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먼저 이 책은 이미 그들?이 이룩한 자유와 풍요를 누리고 있었던 우리에게 익숙치 않고 불편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지금의 체바퀴 돌듯 바쁘게 살며 여유없는 우리들, 거의 여성과 20대 청년들이 비정규직이라는 이 나라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새로이 다가 올 수도 있는 책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음습하고 폭력적이고 우울한 공장촌에 술과 폭력을 일삼는 남편이자 아버지를 가진 어머니와 아들이 아버지의 죽음을 맞는다. 그곳은 시간을 삼킬뿐만 아니라 삶의 생명과 피를 빨아들여 인간으로 하여금 더 나은 삶이 가능하다는 사고를 감히 할 수 없게하고 불행이 우리 모두에게 있는 으례 그런것이라며 다만, 숨만 쉬게 한다.   아들 빠벨 역시 그의 환경과 아버지와 같이 술과 끊임없는 노동, 갖가지 폭력성을 보이지만 언제부턴가 이 모든것을 중단하고 아주 낯설게 어머니에게 인식되어진다.

진실을 알고 싶어서 두려움에 맞서 배우고 이해하는 삶을 선택한 노동자 빠벨은 이렇게 자신을 변화시키고 주변은 물론 어머니를 변화시켜 그와 같은 혁명가가 되게 한다.

-우리 노동자들은 배워야만 해요. 우리는 알고 이해해야만 합니다. 우리들이 삶이 어째서 그렇듯 고통스러운가를 말입니다. p32

이 아주 낯설은 말들과 생각들과 함께 어머니에게 기쁨을 느끼며, 좋은 일이 있는 삶을 살아왔냐고 묻지만 어머니는 그저 금지된 것들을 생각하고 행동하는 아들이 걱정되고 두렵다.   사랑하면서 우려되는 아들의 이야기와 행동으로 어머니는 자신의 기쁨과 행복없는 불행하고 두려운 삶을 자각하게 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과연 배를 채우는 것만이 우리가 바라는 유일한 것일까요?....(중략))우리는 다만 배 채우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가치있는 인간으로 살기를 원하고 엄격한 인간, 그 자체인것입니다. p51

아들과 아들이 만나는 이들은 사회주의자들이다.   이 나라에서 태어난 내게, 어떤 경로로 들어왔는지 모르지만 여전히 말하고 행동하는데 두려움을 일으키는 사회주의. 공산주의, 빨갱이... 북한이란 단어들이 줄줄이 연상시키게 하는 책이다. 아직도 무상급식을 운운할때 빨갱이 생각이라는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 이 사회에서 어쩜 당연한지 모르겠다.   언제쯤이면 내게서 이 두려움이 뿌리채 뽑힐까. .. 이 책은 내겐 여전히 치유되지 않은 두려움의 대상인 사회주의사상을 받아들인 러시아의 노동자들이 그들의 삶을 인식하고 인간적 삶을 위해 투쟁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당사자인 빠벨뿐만 아니라 나처럼 두려움에 떨고 지켜보는 어머니를 새로 살게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인간을 해방시켜 줄 수 있는건 오직 이성이며 신을 부정하는 조금은 차가운 아들빠벨과 달리 어머니는 그 위대한 어머니와 걸맞게 선한 신이 내리는 은총과 보살핌을 바라며 가슴과 영혼으로 아들을 따르는 따스하고 넓다.

젊은 혁명가 빠벨의 모습에서 우린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진리를 찾는 진지하고 용기있는 사람이어야 하고 시대를 이끌어가야 할 사람들임을 보여주기도하다. 이런 삶은 소설이 씌어졌던 당시나 지금이나 결코 쉬운 삶을 살아가는 이는 하나도 없는것 같다.   내가 학교다닐때도 데모하는 학생은 부모생각도 안하고 하라는 공부도 안하는 못된 녀석들이었다. 지금? 최근에도 내부고발자, 수능을 거부하는 학생, 옳지 못한 대학을 거부하며 자발적 자퇴, 혹은 변화를 이끌겠다고 선언하는 이들의 삶을 지켜보는 지금의 내 시선, 우리의 시선은 달라졌을까? 그래도 책의 마지막 부분처럼 이들에게 희망을 본다. 내게도 스스로, 혹은 그 무엇으로도 매수당하지않는 인간들로 인해 희망을 심고 싶어진다.

-모든 사람들을 비추어 줄 빛이 삶속에 있고 또 때가 되면 그 사람들이 빛을 발견하고 그것을 영혼으로 감싸게 되리라는 것을 당신은 알고 있잖소?p633

잡설) 빠벨과 같은 혁명가를 둔 어머니라면 난 얼마큼 진실과 진리를 구하고 현실을 받아들이고 두려움을 극복하며 아들에게 또 다른 사랑을 줄 수 있으려나... 참.. 못났지만 자신없다. --;;; 그러나 분명한건 자식들이 부모세대를 부끄럽게 여기는 그런 세대는 되지 말아야 할텐데..
지금 우리 인간의 삶을 훔치는 것들을 생각해보게 한다. 책에선 착취당하는 노동력과 폭력적인 삶이지만 현대인들에게는 가짓수가 더 많아졌을것이다.   인간의 영혼이 그 무엇에 의해 지금 이 순간에도 죽임을 당하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