찢거나 태우거나 되돌려주기를 명했는데도 심환지 어명의 거역이 우리에게까지 읽혀 생소한 정조의 모습을 만나는 기회가 되었고 상황과 권력에 의한 공식기록 이면의 사료로써 학자들에겐 대단히 가치있는 사료가 된다고 한다

 

 

 

p130 공식적인 자료에 심환지가 올린 것으로 기록된 상소나 차자가 정조의 손으로 작성되었다는 점도 놀라운 일이거니와 공식적인 사료에 나타난 두 사람의 대립이 실제로는 짜여진 각본에 의해 진행된 것이었다는 사실 더 놀라

 

공식기록인 <정조실록>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와는 다르게 실상은 심환지를 비롯해 몇몇대신들을 비밀어찰로 사전에 조율했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정조는 심환지와 4년에 걸친 은밀한 교신을 통해 당대 인사들의 동향을 탐문하고 벽파 쪽 인물들의 역할과 활동을 조정하고 있다 또한 주요한 인사 문제를 협의하고 정국 운영에 필요한 조치와 지침을 하달하고 있다 말하자면 정조의 어찰은 私信사신인 동시에 밀서密書의 성격을 띤 것이다 ....<정조어찰첩>은 정조가 연출하는 막후정치의 진면목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것p143

 

 

<정조어찰첩>을 통해 무엇보다 정적 노론 벽파에 의한 – 정조독살설-을 일축할 수 있는 자료로 보는 견해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문득 정조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의도를 인내와 조율과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이뤄낸 노련하면서도 카리스마가 있는 정치가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