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왔다. 보노보노. 김신회 저자의 [보노보노처럼 살아서 다행이야]를 읽은 후로 이 동물 가족과 친구들이 좋아져버렸다. 무심한 듯 시크한 듯 그러면서도 따스한 말들이 모여서 사람의 마음을 달래주는 이야기. 그들의 세상은 분명 우리와 다르고 그래서 이해하지 못할 부분도 있는데도 그들의 일상은 우리네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는 상담자로써 돌아왔다. 사람들이 사는 세상도 모르면서 어떻게 상담을 할 수 있겠느냐고 생각하지 말라. 그들이 하는 말들은 출구없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계속 물고 물리는 답변들을 늘어놓지만 그  속에 숨겨진 하나의 의미가 우리 마음속에 콕 박힌다. 그들이 문제 해결을 완벽하게 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우리의 문제를 고민하고 의논하는 것을 읽음으로 무언가 앓던 이가 빠진듯 하고 십년묵은 체증이 가라앉는 느낌이 든다.

 

아니, 그래도 지겨울 때는 지겨울 것 같아.

지겨워지면 어떻게 해?

관두고 싶거나 아니거나. 

관두고 싶지 않다면? 

계속하는 수밖에 없겠지. 

관두고 싶다면?

관두면 되는거야. (182p)

십대부터 오십대까지 남녀를 가리지 않고 받아든 질문은 <신은 있습니까?> 라는 심오한 질문부터 <도저히 토마토를 못 먹겠다.>는 간단한 질문까지 천차만별로 보노보노들에게 주어진다. 그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대답할까.

 

담배를 끊지않는다고 뭐라 하는 정형외과 의사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싶다.>는 질문을 받아든 그들은 막상 담배가 무엇인지 모른다. 포로리에게 물어서 풀을 태워 연기를 들이마시는 것이라고 답을 얻어내었지만 들여마셔서 뭐해?라는 질문이 되돌아온다. 포로리는 다시 내뱉는 거야. 라고 알려주지만 그들은 화통하게 웃어 제낄뿐 담배라는 것 자체에 대해서 큰 관심은 없다. 

 

하지만 본때를 보여주고 싶다는 상담자의 질문에 그들은 명쾌한 답변을 내어 놓는다. 일단 담배를 끊고 의사에게 가서 '나, 담배끊었어요.' 한 다음에 그 앞에서 다시 담배를 피우면서 '다시 피우기로 했지롱.' 하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원래 아팠던 허리가 담배를 피우니까 나아졌다고 하라는 것인데 본때를 보여주기 보다는 왠지 의사를 놀리는 듯 한 기분이 든다. 그들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았는지 실제로 하지는 않겠지 하면서 몸을 사리지만 아마도 이 문제를 가지고 있던 상담자의 마음은 크게 밝아졌을 것이다. 한바탕 크게 웃었을까. 

 

사람들에게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아마도 '돈'과 '직업'에 관련된 문제일 것이다. 본문 속에서도 그러한 내용들이 많다. 정작 보노보노들은 돈이라는 관념이나 직업이라는 관념에 대해 명확한 정의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저 자연에서 먹을 것을 구하고 유유자적하게 살아가는 그네들이 무슨 돈이 필요하겠는가. 

 

그럴지라도 그들은 최선을 다해서 상담자의 입장에서 즉 사람들의 입장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을 것이다하는 것을 자신들의 입장에 비유해서 이야기해주고 자신들만으로도 결론이 나지 않을때는 너부리네를 찾아가거나 야옹이 형을 찾아가는 등 자신들의 친구들을 이용해서 답변을 내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가 이들에게 의뢰한 상담들은 명확한 답변을 얻으려 함이 아니었을 것이다.단지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다르게 보인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군다나 그들은 인간과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들의 조언을 구한 것이다. 그들의 상담은 너무 핵심만을 꼭 집어서 이렇게 하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물에 물탄듯 술에 ？C탄듯 흐리멍텅하기도 하며 때로는 황당하기도 하다. 

 

그러면 어떠한가. 상담을 의뢰한 사람은 나자신이 고민하고 있던 바를 내려놓아서 좋고 또 보노보노들은 사람들에 대해서 더 알아가는 시간이 되어서 좋았으니 그로써 되었다 싶다. 마지막으로 연재를 계속해야 할까요?라는 작가의 고민에 보노보노들은 어떤 답변을 내놓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