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책을 가져가지 않고 혼자 걷기로 한 65세의 리호이나키가 단 3가지만 구매하고 나머지 장비?는 빌려서 떠난 산티아고 순례 이야기이다 800km를 31일간 온전히 두발로 걸으며 그 길을 순례한 역사적 이야기와 순례자를 만나며 아부지가 물려주신 묵지로 로사리오 기도를 하며 어느 알베르게 벽난로의 불을 보며 자신의 아들과 교감하기도 하다 또한 기쁨의 자연을 만나기도 하지만 그에게는 거북하고 불편한 문명들을 만나면서 진짜 신앙인이 된다는 자기 고백적인 글이다 시작점은 현재이고 그길을 통과하면 과거가 되고 목적지는 미래가 된다 현재는 늘 과거의 종점이자 미래로 가는 시작점이 되는것인지 하는 리호이나키의 길을 엿보다

그는 혼자 걸으며 버려진 농기구나 폐촌에서 잃어버린 공동체의 유산을 안타까워한다 초라한 수공 신발가계에서 장인을 만나며 역시 우리에게 현대사회에서 자본과 기계의 정형화에 맞춰진 노동으로 인한 화폐교환에서 잃어버린 것이 뭔지를 아느냐고 되묻고 탄식한다 잘 정비?되어진 시아군 카미노길의 획일화에 대해 비판적 시선을 보내고 길위에서 자신의 옆을 바짝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의 폭력성에 자전거로 다니는 순례자들의 무례함에 증오와 분노를 내보이는 호이나키는 우리에게 어쩜 깐깐하고 조금은 고지식할지 모르는 시대에 뒤떨어진 낯선 노인의 모습일지 모르겠다 여행이란 이름으로 관광지를 소비하고 몸의 수고로움과 모험이 없는 수많은 친절?한 정보와 불편함이 없는 상업적 숙박시설에서 이제 여행객들은 낯선 이국인들과 이야기하기보다 스마트폰으로 고국의 친구들과 문자를 주고받는 모습이라고 하는 글을 보는 시대에서 말이다

p542 지난 31일 동안의 고독과 침묵속에서 아주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 나는 혼자가 아니며 어떤 자의식을 가진 개인으로든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잠재적 실현 가능성을 지닌 자율적 자아도 아니다 오히려 내 존재의 의미는 부보님과 옛 순레자들이 물려준 살아있는 (신앙의)전통을 공동체 안에 확립하는 일에 얼마나 많이 기여하느냐에 달렸다

그는 두발로 걸으며 몸과 직접 시공간을 맞닿고 자연의 변화와 사람을 직접 접촉한다 이렇게 매일 온몸으로 통과하는 시공간과 만난 자신을 기록하는 행위속에서 그는 정말 온전히 순례지와 순례자가 될 수 있었을까 가끔 길 위에 나서게되면 사진을 찍거나 기록을 하려는 의지 혹은 몸의 고통과 피로는 시공간에 동화되지 못하는 주객이 전도된다는 생각을 종종하기 때문이다 꼬박꼬박 정해진 곳 정해진 사람에게 도장을 받는 기록과 자취를 남기려고 하는 그 행위의 거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가 책을 가지고 가지 않고 혼자 걷기로 마음먹고 행한것처럼 기록과 증명을 거부했던 순례자 혹은 여행자였다면 또 어떠했을까 그것은 지극히 혼자 곧 망각할지도 모르지만 온전히 자신만의 것으로 공감하지 않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종교가 없는 나는 리호이나키가 진정 신앙인이 되는 순례자가 뭔지는 모르겠다 다만 성스럽다는 것은 두발로 내몸으로 한발 한발 몸의 고통과 피로 때때로 경이로운 자연이 새롭게 다가오는 그것이 신앙과 신앙인 이지 않나 하는 오해를 해보다

걷는 행위를 하는 두발달린 짐승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았다 하지만 깐깐하거나 규칙적인 것을 불편하는 사람으로써 매일 정해진 거리와 가고자 하는 장소를 가야만 하는 것이 딱딱하기만 하다 나 역시 산티아고길을 한번 걷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 이에 안졸라가 그러네

-걷는데 왜 거기까지 가야돼

그러게 나 역시 노출된 이미지를 소비하려고 하는 것일거다 정부가 나서서 홍보하는 이제는 더더욱 잘팔리는 상업관광지가 되어버린 산티아고길에 사람은 더 빈번히 만날것이고 숙소는 더 현대화 될것이고 길은 더 정비되어졌을지도 모르는 그 길에 내가 리 호이나키처럼 역사적 지식도 없이 재미와 경이로움을 느낄만큼 충만할까 아닐 것이다 온몸으로 걷는 그 단순반복행위 -그것을 리호이나키는 신앙의 한형태로 흡수한다 –에서 오는 몸의 고통을 본연적으로 욕망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내가 굳이 그곳을 욕망할 이유는 없을지도 모른다

비트겐슈타인은 이것을 아주 잘 표현한다 지식은 육체와 분리된 정신에서 나오지 않는다 지식은 일종의 사회적 생산물이다 그것은 여러 가지 삶의 형태에서 나온다 이러한 삶의 형태들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집단행동을 통해서 도달하는 의미에 의해서 형성된다 이러한 행동은 현실적이고 육체적이며 역사적이다 내가 카미노라는 공동체에서 겪고 있는 그런 종류의 행동들이 바로 그런 것이다. p181

잡설)

1 글쎄 자전거란 기계?를 이용하는 이들과 두발을 이용하여 순레하는 사람들이 응당 차이가 있을 수 있을것이다 수단이 다르니까 하지만 그 이면에 인격?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있다고 항변하고픈 자전거족중에 하나다 -책에서 도보자인 그에게 최신형 복장과 자전거족들은 배려없이 무례를 범하는 존재로 인식?된다

2 목적지에 도착한 그가 급작스레 우울을 이야기한 것에 대해 좀더 깊이 진실?되게 들여다보아 할애를 했었음 하는 아쉬운 여백이었다 그 우울은 허무나 고독 혹은 피로의 일종인지 궁금한 개인적 이유에서다

3 가끔 길위에 있다 비를 만나면 젖지 않으려 저항하면 불편하다 저항을 멈추고 비가오니 젖는 것이 당연스레 받아들이고 행하는 순간 속박이 풀리고 시원함과 자유로움을 느꼈던 것 같다 이 행위는 일상에서 가끔 비가오면 젖을 신발을 벗고 아스팔트위를 걸어 귀가한다 가끔은 시원하고 달구워진 아스팔트 열기로 가끔은 따시다 아스팔트나 흙과 신체 사이의 매개체 문명의 신발에 길들여진 발이 가끔은 아프다

4 발바닥 사랑(박노해)

사랑은 발바닥이다

머리는 너무 빨리 돌아가고

생각은 너무 쉽게 뒤바뀌고

마음은 날씨보다 변덕스럽다

사람은 자신의 발이 그리로 가면

머리도 가슴도 함께 따라가지 않을 수 없으니

발바닥이 가는대로 생각하게 되고

발바닥이 이어주는 대로 만나게 되고

그 인연에 따라 삶 또한 달라지리니

현장을 딛고 선 나의 발바닥

대지와 입맞춤하는 나의 발바닥

내 두 발에 찍힌 사람의 입맞춤

그 영혼의 낙인이 바로 나이니

그리하여 우리 최후의 날

하늘은 단 한 가지만을 요구하리니

어디 너의 발바닥 사랑을 조 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