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 관심이 가는 작가가 한 두명쯤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작가와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도 한 둘쯤은 있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 중에는 일본작가가 둘 있다. 하나는 에쿠니 가오리 그리고 하나는 미야베 미유키이다. 이렇게 딱 둘만 꼽다고 내가 읽는 수많은 일본작가들의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단지 더 특별하게 생각되고 특별한 때에 기억에 남아서 더 관심이 가는 것 뿐이다. 그중 미야베미유키는 '모방범'으로 접하고 '화차'로 발전한 후 에도시리즈로 만개해서 '솔로몬의 위증'을 비롯한 최근 작품 '형사의 아이'까지 진득하게 같이 하고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이 작가의 작품을 선택한 데에는 일단 내가 먼저 마음에 두고 있는 작가이기도 했지만 북스피어에서 나온 에도시리즈가 너무 이뻐서 반하기도 했고 이쁜 것 뿐 아니라 미미여사의 다른 모습을 볼 수가 있어서 새로운 작품이기도 했고 책을 통해서 조중한 이웃을 만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더욱 의미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에 비해 미미여사의 초기작들은 보지 못해서 낯선 경우가 많다. 특히 단편들이 많은 작품 같은 경우에는 내가 전에 읽었던 - 길면 세권도 되는 그런 긴 호흡의 작품들 - 작품들과 달라서  이런 작품도 있었구나 하고 신기해할때가 종종 있다. 그녀의 작품은 일정하지 않다. 어렸을때 가지고 놀던 얌체공이라고 하던가 조그마하게 생겨서 고무의 탄성이 좋아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 공처럼 궤적을 종잡을수가 없다. 화차처럼 사회적인 분위기의 깊이 있는 소설을 쓰는가 하면 형사의 아이처럼 추리물이지만 약간은 가벼운 느낌이 나기도 하고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해서 또 한편의 역사물을 쓰기도 한다. 이번책만 해도 그렇다. 전혀 생각지 못했었다. 보통 이런 종류의 책들은 가모우 저책사건이 아니라 저택 살인사건이라는 식으로 적나라하게 표헌하는 경우가 많은데 원제를 봐도 그냥 사건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살인같은 이야기는 나오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가볍게 보기 시작했다.

 

대학시험을 보기 위해 도쿄로 올라와 호텔에 묵는 다카시. 이미 한번 떨어진 적이 있어서 그의 마음은 무겁다. 공부도 잘 되지 않는다. 그러다가 이상한 한 남자를 보게 된다. 어떤 음산한 기운을 가지고 있는 그. 그는 2층 복도 비상구쪽에서 잠간 사라진다. 다카시는 그 아저씨가 떨어진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해서 미친듯이 찾지만 그는 아무데도 없다. 그는 어디로 간 것일까. 찾다가 포기한 그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려고 하지만 엘리베이터에서 그 사람을 다시 만난다. 어디서 나타난거지? 다카시가 묵고 있는 호텔은 예전에는 가모우 라고 하는 대장군부의 집이었다고 했다. 그것은 과연 다카시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작가는 내용상에서 시'간을 달리는 소녀'나 '빽튜더퓨'처를 언급하고 있다. 모두 시간과 관련된 영화들이다. 시간을 거스르는 자. 아마 이 책이 더 나중에 쓰여졌다면 '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언급되엇을지도 모르겠다. 너무나 흔한 소재인 타임슬립으로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리고 사람을 통해서 과거로 간 다카시가 현재로 돌아오려면 그 사람의 존재가 절실하다. 과거로 돌아간 다카시가 다시 현재로 돌아올수 있을까.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때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바뀌지 않을까.

 

타임트래블러인 아저씨도 많이 시도해 본 여러 이야기들. 큰 재난을 막으려고 했지만 결국은 그와 비슷한 재난이 또 일어나 결국은 역사는 그대로 흘러간다는 이야기. 큰 사건이 아닌 작은 사건의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그냥 역사상에서 별로 중요하게 여겨지지도 않을 일반 사람 하나만 살린다면 그럼 그 사람을 대신해서 누가 죽어야만 하는 것일까. 나도 과거로 가고 싶어졌다. 다시 이 셰게로 오지 못할지라도 과거로 가고 싶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뭐 조선시대에 양반집 따님으로 태어나게 해달라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단지 딱 이십년전으로만 돌아간다면, 그럴수만 있다면, 그렇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