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나에게 있어서 기준은 딱 두가지다. 재미있거나 재미 없거나. 그것은 비단 소설 뿐 아니라 어떤 장르에 있어서도 그 기준은 절대적인 소설이라고 해도 모든 책이 다 재미있지는 않으며 또 다른 분야의 책들이라도 딱히 재미가 없지는 않은 책들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길리언 플린이라는 작가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나를 찾아줘] 이 책 뿐 아니라 이번 책까지도 영화화  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는 작가의 책이고 읽은 사람들의 평도 좋아서 꽤 많이 오랫동안 여기저기에서 보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내 기준에서 보자면 그 책은 재미없는 책이었다.

 

주인공들의 캐릭터도 뚜렷하고 이야기의 플롯도 잘 짜여진 편이지만 왠지 모르게 나에게는 지루했고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았으며 그러함으로 인해서 페이지가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앞으로 넘어가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사실 어럴때에도 두가지 종류가 있는데 이야기가 너무 꼼꼼히 짜여서 내가 놓치고 간 부분이 뒷부분에서 밝혀지면서 어디서 놓쳤을까 궁금해서 돌아오는 경우와 너무 지루해서 대충 읽어서 다시 읽어야 하는 경우다) 뒤로 가면서 지루함은 조금 덜 해졌으나 그래도 한번 놓친 즐거움이 돌아오지 않아 그저 그냥 밋밋하게 남은 책이 전편이었다면 이번의 책은 그와는 완전 다르다. 정말 이 작가를 다시 볼만큼의 새로운 느김으로 이 책을 읽었다. 만약 이 책을 먼저 읽었다면 또는 이 작가의 전편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이 작가를 정말 뛰어난 작가로 꼽는데 주저함이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이야기가 다 풀어질만할때 되어서 다시 드러나는 이야기들. 꼬이고 꼬이고 꼬여서 정말 잘 풀어나가야만 하는 이야기들. 엃힌 실타래를 풀때 조심히 선 하나만을 죽 따라가야 하는 것처럼 그렇게 따라가야만 하는 이야기. 잘못 다른 길로 갔다가는 더 꼬여버릴수도 있다. 실제로 한번 잘못 추측하는 바람에 다시 길을 더듬어 원래 이야기로 돌아와야했다. 스릴러와 추리가 결합된 장르. 복합장르가 대세인 요즘에 아주 대중들의 입맛을 딱 잡는 선택이 아닐수 없다.

 

이야기는 현재와 그때 사건 당일날이 교차되면서 그려지고 있다. 지금 현재에서는 혼자 살아남은 리비의 이야기가 많고 그때 당시로 돌아가서는 엄마의 이야기와 벤의 이야기가 겹쳐지면서 그려지고 있다. 아들이 엄마를 죽이고 남은 동생 셋중에서 둘을 한꺼번에 죽여버린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벌어졌다. 결국 아들은 교도소에 가게 되었고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곳에 있다. 그 와중에 살아 남은 꼬마 리비는 서른이 넘었지만 아직까지도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이며 자신의 돈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자신이 무엇을 해서 돈을 벌수 있을까를 계획한다. 이때 자신의 오빠인 벤의 무죄를 주장하며 그 사건을 다시 구성하고 진범을 찾아보려는 클럽의 사람들이 리비에게 접근 해오고 그녀는 돈을 받으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생각하에 그 사건을 덥석 맡고 그 오래전 사건을 되집어 보기 시작한다. 한번도 보지 못했던 오빠를 만나고 그 오래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번도 만나지 않았던 아버지를 만나고 자신이 봉해두었던 옛물건들을 풀어보며 그녀는 서서히 자신의 오빠가 진범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날 자신의 머리를 염색한 것 때문에 엄마와 다투고 집을 나갔던 벤은 왜 집에 제 시간에 돌아오지 못하고 밤에 들어와야만 했으며 대체 그날이 되기전까지 엄마에게는 어떠한 일이 있었으며 같이 잠을 자던 세자매에게는 무슨 일이 생겼으며 왜 그 중에 둘은 죽고 리비는 살아 남아야만 했을까. 아주 어려웠던 그 시기에 엄마는 그러한 결정을 할수 밖에 없었고 아들인 벤을 살리기 위해서 엄마가 내렸던 결정이 과연 제대로 된 결정이었을까 하는 것은 결론적으로 보면 잘못 된 것이었지만 그때 당시의 엄마의 입장으로 보았을때는 어쩔수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한창때의 남자아이들. 그 아이들이 하고 다니는 짓은 요즘의 아이들을 보아도 엄청나다. 어른들도 말릴수 없을 정도로 비뚤어진 아이들. 그때나 지금이나 가장 무서운 때는 십대이며 그때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자신의 인생이 결정이 날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면 요즘의 십대아이들도 제대로 살아보려고 노력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익히 알던 등장인물이 아닌 새로운 등장인물이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점점 속도를 낸다. 레일의 끝에 매달려 곧 떨어지려는 롤러코스터처럼 악 하고 소리지를 일만 남았다. 오래전 그날 무슨일이 생겼었는지 진실을 알고 싶나? 그럼 준비하고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사실을 알고 나면 더욱 놀라움을 금하지 않을 수 없을것이다. 놀이기구를 다 탄후 나오는 한숨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