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을 느낀다는 것. .. 그것은  내게 특별한 감정이다.  타자의 입과 눈, 행위를 통해서  인식하게 된 부끄러움이 아닌 스스로의 행위를 기억하고 자각하고 있는 상태에서 시간이 흐른 후,  소위 재평가되는 시점에서의 부끄러움.  난 그것을 종종 맞닥뜨리는 지워내지 않고 수정하지도 않는 기록되어 있어 숨쉬고 있는 문자가 품은 감정에 느낀다.   그럼 난 왜 좀더  조심하고 신중하게 수정하는 과정을 갖지 않는것일까?  그에 대한 질문의 여러가지 감정들을 생각해보면서 책속의 문신을 새기는 여자의 문장을 불러온다.

"육체에 새겨진 글귀는 그걸 새겼을 당시의 절박한 상황을 충분히 짐작하게 해준다. .. (중략)...역으로 문신에는 앞으로 감수해야 할 삶의 시련들까지 포함되어 있다.  육체와 그 위에 새겨진 글귀 사이에 공존하는 어떤것 그것은 아름다운 상처, 혹은 고통스런 장식이다.p27

세상에 여자라는 배경의  간질과 태어나 그 어떤 남자라도 여자로 감정을 자아내지 못하는 기괴하고 안생긴 외모의  문신을 가진 여자가 사람들의 피부에 문신을 새겨준다.   여자의 반대는 남자라고 인식되어지는 세상에서 여자라는 의미를 상실한채 살아가는 이 여자에게 삶은 비릴수 밖에 없어 보인다.   어쩜 다른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는 여자들보다 삶이 주는 크고작은 칼부림에 노출되어져 피를 흘릴 수 밖에.   그 반대편의 남자세계에선 약함의 상징인 하얀 피부라는 외모의 문신을 가지고 태어나 삶으로부터 역시 칼부림을 당한 남자가 있다.     여자는 골리앗 거미처럼 강함을 구하러 온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삶에 새겨지는 문신을 생각해본다.   감정에 혹은 몸에 문신을 새기는 것. 문신이 좀더 확고한 자신의 감정이나 일시적 강요에 의한 새김이라면 삶에 새기는 무수한 문신들은 알게 모르게 새겨지며 거의 모든것들이 퇴색해져 사라지고  일부는 죽을때까지 나와 함께 살아간다.  내가 살아온 과거를 증명하기도 하고  미래의 운명을 암시하는 지워지지 않는 문신으로 말이다.   내가 어느 순간 부끄러움을 느낄지 모르지만 수정하지 않은채 기록들을 두고 있는 이유는 어쩜 삶의 불가피, 불확실성, 현시성같은 맥락때문인지 모르겠다.

9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야기는 온통 비릿한 육식 동물의  냄새에서 향극한 초식의 동물과 풀밭을 지향하는것 같다. 삶은 육식의 약함과 강함으로 생존하고 빨갛고 비린 피비린내 나는 파닥거리는 생명을 취하는 굶주린 동물들의 장場이지만은 않을것이다.   일생 동안 5억번의 숨을 쉬는데 모든 동물들이 자신의 일생에 육식동물이건 초시동물이건 코끼리나 지나 똑같이 그러하다는 풀냄새가 난다는 미연의 말속에서 자신의 등뼈를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하는 인간이 우매함으로 폭력과 남성, 고독을 휘두르다 자신의 등뼈를 안아줄수 있는건 자신이 아님을 알아가는 한 존재에서 스스로 경계물을 허물어 철길을 넘는 나에게서 삶의 비린내가 아닌 향기를 맡고 인간으로 하여금 마치 식성을 빠구길 유도하는 것 같다.   삶이 피비린내 나도록 치열한가? 내가 가진 문신이 나를 힘들게 하는가?   그것만이 삶의 전부가 아닐것이다.  그렇다고 살고 있는 내 모습에서 그렇게 살아남은 사람들의 모습속에서 우리는 귀신같이 알아챈다.  피비린내를 묻히며 신음하고 있는 아픈 인간이라는걸. 

날것의 삶들을 보여줘서 그런지 이 책에서도 온통 거북한 비린내에 빗댈만한 불편의 냄새가 나는 이야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