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릿은 2,30대의 일과 사랑을 그린 이야기로 이 책의 분야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고 넓게 보자면 십대들과 관련된 사회와 문제들을 다룬 영 어덜트 소설로 보면 될 것 같고 세부적인 분야로 나눈다면 십대들의 사랑이야기를 전문으로 다루는 하이틴 로맨스라고 보아도 좋겠다. 즉 십대들의, 십대들을 위한, 십대들의 이야기라는 소리다. 

 

그렇다고 해서 십대들만 보아야 하는가하면 그것도 아니다. 십대의 딸이 있어도 무방한 나이의 내 나이대가 읽어도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나와는 또 다른 환경에서 자라는 저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 때로 되돌아간다면 이런 삶도 재미나겠는데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더구나 작가가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미국계 한국인인 까닭에 배경은 미국일지라도 그 사고방식이나 생각이나 소재들이 한국적인 이미지가 남아있어서 그들의 세계를 조금은 더 잘 이해하게 된다. 작가와 마찬가지로 주인공인 라라 진도 한국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정확히는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다. 할러윈 때는 자신이 누구인지로 분장했는지 물어보는 사람들을 피해서 동양적인 캐릭터를 선택해야만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그 외에는 겉모습만 다를 뿐 저들과 비슷하게 살아간다. 

 

외할머니가 한국인이어서 '추석'이라는 명절을 지키고 집에서 한국 음식을 가끔 해먹기도 하는 등 한국이라는 이미지를 잃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도 보인다. 엄마가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조금은 더 한국적인 모습이 많이 보였을 텐데 그것은 조금 안타깝지만 미들 네임에 엄마의 성인 '송'을 넣을만큼 한국을 각별히 생각하는 것은 있다. 아마 다른 나라의 작가였다면 이렇게까지 설정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고와 라라 진 그리고 캐서린. 이른바 송 시스터즈다. 엄마가 안계셔서 언니인 마고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 가정은 언니의 대학입학을 계기도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게 된다. 가까운 곳도 아닌 다른 나라로 대학을 가버린 언니. 

엄마 대신이었던 언니가 가고 나니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책임은 라라 진에게 맡겨진다. 그렇다고 하루 아침에 잘할수는 없는 법. 운전을 해서 마트로 가다가 신호위반을 하고 사고가 난다. 그런 그녀에게 나타난 것은 학교 친구 피터. 그대만 해도 이런 관계가 될 줄 몰랐을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고이고이 써서 간직해 온 자신만의 비밀 편지가 각 상대방에게 보내지고 피터도 그 편지를 받는다. 라라 진은 언니의 남자친구였던 조쉬 오빠에 대한 마음을 숨기려고 피터와 이른 바 계약연애를 하기에 이르는데 이들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딜까. 

작가는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고 거기서 '계역연예'라는 소재를 얻었다고 했다. 십대들에게 이 단어가 쓰이니 조금 어색하기는 하지만 요즘 십대들에게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시리즈는 이 이야기를 시작으로 피터와의 관계가 조금 더 진전된 [P.S:여전히 널 사랑해]로 이어지고 아빠의 재혼이야기와 자신의 대학 이야기를 그린 [언제나 그리고 영원히, 라라 진]의 마지막 이야기로 완결된다. 첫번째 이야기를 읽었다면 분명 라라 진의 뒷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시리즈로 찾아보게 될 것이다. 십대들의 통통 튀는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킵해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