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집필해보자고 생각했던 저자의 생각으로 탄생된 판타지 연애소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제목부터가 상당히 독특하다. 밤에는 젊은 여성 혼자 돌아다니기에 위험할법한데 걸으라니... 조금은 의아한 생각을 갖게 만드는 제목 아닐까?

더군다나 도도하면서 여유롭게 걷고있는 여성과 달리 뭔가 불안정해보이며 걷는 남성, 그리고 앞서가는 여성이 한소에는 사과를 들고 다른 한손으로는 물고기를 가방삼아 메고 가는 그림, 상당히 독특하고 묘한 호기심을 갖게 만든다. 판타지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서인걸까? 현실과는 조금 동떨어진듯한 상황의 연출... 그로 인해 호기심을 자아내고 시선을 끌게 만드니 책에서 언급한 판타지적 요소가 제대로 자리를 잡은듯하지만..

이책은 총 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그와 그녀라는 두 인물을 내세워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몽환적인 느낌이 나는 유쾌발랄한 연애소설? 좌충우돌 한 남자의 사랑이야기? 독특한 상상력의 세계에 빠져보는 시간!

그녀를 쫓게되는 그의 이야기의 시작은 사랑의 서막을 알리는 그와 그녀의 만남에서부터이다. 그다지 친하지는 않은 선배의 결혼식 피로연. 그곳에서 그는 자신의 마음을 가져가게되는 그녀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채 그녀의 뒷모습만 하염없이 응시하는 연약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짝사랑하는 그녀가 가는 길을 조심스레 따라가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그녀와는 달리 엉뚱한 일을 당하고 괴로운 시간을 보내지만, 변함없이 그녀의 뒤를 따라다니고 사랑에 빠진 강인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녀의 주위를 배회하기에 그녀의 눈에 띄기라도 하면 우연히 가다가 만나게 되었다고 얼버무리기에 바쁘고, 눈은 그녀를 쫓기에 바쁘다. 원하는 사랑을 쫓기에만 바쁜 나약한 남자. 이정도의 이야기만 들으면 '뭐야? 수줍은 남자의 짝사랑이야기야?' 라고 생각하며 여느 로맨스소설과 다를바 없을거라 여기기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평범할지 모를 그와 그녀이지만 주변요소들은 독특하다.

공중부양을 하는 대학생이나 하늘을 날아다니는 전차를 타는 수수께끼 노인, 괴팍왕이라는 이상한 연극이나 그의 입속을 불나게 만드는 공간이 되는 헌책시장에서 그의 노력을 헛되게 만드는 헌책시장의신 등 독특함이 묻어나는 소재들이 등장한다.

사랑으로 인해 한없이 용감해질 수 있고 무모할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와 그런 그의 사랑의 장애물이자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등장하는 갖가지 요소들. 순애보적인 사랑+독특한소재의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이야기.

전혀 연관이 없을듯 싶으면서도 봄,여름,가을,겨울 계절이 변하듯 다양성을 보이는 이야기.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알아가는 사랑이야기.

왜 어떤 노래 가사에서 사랑은 마주보는게 아니라 같은곳을 바라보는 것이라 했듯이 어찌보면 서로 다른곳을 바라보고 있는것 같은 그와 그녀지만 실상은 묘하게 같은곳을 바라보며 가까워진다. 읽으면서 웃음이 샘솟고 행복한 사랑을 꿈꾸게 하던 책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정말 어린시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었던 것처럼 호기심이 샘솟고 묘한 흥미를 줬던 책과의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