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편한 마음으로 책을 보고 싶었다. 그냥 신변잡기적인 이야기 그러면서도 조금은 나를 재미있게 만들어 줄수 있는 이야기 그런 걸 원했고 스물여섯살의 작가는 내 입맛을 조금은 약간은 충족시켜주었다. 그렇지만 가끔씩은 냉소적인 또는 자조적인 웃음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긴 했다. 그 나이때는 모르는 그러한 인생이야기. 아마도 이야기의 주인공인 이주윤이라는 인물이 살다보면 한 십년쯤이나 그 이후에 아 내 생각이 그때는 그냥 어렸었구나 하는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

처음에 보는 책은 신선했다. 각 페이지마다 오른쪽 부분을 약간씩 남겨 흑백사진컷을 집어 넣었다. 그것도 한번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이 있게 넣었고 또한 그 사진들이 전혀 별개의 사진들이 아니라 같은 장소를 여러번에 걸쳐 나눠 촬영한 것이어서 책을 잡고 오른손으로 빨리 넘기면서 옆부분만 보면 왠지 짧은 흑백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받을수가 있다. 어렸을때 노트에다가 사람의 움직임을 조금식 나눠서 그리고 후루룩 훑어보듯이 넘기면 그 사람이 움직이는 것처럼 느끼는 것과 동일한 에니메이션의 기본원리다.

자신의 일상을 편하게 감성적으로 또는 이성적으로 가끔씩은 욱해서 적어 놓은 글들으 보고 있노라니 누군가의 블로그를 보는 듯하기도 하고 약간은 늘어져서 읽을수도 있다. 중간중간 나오는 단어의 선택이 아흥흥 하기도 하고. (사실 이런 단어는 전에 친했던 내 친구가 자주 쓰는 표현이었는데 이런 표현을 요즘 아이들도 쓰는구나 하고 생각하니 지금은 연락이 되지 않는 그 친구가 궁금해졌다) 서점에서 멋있어 보이는 남자를 따라가다 보니 그녀석은 욕을 달고 사는 고등학생이더라 그 녀석이 가는 동물원을 나도 쫓아가면서 소풍나온 아이들이 오리 꽥꽥하는 것을 보고 어른 엉엉 취직 씨발씨발 이렇게 적어 놓은 부분을 보고는 빵 터졌다.

 

책읽다가 혼자서 가끔 울기는 하지만 그렇게 웃어본 건 드문일인데 나에게 묘하게 웃겼다. 그부분을 사람들이 읽고 웃으라고 써놓은 글은 아닐텐데 어른이 된다는 것은 정말 엉엉 울만큼 힘든일이고 취직이라는 것은 욕이 절로 나올만큼 죽겠다라는 표현으로 쓴 것일텐데도 불구하고 탁월한 어휘의 선택이랄까 요런 맛깔나는 표현들은 어떻게 쓰는 것인지 상큼한 느낌을 받았다.

그렇지만 외롭다면서 결혼을 하고 싶다고 얘기하는 책속의 그녀, 그러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이상형은 어떻다고 말하는 그녀, 음식물쓰레기가 남는 것을 못 견뎌 집에서는 전혀 요리를 하지 않고 가끔 사먹고 대신 스타벅스의 커피를 마시며 안정감을 찾는 그녀를 보면서 과연 그녀가 결혼이라는 것을 해서 잘 살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애야 결혼은 현실이란다. 살아보고 나서 나중에 결혼 엉엉 지랄지랄을 외치지 말고 그전에 그 현실이 어떻다는 것을 알고 그 세계에 뛰어들라고 점잖게 충고하고 싶어졌다.

물론 표지에 책에 나오는 이주윤이라는 인물은 작가 자신일수도 또는 아닐수도 있다고 적혀 있으니 나는 차마 저자에게 그런 충고는 할수 없고 책에 나오는 그녀에게 앞에서 말한 그런 마인드를 가진 그녀에게 얘기하고 싶어졌다. 틀에 박힌 일상생활이 싫어서 무작정 자기가 맘에 드는 사람을 몰래 쫓아가본다... 정말 소설속에서나 가능한 일일까 아니면 실제로도 가능한 일일까. 항상 틀에 박혀 칸트처럼 정확하게 시간맞춰 행동하는 나는 그녀의 그 일탈이 약간은 궁금해졌다. 누군가를 몰래 따라가 보는 일이 실제로도 가능한 일인지 해보고 싶어졌다. 내 성격상 실천에 옮기는 것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