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지독한 슬픔의 끝에서 희망이 되어준 고양이의 글을 며칠전 읽었다. 또 고양이다. 정말 고양이를 소재로 한 책은 무무궁무진하고 끝이 없는 듯 하다. 고양이 장르를 따로 만들어도 좋겠다. 책의 장르와는 상관없이 그저 고양이가 소재로 쓰이는 책은 무조건 그 카테고리에 집어 넣는 것이다. 그것도 책을 읽는 새로운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

지난번 고양이와는 달리 이번에는 말하는 고양이다. 읽은 책 중에 말하는 고양이는 미미여사의 [미인]이라는 책에서 본 적이 있다. 말하는 고양이 '데쓰'는 오하쓰에게만 그 말이 들리며 오하쓰가 귀신이 저지른 일들을 해결해 가는데 있어서 큰 도움을 준다. 고양이는 영험한 동물이라고 했던가. 귀신과고양이는 떼어낼 수가 없는 존재이니 그렇다고 치자.

인터넷이 발달하고 모든것이 빠르게 진행되는 현대사회에서 말하는 고양이가 가당키나 한 말인가. 그래도 말한다. 고양이 시빌은 주인공 사라에게 말로써 이런 저런 지시사항을 내리고 그로 인해 사라가 절망하지 않도록 도와준다.

남자친구와의 관계가 어딘가 모르게 멀어지고 있다고 느끼는 사라는 평범했던 하루를 이보다 더 끔찍할수는 없을 정도로 망쳐버리게 된다. 중요한 프리젠테이션을 앞둔 출근길에서는 시간에 겨우 닿게 지하철을 탔지만 노트북이 든 가방을 두고 내렸고 그로 인해서 보드에 구시대적인 방법으로 설명을 하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자신이 쓰러져 버리는 바람에 엉망이 되고 만다.

병원으로 실려갔던 그녀는 그 이후로 휴가를 받게 되지만 남자친구의 바람을 확인하는 순간 배신감과 더불어서 무엇도 할 수 없는 지경에 놓인다. 영국엔 일때문이고 친한 친구도 가족도 모두 스페인에 있는 그녀는 어디 한 곳 마음 의지할 곳이 없지만 그래도 우연히 자신의 집에서 발견된 시빌에게 조금식 마음을 열게 된다. 고양이가 알려주는 위로는 어떤 것일까.

우리 고양이들은 수천 년 동안 삶의 길을 걸으면서 너희 인간들을 인도해왔어.

넌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지만 우리는 쉽게 포기 안 하거든.(166p)

쉽게 포기하지 않는 고양이들. 수백년전 고대 문명속에서도 고양이가 있었음이 그림으로 확인되는 것을 보면 고양이라는 종족은 오래전부터 이 지구상에서 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우리를 인도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양이 시빌도 자신이 사라를 입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양이에게 입양된 인간. 인간은 자신들을 먹이사슬의 가장 꼭대기에 위차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강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빌이 무언가를 하라고 하면 사라는 일단 태클을 걸고 나선다. 시빌이 시키는 것이 그렇게 만만한 미션은 아니다.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들은 아니다. 사람의 성격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겠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일단 먼저 생각을 해보게 될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시빌은 이런 말을 한다. 너희 인간들은 참 알다가도 모르겠어. 스스로에게 부과하는 제한과 장벽이 어찌나 많은지 원. 게다가 멍청한 심리적 장애도 많고 말이아. 너희는 정말 동물 망신은 다 시키고 다닌다니까.......(243p) 어물전 망신은 꼴두기가 시킨다고 했던가. 동물망신은 사람들이 시키고 다닌다는 시빌의 말이 마냥 웃기기는 하지만 딱히 반박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솔직히 말해서 사라의 이를 시빌이 면밀히 검사한뒤 인간은 육식주의자가 아니므로 채식주의자가 되라는 것이나 인간이 너무 많은 영양분을 가지고 있으니 하루를 금식하라거나 했을때는 반감도 들었다. 고양이 주제에 '지가 뭔데.'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딱히 시빌의 말이 전부 사실이라고 믿지는 않지만 한번쯤은 그대로 해보는 것도 좋을수는 있겠다. 자신이 영양과다라고 생각한다거나 고기를 너무 많이 먹었다거나 생각한다면 말이다. 누구에게나 대중적으로 갖다붙여서 생각할 수는 없는 부분이기는 하다.

또 하나 사라가 자신에게 주어진 기업의 일을 하면서 몰래 그 회사에 반대하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는 것도 거슬렸다. 어차피 자신은 그 회사의 일을 하라고 돈을 받고 고용된 것일텐데 그 회사의 정보를 이용해서 그 회사에 불익을 가져다 주는 일을 한다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의 생각대로 어느 한 기업을 반대하는 것은 개인의 생각차이므로 반대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스파이짓을 해가면서까지 그렇게 하는 것은 불공정한 행위 아닌가. 그 회사가 아무리 쓰레기 같은 회사고 환경이나 사회에 악을 행한다고 해도 말이다.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한 부분은 누구나 있을 수 있다. 그것이 사람때문이 일어난 일이든 자신이 하고 있는 일 때문에 생겨난 것이든 그 이유와는 전혀 상관없이 더이상은 내려갈수도 없는 절망에 빠지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그런 순간이 단 한번도 없다면 그사람의 인생은 가장 복받은 것이겠지만 그런 일이 자신에게 닥쳤을 때 어떤 방법으로 그 깊은 절망의 구덩이에서 기어 나올수 있을 것인가. 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지만 지금 이 시간 내가 스스로 나자신에게 말해주는 습관이 필요하겠다. 나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하고 싶다. 늘 행복하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