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그랬다. 달달한 연애사가 궁금해서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고. 나 역시도 처음엔 그런 생각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작가에 대한 아무런 정보없이 그리고 이 이야기가 공항의 품격이라는 책의 후속이라는 책에 관한 아무런 정보없이 그저 제목만으로 봄이 지나가는 이 마당에 남의 연애사가 궁금해져서 읽어봐야겠다라고 생각했었으니까. 그렇지만 내 판단은 아주 큰 미스였다는 것을 처음 장을 딱 넘기면서 부터 알게되었다. 아니 첫장 이전에 맨 뒤에 있는 역자의 후기를 보니 번역가는 이런 종류의 책을 일본에서는 샐러리맨 소설이라고도 불린다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달달한 연애는 뒤로 하고 아주 복잡한 회사이야기가 나올것임을 미루어 짐작할수도 있었다.

이 책은 그렇고 그런 연애이야기도 아니고 또한 어느 한쪽에만 치우친 회사이야기도 아니다. 단지 일반적인 아주 평범한 일개 회사원이 주인공이고 그가 일하는 조금은 특별한 곳 -공항이라는 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단지 하나 이해할수 없는 것은 왜 제목을 그렇게 붙였을까 하는 것인데 원제를 보면 전작의 공항의 품격2이라는 식으로 제목을 붙여 놓은 것 같다. 아포양2 라고 적혀져 있는 것으로 봐서 혼자 그리 생각했는데 아포양이라는 단어가 책 내용에도 가끔씩 나오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공항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부르는 통칭인 것 같다. 그래서 전작의 속편격이다 하여 숫자로 표현한 모양인데 번역이 되면서 전작의 품격이라는 말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좀더 연애에 관한 이야기다 싶어 그렇게 붙였는지 모르겠지만 연애 이야기는 아주 뒤쪽에 거의 끝날무렵에 막 시작되려고 한다. 나중에 3편격이 나온다면 그 책에 붙였으면 좋았을만한 제목이 아니었나 싶다. 새롭게 시작하는 신사의 품격이라는 드라마 제목과 비슷하게 해서 검색엔진에 자주 나올것을 노리기라고 했을까.

나오는 등장인물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책 뒷쪽에 미리 알려두고 있어서 캐릭터 잡아서 읽기가 아주 쉬웠다. 주인공인 엔도가 나오고 그의 바로 직속부하직원이 나온다. 주로 그 둘이 가장 많이 부딪치고 깨지고 싸우고 하는 사이. 같이 일하는 사람들 중에 그저 인식하지 못하는 한명의 여자가 나온다. 엔도는 그녀를 짝사랑하는 듯 하지만 좀체 속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오히려 나중에 그녀가 자기에게 스토커가 있다는 소리를 하자 그제서야 그녀를 생각해주는 척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달까. 정말 표지에서 설명하듯이 완전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임에 틀림없다. 그런 사람이 여자들에게는 인기가 없는 편이지만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면 완전 잘해주기도 할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임무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공항에 가면 여행사별로 데스크가 마련이 되어 있다. 그곳에서 자신의 여객들을 찾아서 항공권을 나눠주는 임무를 하고 있는데 어찌 보면 지극히 단순하고 쉬운 일인듯 보이지만 데스크에 나갈 사람을 지역별로 분류하고 또 늦게 오는 여행객들까지 책이고 공항에서 벌어지는 자신과 회사에 관련된 여행객들의 이야기까지 다 하나하나 챙기는 것을 보면 나도 나중에 그들의 여행사를 통하여서 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을 들게 만든다. 나는 주로 여행을 갈때 여행사를 통하여서 가는 편이긴 한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한번도 이런 여행사 사람들을 만난적이 없는 걸 보면 이런 이들은 단지 이야기속의 인물인걸까 아니면 일본사람들이라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든다.

공항에서 일하는 것은 상당한 매력을 주는 것 같다. 매일매일 그곳에 출근해서 일하는 사람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공항에 가는 일이 자주 없는 사람들에게 공항은 일반적인 의미라기보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일상적인 것 같으면서도 특이하게 느껴지는 것이리라. 어찌 보면 직업의 이면을 들여다 볼수 있는 기회도 될듯 싶어 공항에서 또는 여행사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에게도 시간이 된다면 한번쯤은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막연히 공항에서 근무하는 것이 좋아보여서 라는 생각은 아마 쏙 들어가지 않을까. 일은 일이고 회사는 회사고 매일 반복되는 일은 항상 지겨울 뿐이다. 그곳에서의 즐거움을 찾는 것은 일하는 사람들의 자유지만 즐거움을 찾는 것이 자신의 일을 사랑할수 있는 첫번째 조건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