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에세이, 요리책, 시 이런것에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긴 하다. 그보다는 센 스릴러, 추리 이런 장르를 훨씬 더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고 두 권중에 하나를 고르라 하면 당연 알려진 작가의 에세이보다는 모르는 작가의 스릴러를 선택하는 편이기도 하다. 그래서 망하기도 했다. 실제로 대충 짜여진 플롯의 스릴러나 느슨한 전개로 굴러가는 추리는 지루함을 느끼기 마련이고 다른 어떤 책보다도 별로다 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인고로.

 

그런데 에세이에다가 요리 설명책인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것은 아마도 공지영이라는 작가 이름에 이끌려서일수도 있겠다. 그 전까지는 그냥 유명한 소설 작가로만 알고 있었다가 성이 각기 다른 세아이의 엄마나라는 사실을 알고 그 이후로 그녀가 다시 보였던 계기가 되기도 했었다. 아아 하나를 키우는데 드는 돈이 얼마라고 했던가. 온 마을이 힘을 합해도 한 아이를 키우기 힘들다고 했었던가. 그런 아이를 셋씩이나, 그것도 아빠가 있는 것도 것도 아니고 혼자, 그것도 각기 다른 아빠를 가진 아이들을 키우기란 좀처럼 흔한 일도 아닌데다가 상상으로라도 쉽지 않은 일임에 틀림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녀가 딸에게 주는 레시피라 어떤 음식 이야기가 실려있을지 궁금했다. 그리고 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어떤 말일지가 궁금했다. 우리엄마가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하고도 비슷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물론 나는 그녀의 딸 세대보단 그녀에게 더 가까운 세대이긴 하지만 말이다.

 

또한 작가들이라고 하면 전혀 요리와는 관련이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직업 중에 하나인데 그런 그녀가 레시피라는 말을 하자니 신기한 생각도 들었다. 작가도 직접 요리를 해먹는구나하는 생각도 들고 아이들이 있으니 해서 먹기도 해야겠다라는 생각도 들고. 그렇다면 그녀의 요리실력은 어느 정도이며 어떤 요리를 자신의 딸에게 추천하고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사실 요리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리고 잘 하지도 않는다. 물론 잘 먹지도 않는다. 일이 없으면 그냥 귀찮아서 굶거나 집에 있는 것을 찾아 먹고. 내가 그런 생활을 하게 된 데이는 열심히 식량을 실어 날라 주시는 엄마가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레시피라고 해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요리책을 생각하면 안 된다. 요리책에 당연히 있는 재료, 이런 것을 알려주는 것도 없고 자세한 설명과 함께 과정샷이 나오지도 않는다. 그저 집에 뭐뭐 있지? 아니면 집에 가는 길에 뭐를 하나 사가렴 이런식으로 설명을 한다. 만드는 과정도 비슷하다. 무언가 하다가 모를때 엄마찬스를 사용해서 전화를 하면 엄마가 알려주듯이 이렇게 하고 저렇게 그렇게 하면 되지? 이런 식이다. 과정샷은 둘째치고 완성샷도 나오지 않는다. 그저 이럴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그려진 일러스트가 있을 뿐. 그럼으로 인해서 독자들은 마음껏 자신이 만들 또는 만든 음식을 상상할 수 있게 된다. 과연 내가 만들면 어떤 음식이 될까 하면서 말이다. 따로 사는 딸아이를 위해서 설명했기 때문에 복잡하고 귀찮은 것은 전혀 없다. 일품요리라 할지도 모두 간단하게 만들수 있게 되어 있다.

 

그중 가장 관심이 갔던 것은 어묵두부탕. 된장과 고추장으로 맛을 낸 국물에 무와 오뎅과 그리고 두부. 무와와 오뎅의 궁합이야 뭐 원래부터 환상적인 조합이지만 두부가 들어가서 맛이 어떻게 달라질지, 그러고 된장과 고추장으로 맛을 낸 국물맛이 어떠할지 궁금해진 것이다. 만들기도 간단하지만 그 맛에 더욱 홀라당 넘어가버렸다. 일단 이 더위가 물러가고 나면 꼭 한번 해 먹어 보리라고 생각하게 된 요리중의 하나. 공지영 작가는 자신이 두부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두부가 여기저기 들어가는데 그것이 왠지 더 좋았다. 거창한 요리재료가 아니어서, 우리가 흔히 수퍼에 가서 사오는 재로들이어서 그것이 훨씬 더 정감있고 좋았다. 각종 요리프로에서 나오는 것처럼 정갈하게 짜여진 것이 아니라 그냥 집에 있으니 그것을 넣으라는 그런 말들이. 그리고 또 그녀의 딸에게 해주는 말이기도 하지만 요즘을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해주는 말인것 같아 그것이 더욱 힘을 나게 했다.

 

제목은 분명 딸에게 주는 레시피라고 적혀 있는 데 나는 언니가 한 명 있어서 그 언니에게서 이러저러한 말로 위로를 받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느낌을 남자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남자들보다는 오히려 여자들에게, 정말 누구든지 읽어보라고, 특히 마음이 아픈 날, 우울한 날, 그리고 힘든 날 읽어보라고 더욱 강조해주고 싶은 책 한 권. 근데 시금치는 진짜 삶지 않고 그냥 날것으로 샐러드를 해 먹어도 되는걸까??  처음에 나왔지만 끝까지 궁금했던 한 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