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아마 학교에서 의.식.주 세 가지라고 배웠을 것이다. 잘 곳도 중요하고 동물과 다르니 옷도 입어야 겠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먹을 것 아닐까. 물은 몇시간만 마시지 못해도 수분부족으로 죽음에 이를 수 있고 음식은 몇 주만 먹지 않아도 영양소 공급이 안되어서 죽을 수 있으니 가장 중요한 요소가 틀림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 가는 요소는 무엇일까. 때로는 병으로 죽을수도 있고, 나이가 들어서 죽을수도 있고, 사고로 죽을수도 있지만, 가장 끔찍한 것은 바로 전쟁일 것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른 종류의 개체들과 싸우는 것도 아니고 인간이 같은 인간과 대립을 하고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죽여야만 하는 것이 전쟁이다.

대체 전쟁은 왜 무슨 이유로 행해지는 것일까. 종교적인 문제나 자신들의 권력다툼으로 인해서 일어나기도 하고 말도 되지 않는 일이지만 한국 전쟁처럼 단지 지도자의 욕심때문에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전쟁들을 겪으면서도 사람들은 먹어야만 한다. 아니 이런 때일수록 오히려 더 잘 먹어야 힘을 내어 싸울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전쟁을 통해서 드러나게 되는 숨겨진 이야기들은 흥미롭다.

부대찌개라던지 미숫가루처럼 우리가 대충 알고 있는 이야기들도 있지만 새롭게 알아가는 것들이 많아서 더욱 재미나게 읽힌다. 군대를 다녀온 대부분의 남자라면 다들 한번쯤은 먹어 보았을 건빵. 이 유래를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이 '건빵'이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눈물젖은 빵'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토록 평범한 음식들도 유래를 알고 나면 다시 보이는 법이다.

전쟁하면 아무래도 가장 크게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 '세계대전'이다. 이 책에서도 세계대전에서 나왔던 음식들을 중점적으로 1장에서 설명해주고 있다. '분유'가 아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군인들을 위한 음식이었다니. 거기에 커피믹스 또한 인이들 때문에 만들어 내게 된 기호품이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발견이다. 아무런 생각없이 맛나게 마시곤 했었던 그런 커피까지도 전쟁중에 발명된 상품이라니 전쟁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 커피믹스를 마시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남게된다.

우리가 흔히 영화를 볼때마다 세트처럼 따라 붙는 팝콘도 전쟁이 유행시킨 음식이라고 한다. 인디언들이 주로 튀겨먹곤 파하던 팝콘. 처음에는 음식 취급도 못 받던 팝콘이 2차세계대전을 지나면서 급변화되었다. 전쟁때문에 설탕 공급이 중단되었고 모든 탄산음료나 껌들도 만들어 내지 못하게 되자 그 틈색를 파고든 것이 팝콘이었던 것이다. 이렇든 원래 있었던 음식이라 할지라도 전쟁을 겪으면서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음식들 또한 소개되고 있어서 하나씩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른 책들처럼 차례대로 읽어도 좋지만 목차를 보고 자신이 흥미롭게 생각하는 음식부터 찾아서 읽어도 재미는 줄들지 않는다. 그냥 생각없이 먹곤하는 초밥의 갯수가 '한 접시에 열개'인 이유를 아는가.  왜 같은 종류의 초밥이 쌍을 이루어서 다섯쌍이 놓여지는지도 미스터리다. 이 모든 과정이 전쟁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정말 깜짝 놀랄지도 모르겠다.

전쟁 때문에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음식이 생겨나고, 우리가 몰랐던 음식이 소개되고, 우리가 먹었던 음식들이 새로운 전환을 맞이하는 계기가 되지만 아무리 이야기가 흥미롭다 하더라도 이 지구상에서 두번 다시는 한국 전쟁같은 동족 상잔의 비극도 없었으면 좋겠고 세계대전 같은 거대한 매머드급 전쟁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음식의 발전은 다른 것을 계기로 전해져도 충분하지 않은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