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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전화가 오면 경찰서로 달려가던 엄마의 뒷모습을 기억한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라는 거창한 말은 나에게 낯선 단어가 아니다. 이미 30년 이상 청소년상담일을 해오고 있는 엄마는 학폭대책위원회 회장으로 활동을 하고 청소년 선도에 오랜기간 애써왔고 초,중,고등학교 상담선생으로 봉사를 하고 있으니 어쩌면 익숙한 단어이자 때로는 나보다도 그들에게 더 신경을 쓰는 엄마에 대한 질투의 대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현재 상담선생들이 상주하는 학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에서 파견을 하거나 또는 경찰서나 법무부 담당으로 일을 하게 되는데 그때는 이미 늦다. 현실에서의 상담선생인 엄마의 역할을 책에서는 담임 강교민 선생이 하고 있다. 이런 담임은 안타깝게도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 말이다.

요즘의 아이들에게 '학교'라는 곳은 공부하는 곳이 아니다. 의무교육이니 가야 하는 곳이고 가서 부족한 잠을 자고 학원에서 내준 숙제를 하는 공간이 학교인 것이다. 물론 친구들을 만나러 학교에 가는 아이들도 있다. 그런 즐거움이라도 없다면 누가 학교에 가려고 할까. 왕따로 인해서 피해를 받고 있는 아이들은 그마저도 학교에 가지 않으려는 등교거부현상을 보이기도 할 것이다.

공부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공부는 노력과의 싸움이다. 공부는 결심과의 싸움이다.(179p)

자녀를 둔 부모들이 이 책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 '우리 아이도 설마?' 아니면 '우리 아니이 그럴리 없어.' 어느쪽일까. 하교시간에 보는 학생들은 굉장히 자유분방하다. 아무리 교복자율화라 할지라도 두발단속이 있던 시절에는 볼 수 없는 숙녀같은 긴 머리의 여자아이들도 자주 볼 수 있고 고등학생 주위에서는 새하얀 얼굴에 새빨간 틴트를 바른 입술의 교복소녀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학교폭력, 왕따, 학원, 성적, 교우관계. 모든 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빼곡히 모여있는 한권의 책은 솔직히 말하면 조금은 버겁다. 너무 많이 먹어 목구멍까지 꽉 차버린 곳에다 뭐 하나 더 넣는 꼴이랄까. 꾸역 꾸역 집어 넣다 못해서 밀려 올라오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현실이라는 것이 또 참 비극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어쩌다 이 모냥까지 이르게 된 것일까.

예전과 비교해서 달라진 것이 없을 뿐더러 오히려 세상은 더 빨라지고 더 독해지고 더 각박해졌고 삭막해졌고 그에 맞춰 이 현실을 살고 있는 학생들도 똑같이 변화했다. 결국 지금의 학생들이 더 무서운 것이고 더 힘든 것이고 더 괴로운 것이고 청소년 자살률도 해마다 높아가고 있다. 문득 오래전 보았던 영화 한편이 생각났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그 영화를 보면서 참 답답한 마음을 금할수가 없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그 영화를 지금의 학생들에게 보여준다면 그 아이들은 또 어떤 느낌으로 그 영화를 볼까. 지금의 우리와 똑같다면서 동질감을 가질까 아니면 일등지상주의에 매인 그들의 이야기일 뿐 자신들과는 상관없다라는 생각으로 보게 될까.

돈이 행복이 아니라 마음이 행복이라는 거였어.(153p)

주위에서 난다 긴다하는 학생들이 없어서일까 아이들을 초단위로 가두고 공부하라고 채근하는 엄마들을 보지는 못했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자신들의 아이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되는지는 알지만 그 이상을 원하기는 한다. 조금이라도 더 잘되는 것을 보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것이 과히 나쁜건 아니지만 때로는 부모가 하지 못한 것을 자식에게 강요한다던가 아이는 다른 길을 가고 싶어하는데 그것을 바꾸려고 하는 부모들이 있기는 하다.

전부 쓸데없는 일이다. 본문에서도 강교민 선생의 말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자식은 당신의 소유물이 아니다.(230p) 그 '소유'라는 마음만 버린다면, 독립된 별개의 인격체로 대우해준다면 아이는 조금 더 잘 할지도 모르고, 자랄지도 모른다. 문득 궁금해졌다. 그렇게 학생들을의 마음을 이해하고 학부모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잘 키웠다는 강교민 선생의 아이는 어떨지 말이다. 왠지 모를 반전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만의 하나라도 그렇게 되지 않기를, 단 한명이라도, 올바른 아이가 있기를 빌어보게 된다.

엄마들이 일으키는 사교육 무한경쟁의 광풍은 '할아버지의 경제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라는 삼박자가 잘 맞아야 아이의 입시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경탄스러운 금언까지 만들어 내며 해가 바뀌고 바뀌어도 기세가 꺽일줄을 몰랐다.(41p)

- 리뷰어스 클럽의 도서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책을 무료로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