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스파이 가 주인공인 책이라고 밝히고 있어서 너무 뻔한 추리를 할수 있게 했다. 그렇지만 이 책이 최근에 나온 책이라 생각하면 곤란하다. 사실 이 책은 굉장히 오래전 그러니까 1960년대에 나온 책이고 그당시를 생각해서 읽는다면 과히 획기적인 스파이 소설이라고 할수도 있겠다. 처음에 스파이 소설이라는 설명을 봤을때부터 그렇다면 제목은 암호문이 아닐까 또는 스파이의 이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 생각은 여지없이 빗나가지 않았다. 아마 요즘의 소설이라면 한단계를 꼬고 한번 더 꼬아서 절대 알아맞출 수 없었으리라. 그만큼 사회가 다양해지기도 했고 세계가 넓어지기도 했고 현실이 팍팍하기도 하다. 옛날에 비해서 강력사건들은 더 자주 일어나고 내가 그 주인공이 아니 된 것에 하루하루 감사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요즘은 스파이가 아니라 내가 크라임 소설의 주인공 같다는 생각도 들게 만든다.

항상 거의 책의 앞부분이나 뒷부분의 역자 후기나 또는 저자 후기 같은 인사말을 먼저 보는 내게 이번 책은 특이했다. 후기가 무슨 몇개씩이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각각 다른 해에 쓰여지고 또 그만큼 많이 출판되었다는 뜻 같기도 해서 기대감을 더욱 상승히켜 주었다. 주인공은 베트남으로 일때문에 떠난다. 꼭 일때문은 아닌게 먼저 부임해서 일을 하고 있던 사람이 일년만에 일을 그만두고 일본으로 돌아오기로 했는데 사라진것이다. 그를 찾아야 한다. 주인공은 그녀의 부인과 불륜의 관계. 그렇다고 해서 그녀는 꼭 빼앗아 내것을 만들고자 하는 생각은 없다. 오히려 그가 있기때문에 그들의 관계는 더욱 유지가 된다고나 할까. 그래서 더욱 그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지금은 베트남에 여행도 많이 가고 하지만 그때 당시의 베트남 상황은 거의 우리나라의 한국 전쟁 당시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것 같다. 남북으로 나뉘어서 각기 미국과 러시아의 원조를 받으며 내전이 끊이지 않았던 시대. 그러니 스파이가 여기저기 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고 또한 누구 하나가 갑자기 없어진다 해도 죽었다고 생각할 뿐 그 이상의 무엇인가를 할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도 더이상의 상황의 진척이 없었는데 내가 도착해서 그의 행방을 찾으려고 시작하자 마자 또 다른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난다.

내 뒤를 미행하던 누군가, 내가 방향을 바꿔서 그와 자리가 바뀌자마자 총에 맞는 그의 모습을 나는 본다. 정말 그 총은 나를 죽이려고 했던 것일까. 카페에서 알지 못하는 여자를 만나 늦게 돌아온 아파트에서는 사무실 근처에 있던 다른 사무실에서 인사를 한 그가 또 죽어있다. 방은 엉망진창이 된 상태로. 도대체 누가 어떤 목적으로 나를 죽이려고 또는 나에게 있는 무엇을 찾으려고 이토록 혈안이 되어 있는 걸까. 정말 나는 전임자를 찾는 것을 그만두어야 하는 걸까. 그렇다면 모든것이 다 제대로 이루어지려나. 이야기는 처음부터 나와 함께 하던 사람의 이야기로 정리가 되어진다.

어떤 큰 사건이 있고 변화가 있고 그런것은 아니지만 시쳇말로 '쪼는' 재미가 있는 이야기이다. 나라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해서 그의 둘레를 맴돌면서 조금씩 조금씩 조여드는 그런 느낌. 결국 나는 그 느낌에서 탈출을 하지만 아주 약간은 그 뒷이야기가 더 궁금해졌다. 주인공인 내가 돌아와버려서 그 뒷이야기는 알수가 없겠지만 내가 떠나고 난 이후의 베트남의 이야기가 조금은 있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아니 그것을 노린 작가의 기술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함량표에는 고전과 캐릭터에 높은 점수를 두고 있다. 그만큼 캐릭터에 집중해서 보아야할 책. 오랜만에 고전다운 고전을 읽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