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한자어를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숨겨진 노래가 될수도 또는 슬픈 노래가 될수도 있겠다. 이 책은 슬플 비라는 한자어를 써서 슬픈 노래라는 제목으로 만들었는데 진주성이 왜 그렇게 당해야만 했는가에 대한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은 임진왜란 즉 임진년에 왜군이 쳐들어 와서 조선땅을 어떻게 엉망으로 만들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공간적배경은 말 그대로 진주가 중심이 되지만 주인공의 피난행적을 따라서 함안과 여러곳을 돌아다니기도 한다.

임진왜란. 그 네글자만 생각해보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이순신이다. 그리고 이순신하면 생각나는 이 유성룡 이정도랄까. 사실 여러 성이 있었겠지만 진주성 전투가 유명한지도 모르겠고 있었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국민들이 모르는 것이 다수일것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책은 진주성 전투에 얽힌 숨겨진 이야기를 알려준다고도 할수 있겠다. 이 책의 주인공은 크게 두명으로 나뉜다. 김해성에서 도망나온 서예원과 밀양에서 피난을 떠난 억술. 그 둘은 신분도 다르고 목적도 다르지만 우연히 만나게 되고 또 그이후에 서예원의 신분의 변화가 생긴 이후에 또 우연히 만나서 자신이 받았던 은혜를 갚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서예원은 실존 인물이고 그 당시에 실제로 진주성을 다스리고 전쟁을 이끌었던 사람이기도 하다.

김해성에서 도망 나온것 때문에 비겁한 사람으로 불리기도 하나 진주성 전투를 통해서 자신이 얼마나 그 성을 지키기 위해 또는 백성들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는가를 보여주니 작가는 이 책을 통해서 그의 일생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예로 하권에서는 제일 앞에 사진을 몇장 실어 놓았다. 육절각이라는 곳인데 동네 사람들에게도 서씨 재실로만 알려져 있을뿐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한다. 이 책을 보고 나니 그곳에 가보고 싶어졌다. 과연 이 사람이 어떠한 사람인지 직접 확인을 해보고 싶어졌다. 나도 모르는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 한국이 존재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비해 억술이라는 사람은 저자가 소설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 낸 주인공 같다는 느낌이 든다. 실제로 부록에서도 서예원을 비롯한 다른 양반들의 이름은 나와 있지만 이 책은 소설이다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을 봤을때 명백히 그러함에 틀림없다. 왜놈들이 쳐들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전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 아들과 함께 밀양에서부터 피난을 떠난 그는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자리를 잡지만 아주 오랜 시간 공을 들여 그를 속인 사람들에게 휘말려 사기를 당하고 만다. 그런 사실 조차도 그곳을 떠나서 진주성으로 온 후에야 알게 되니 이 무슨 아이러니 한 일일까. 아마도 직접 그를 속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면 그는 그 이후로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알지 못했으리라.

억술의 이야기가 중점이 되어서 이야기가 계속 펼쳐졌다면 훨씬 더 재미나는 이야기가 많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두사람의 이야기가 교대로 흐르면서 긴장감을 나타내고 또한 신분의 차이를 나타내고 해서 재미있는 소설이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역시나 전문적인 작가가 아니랄까 읽는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은 그닥 강하지 않은 편이다. 또한 소설이라는 자을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나이나 아니면 시간이나 같은 세세한 설명들은 주석을 달거나 또는 무시해도 좋았을만한 것인데 너무 세심함을 살렸달까 아니면 너무 역사에 초점을 맞추었달까.그럼으로 인해서 읽는 맥이 뚝뚝 끊기는 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다. 서예원이라는 사람의 동네에서 나온 인물들 중 유독 유명한 사람들이 많다. 이순신도 유성룡도 그리고 한석봉도 다 같은 마을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행적만 가리워져 있다는 것은 조금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고 이 책을 통해서 그의 이름을 한번 기억하는 계기가 되었다.

임진왜란은 일본이 조선땅을 발판으로 삼아 명을 치려고 하기 위해서 생겨난 전쟁이다. 그리고 처음에 진주성에서 대패한 그들은 이후 많은 시간이 흐르고 후퇴를 결심하면서 다시 한번 진주성을 치게 된다. 어차피 자기네들이 져서 물러나는 전쟁. 왜 그들은 그러한 비겁한 방법을 생각했을까 그리고 왕은 또 왜 그리 무모하게 꼭 성을 지키라고 명령을 한걸까. 좋은 지도자가 있어야 백성이 피곤치 않은 법인데 몇백년이 지난 지금도 지도자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하여 국민들만 고통을 당하는 것을 보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 느끼는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