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이름만 대면 한국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은 이 분이 누구인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알 것이고 또 그 절반은 이 작가의 책이름을 알것이고 또 그 절반은 아마도 이 작가의 작품을 한번이라도 읽은 적이 있을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해 보는 바이다. 내가 이 작가의 책을 처음 읽은 것은 그렇게 유명했따는 태백산맥도, 한강도 아니었다. '허수아비춤' 이라는 책으로 처음 접했는데 내용 자체가 기업간의 일이 그려져서 나와는 잘 맞지 않는 이야기야 하면서 그냥 읽고 지나갔던 기억이 있다. 회사라고는 대기업에 다니지 않은 내가 기업간의 생리를 알리도 없고 1억만 되어도 많은 돈이라도 생각하는 내게 책속에서 몇백억을 물론이고 몇백조까지 나오는 통에 조금은 심통이 났던 것도 사실이다. 정치를 좋아하지 않고 않고 관심도 그렇게 두지도 않지만 굳이 따지자면 약간은 보수적인 정치성향을 가진 내게 있어서 작가의 이념은 약간은 범접하기 힘든 점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나온 '정글만리'라는 책도 신문에 떠들썩하게 광고를 하고 각종 미디어에서 1등으로 팔리는 소설이라 해도 거들떠 보지도 않았는데 우연찬게 기회가 되어서 읽게 된 이 책은 내가 외면한게 미안할 정도로 재미있었다. '허수아비춤'처럼 기업간의 이야기를 다루고 돈도 몇십억씩 나오지만 굳이 그부분에다 초점을 맞추지 않아서 더 재미가 느껴지고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간의 이야기를 그려 놓아 현대판 삼국지를 읽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왜 사람들이 많이 사서 보는지 왜 잘팔리는 책이 되었는지 확실히 이해가 간다. 거의 400페이지에 해당하는 1권을 딱 두번에 나눠서 읽었다. 주중에는 별로 읽을 시간이 없어서 잘 안 읽는 편인데 밤을 새 가면서 새벽녁까지 읽었다. 아마도 이 책을 처음 읽으면 누구나 다 그렇게 될수 밖에 없으리라고 장담할수 있을 것 같다.  

 

종합상사에서 일하는 전대광과 한국에서 쫓겨온 의사 서하원의 만남으로 이 책은 시작된다. 중국에서 유행하는 성형수술의 바람으로 인해 의사들의 수요가 늘어나고 그렇게 한국에서 실력있는 의사를 데려왔구나 하고 생각되어 질 무렵 왜 서하원이 중국으로 오게 되었는지가 드러나고 그러므로 인해서 중국은 도망갈수 밖에 없는 땅인가 하고 의심이 들 무렵 그의 능력은 인정할수 밖에 없는 정황이 만들어진다. 경영을 공부하라고 보내 놓은 전대광의 조카는 여자 때문이긴 하지만 자신이 하고자 하는 중국 역사 공부를 하겠다고 나서고 중국에 주둔해 있는 한국과 일본기업은 서로간의 기 싸움으로 일을 수주하려고 경쟁을 한다. 이 모든 것은 중국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당연히 중국이 개입이 되어지고 일차는 일본의 승리가 된다. 그렇지만 기업의 일이라는 것은 짧게 볼수 없는 것이고 길게 보아야 하니 한국기업이 또 어떤 반격을 칠지 2권을 기대해봐야겠다.

 

여기서 극명하게 다른 것이 있다. 중국에 진출한 일본기업은 자신들의 우세로 인해서 중국어는 배우지 않는다. 필요하면 그들이 일본어를 배우라며 통역을 앞세우고 기업에도 통역을 할 직원 한명 정도만 중국인을 채용할뿐 그들과는 거리를 둔다. 반면 한국기업은 일단 일보다 중국어를 먼저 배우라고 직원들을 독려하며 학원비도 지원해준다. 중국인 직원을 먼저 채용하는 것은 물론 한국인 특유의 '정'이라는 개념을 내세워 그들이 중요시 하는 '꽌시'라는 것을 두텁게 만든다. 과연 중국이라는 넓은 전장에서 승리하는 기업은 어디일까.

 

책을 읽다보니 점점 중국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 늘어난다. 발전은 하지만 아직도 전통이 지켜지고 있는 그곳. 아는 친구가 중국인과 결혼할때 우리처럼 결혼식을 하지 않고 그들 전통대로 빨강옷 입고 왕커다란 꽃달고 한다고 촌스럽다고 창피하다고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친구가 아는 오빠가 막무가내 운전으로 인해 교통사고가 났고 그로 인해 죽었다는 소리도  들은 적 있다. 책에서 엉망인 도로를 보면서 그 기억이 동시에 났다. 전통과 발전이 공존하는 그곳. 정글과도 비슷한 중국땅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