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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보는 청소년 문학이다. '남쪽섬티오'를 읽은 후로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물론 얼마전에 읽었던 '434번지 파란무덤'도 청소년 문학같은 느낌을 내던 소설이기는 하나 정확히 이 책은 출판사에서 청소년 문학이라고 규정을 지었기 때문에 눈높이를 낮추어 학생인냥 생각하고 읽어보기로 했다. 요즘 아이들은 어떤 책을 읽는지 모르겠다.

한동안 조카들 책선물을 해줄때는 아이들 책 위주로 봤고 지금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은 읽는 책은 가끔 가다 책상위에 놓인책을 볼때도 있긴 한데 관심을 두지는 않았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아이들이 아니 청소년들이 어떤 형태의 문학들을 읽는지 대략 짐작은 갔다. 일단은 자신의 또래가 주인공인 책들을 읽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는 듯 하다. 그리고 지금 현실에서 가능한 일이면서도 또한 일어날 수 없는 판타지 느낌의 그런 글들. 적어도 소설이라는 장르안에서는 그런 듯 하다.

이름도 귀여운 알음이. 책속에서는 주로 '나'로 표현되는 아이. 이름이 귀여워서 한번 들으면 잘 잊혀질 것 같지는 않다. 그런 나와 가장 친한 친구 소희. 둘은 빈집에 가서 귀신을 만나 계약을 하면 소원을 들어준다는 말을 믿고 빈집으로 간다. 사실 소희는 평범한 집안의 아이고 언니들이 있는게 싫다고는 하지만 내 입장에서 보면 그 아이만큼 좋은 환경에서 있는 아이도 없는 것 같다. 그에 비해 나는 소희보다는 훨씬 부자인 부모를 두고 그래서 부족함 없이 살고 있지만 사실 소희가 모르는 것이 하나 있다.

아빠가 언젠가 아이를 한명 데려 온 것이다. 물론 아빠의 아이는 아니고 돌봐주려고 데려 온 아이랬는데 엄마는 그 아이를 모른척 하고 결국 할머니가 그아이를 돌보기 위해 오셨다. 그날 이후로 나는 엄마 얼굴을 못 봤다. 방에서 문을 닫고 나와는 한번 얼굴도 마주치지 않고 작업만 하는 엄마. 물론 그것이 사실이 아닌 것은 나중에야 판명났지만.

이 이야기는 나와 친구 소희 그리고 소희가 좋아하는 남자아이 율- 진짜 이름이 신율이라는 것은 한참 후에야 알았지만- 그리고 내가 조금은 동경하는 대상 처럼 느끼는 노는 아이, 나비. 그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소희는 율이라는 아이가 자기 또래와는 무언가 다른게 있다면서 그를 좋아하고 그와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무슨 주문까지 외우며 그에게 매달리고 있다. 그는 피겨를 수집하면서 팔기도 하는데 그것을 계기로 나는 소희와 율을 이어주기보다 오히려 그 아이에게 더 빠져들었고 그아이와 피겨라는 소재로 더 가까와졌다. 그것을 오해한 소희는 나와 거리를 두고 그 사이를 파고 든 다른 아이들과 무리를 이루어 다니기 시작했다.

학창시절이라는 것은 특히나 중고등학생 때에는 친구가 가장 우선인 줄 알고 다니던 시절이었을 것이다. 엄마 말은 듣지 않아도, 믿지 않아도 친구말은 철썩 같이 믿는.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친구를 우선시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내가 학생이었던 때와 크게 다른 것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싶다. 이렇게 말을 하고 있는 나는 지금 그때 당시의 친구가 없다. 가장 친한 친구가 대학때 만난 친구이고 그 친구에게는 고등학교때의 친구가 있는 걸 보면서 살짝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오래된 친구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때도 가끔 있기 때문이다. 분명 학교 다닐때는 친하게 지냈던 아이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중학교때 친구들은 나 혼자 다른 고등학교를 가게 되면서 멀어져 버렸고 고등학교때는 친하게 지냈다기 보다는 같이 청소를 하는 아이들이 있었고 키가 크다는 이유로 몰려다니던 친구들이 있었지만 직업반 아이들이 있어서 친하게 다니지 못했고 그 동네 아이가 아니라 버스를 타고 멀리까지 다녀야 했고 야자를 하지 않아서 친하게 지낼수가 없었다. 공부도 많이 잘하는 편도 아니면서 왜 그리 사람들을 적으로만 대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부럽긴 했다. 그래도 알음이에게는 소희가 있으니까. 티격태격하긴 해도 그런 친구가 있으니까 오늘도 알음이는 씩씩하게 잘 살아갈 것이라고 그렇게 믿어 보기로 한다. 조금은 틀어져 버렸지만 율과는 관계도 좋은 친구로 남고 나비라는 친구와도 잘 지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