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를 안고 태어난 자식도, 시속 100킬로미터로 수도고속도로 측벽을 들이받고 죽은 자식도, 마음의 병을 앓은 오카무라 세이지도, 늙어서 악귀로 화한 자신도 적어도 제 부모에게는 하늘이 점지해준 운명이라고 본다면, 조커라는 말도 모노이가 받아들이지 못할 표현은 아니었다.(242p)

 

여기 지극히 평범한 다섯명의 남자들이 있습니다. 자신의 뜻대로 일을 할 수 없는 현직형사, 노년의 약국주인, 장애인 딸을 키우는 트럭운전수, 고아출신의 선반공 그리고 재일조선인 신용금고 직원까지. 저마다 직업도 다르고 생활환경도 다른 이들이 만나게 된 곳은 바로 경마장입니다. 

 

큰돈을 투자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소소하게 기분전환을 위해서 돈을 걸고 때로는 대신 마권을 사주기도 합니다. 그런 그들이 하나의 팀으로 뭉쳤습니다. 팀명 레이디 조커. 하나의 팀으로 모인 이들이 벌일 일은 '납치'입니다. 

 

곧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는 맥주회사의 사장을 납치할 계획은 세운 레이디조커. 물론 그들이 원하는 것은 '돈'이지요. 단지 사장만이 아니라 그의 회사에서 만들어내는 모든 맥주까지도 포함해서 인질로 잡은 그들은 무사히 자신들이 원하는 돈을 받을수 있을까요.

 

생각보다 세세하고 자세한 묘사들로 인해서 작가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치과의사가 일을 하는 부분에서도 전문적인 용어를 써가면서 자세하게 설명을 하고 있고 그런 장면은 선반공의 작업때도, 또 사건을 취재하게 되는 신문사의 마감시간 때도 드러납니다. 처음에는 어려운 단어들 때문에 머뭇거리지만 하나하나 정성들여 읽다보면 작가의 자료조사 범위에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알고보니 철저한 리얼리즘에 입각해 날카로운 관찰력을 발휘해서 글을 쓰는 작가라고 하는군요. 역시 괜히 그런 문체들이 나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세부적이면서도 디테일하고 현실적인 묘사들이 이야기를 더욱 활력있게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전 3권으로 구성된 레이디 조커의 시작을 알리는 1권의 속도는 그렇게 빠르편은 아닙니다. 주인공 다섯명의 이야기를 각자 해주고 있고 맥주회사와 관련된 사람들까지 모두 에두르고 돌아들어옵니다. 레이디조커라는 팀을 만들고 납치를 했으니 이제 갓 시동을 건 셈입니다. 

 

아마도 2권부터는 마구 달려자갈지도 모를 일이죠. 고속도로에 올라탄 기분을 느끼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지금 당장 시동을 걸고 기다리고 있는 이 차에 올라타야겠지요. 서두르십시오. 같이 달려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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