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드라마의 원작 소설 그리고 일본판 sex and the city. 이 책의 띠지에 적힌 광고문구이다.  요즘 어린 친구들은 모르겠지만 섹스 앤 더 시티라는 드라마가 나왔을때 비슷한 내 또래의 여자들은 조금은 열광하면서 보지 않았을까. 네명의 친구들이 꾸며가는 이야기. 그것도 마구마구 젊고 어린 여자들이 아닌 사회에서 어느 직위에 있는 그리고 또 저마다의 개성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고 자신이 살고 있는 환경도 다 다른 네명의 여자들의 이야기. 왜 그 이야기가 그리도 재미있었을까. 아마도 비슷한 시대를 살아가는 같은 성별을 가진 그래서 공감할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그래서 그랬던 것이 아닐까.  

 

이 책속의 이야기도 그 드라마와 비슷하게 흘러간다. 서른 즈음의 여자들의 이야기. 주인공은 한명이지만 그녀의 친구들을 통해서 더 많은 다양한 이야기를 늘어 놓고 주인공의 주변 분위기와 그녀가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서 느끼는 점을 솔직하게 늘어 놓는다는 점에서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다나베 세이코. '딸기를 으깨며'로 그녀의 책을 처음 접했다. 이혼녀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잔잔하면서 담담히 끌어가는 점이 인상적이어서 이혼녀가 주인공이었던 다른 책과 비교해 보기도 했었고 나중에 다시 읽을 책으로 구분해 꽂아두기도 했다. 그녀의 책이라길래 또 조금은 기대를 가지고 읽었다. 전작과 비교해서 이 이야기는 그보다는 훨씬 더 가볍다. 아무래도 아직은 결혼하기 전의 탐색기의 주인공이라서 그런지 여러 사람은 아니지만 각기 다른 남자들을 만나면서 이 남자는 어떨까 저 남자는 어떨까 하면서 생각하는 것이 유치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나도 그 당시에는 그랬을 것이다 하는 생각도 해보고, 그래서인지 전체적인 분위기가 밝고 위트가 넘친다. 일본어만의 특이한 비유부분들은 (뱀의 반죽음-결말을 짓지 않고 내버려 두어 상대방으로 어떻게 하지 못하는 뜻이라고 보충설명이 되어 있다.) 약간은 일본어를 모른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친절한 작가의 설명으로 인해 이해할수 있다) 그런 부분을 제외한다면 그냥 쉽게 재미있게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서른 한살 동갑의 친구 요시코와 와다. 요시코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고 와다는 이번에 독립을 하기로 한다. 그리고 알고 지내는 친구, 마도카와 마사코. 보통은 와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일상적인 이야기들. 예전에 만났었던 옛연인이 갑자기 전화가 온다거나 아니면 회사에서 일 때문에 만나는 사람을 우연히 음식점에서 만난다거나. 또는 일부러 친구들끼리 모여서 여행을 간다거나. 그 나이대의 사람들에게 충분히 일어날수 있는 이야기들이 쉼없이 펼쳐진다.

 

그리고 여자들이 있는 곳에는 당연히 남자들이 빠질수 없다. 지금 사귀고 있는 사람들 또는 예전에 만났던 사람들 도 새롭게 만나지는 인연들. 결혼이라는 걸 하기 전 결혼적령기의 여자들은 끊임없이 남자를 생각하고 재어보고 자신의 남편감으로 어떠할지 생각해보고 그렇지 않다 싶으면 다른 사람을 찾아서 떠나기도 한다. 물론 모든 여자들이 틀에 박힌 듯 그렇게 행동하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의 여자들이 그렇지 않을까. 그러다가 시기를 놓쳐서 결혼이라는 걸 못하게 되기도 하고 또는 정말로 사랑이라는 것을 못 찾아서 결혼을 못하게 되기도 하고 또는 자신만의 주관에 의해서 결혼을 하지 않기도 하고 또는 결혼은 했지만 행복하지 못한 경우가 있기도 하고 그래서 다시 싱글이 되기도 한다.

 

여자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지만 [딸기를 으깨며]을 생각을 많이 하면서 다시 한번 생각하며 읽었다면 이 책은 조금은 부담없이 편한 마음으로 읽을수 있겠다. 그리고 비슷한 나이대의 여자들이라면 어쩜 나도 이래 하면서 훨씬 더 공감을 하면서 읽을수도 있겠다. 그리고 와다가 독립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을 했었던 가구 침대. 그 침대의 본래의 목적까지도 이해할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