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몇년전 tv에서 했던 다큐시리즈 중에 <차마고도>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중국과 차는 떼어 생각하기 어렵죠. 티베트 사람들은 고산지대를 몇달 일정으로 당나귀를 끌고가서 맛좋은 중국차를 사오곤 했습니다. 근데 티베트는 워낙 가난하다보니 차를 살 돈이 없었는데 중국은 전쟁에 필요한 좋은 말이 없었죠. 그리하여 티베트는 튼튼하고 좋은 말들과 차를 맞바꾸는 우(愚)를 범하게 됩니다..송나라때 이야기입니다.결국 그들은 그들의 말을 타고온 중국의 속국이 될수밖에 없는 운명을 맞이하게 됩니다.
뭐 이런 얘기들이 티베트의 차마고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데 그때 티베트에 반해 버렸습니다.그냥 한번 꼭 가보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차 덕분에 부와 강한나라를 가지게 되었던 중국도 근대에 오면서 다시 한번 그 차 때문에 전쟁까지 가게 되죠.

아편전쟁...

중국 차에 홀딱 반한 영국인들은 차없이 살수 없게 되었고, 결국 중국인들에게 아편을 팔기 시작하여 아편과 차를 바꾸게 되는 웃기는 일들이 일어나고 열받은 중국정부는 아편금지령을 내리지만 아편에 중독된 중국인들을 말리기엔 역부족이었죠..그래서 벌어진 영국과의 전쟁.

모두 차 때문에 이루어진 일들입니다.

어떤 나라는 차를 얻으려고 하다가 망하고 어떤 나라는 차를 얻기 위해 전쟁도 불사하는...

 

티베트는 이제와서 독립하겠다고 연일 데모에 분신까지 하고 있죠...맛좋은 차를 마시고 싶은 욕망의 결과는 가혹하기만 합니다. 아무튼 중국에선 티베트에 차를 팔면서 너무 많이 재배되어 팔지 못해 발효된 차,우롱차가 나왔고, 좋은 차를 마시겠다는 일념으로 차를 가져가다가 상해버리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나는데 그 차가 바로 홍차가 된 아이러니한 역사적 사실이 재미있습니다. 우연이 오히려 새로운 역사를 만든다는 사실도 알 수 있습니다.

 

어찌되었든간에 척박한 고원과 히말라야를 끼고 있는 티베트는 찬란한 문명과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유럽이나 광할한 땅덩어리와 현대문화경제의 중심이된 미국과는 다른 제가 몰랐던 고대 역사의 중요한 한페이지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신비스러운 곳이었습니다, 적어도 제 눈에는...

 

지난 겨울읽었던 도서 중 후지와라 신야의 수필집이 있었죠. 편안하고 아름다운 사진과 글들이 좋아서 그의 책들을 찾아보다가 <티베트 방랑>이란 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인도방랑>이란 책으로 유명해진 작가는 8년간의 인도여행을 마치고 티베트 여행길에 오릅니다. 그는 사진 작가였고, 그 곳의 사진을 찍어 팔면서 여행을 계속해 나갑니다. 그런데 그의 사진은 일반적인 풍경사진과는 거리가 먼 생생한 티베트 사람들과 그곳의 풍광을 담고 있습니다. 그것은 그가 만났던 그 곳의 사람들, 동물들, 산들, 꽃들의 사진입니다. 그는 그 사진들과 그 곳에서 겪었던 일들을 이 책에 담담하게 써내려갑니다. 이 책은 1977년에 일본서 출간되었던 책이지만 지금의 티베트도 아마 그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가 만난 티베트는 흑백이었나 봅니다. 사진은 칼라지만 마치 흑백사진을 보고 있는 착각이 드니 말입니다... 너무나 먹을게 없어서 시체를 먹기 시작한 개들이 나중에는 시체만 먹게 되었다는 엽기스런 이야기가 시체를 뜯어먹는 개들의 사진과 함께 실려 있습니다. 근데 실화입니다. 맨날 뻥만 치는 히말라야 여행객 이야기나 고단한 라마승의 사진, 티베트의 어느 마을에서 만난 사람들을 찍은 증명사진들도 어울리지 않는듯 조화롭게 흐릅니다. 이 책은 다소 불교적인 색채가 있는 책으로 tv에서 보았던 <차마고도>의 티베트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 그려져있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또 티베트에 한번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곳에는 너무나 풍족해서 빈곤감을 느끼고, 너무나 많은 것을 가져서 더 허기진, 현대문명의 스마트함을 만끽하는 우리에게 한 템포 느리게 살아보라고, 자연으로 눈을 돌려보라고, 그냥 자연의 일부로 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그는 티베트에서 무엇을 보았을까요? 그는 왜 연이은 방랑을 했을까요?

 

인간의 본성은 결국 동물의 본성과 다른 것일까요?

승려의 깨달음은 특별한 것일까요?

문명이 없다면 우리는 사는게 힘들까요?

여행을 하면 힐링이 될까요?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하는게 행복할까요?

혼자 산다는건 외로운 걸까요?

가족이 있으면 외롭지 않을까요?

돈이 많으면 왠만한 어려움이 해결될까요?

신은 도대체 뭐하는 분일까요?

나는 왜 여기서 이리 분주하게 살고 있을까요?

 

그냥 덧없는 질문들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이런 질문엔 뻔한 답들이 있죠. 그런데 왜 이런 부질없는 질문들을 계속하며 살아야하는지..

 

방랑은 기본적으로 떠날 집이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입니다.

성경에서도 돌아온 탕자 이야기가 있습니다. 도대체 어디가서 뭘 했는진 몰라도 부모님 돈 다 까먹고 방탕하게(그러나 탕자 입장에선 방랑이죠...^^) 살다가 돌아온 탕자는 아버지 품에서 눈물을 흘립니다. 따뜻한 집에 오니 감격의 눈물을 흘렸겠죠...

작가는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있는 방랑자입니다. 자기가 벌어서 방랑을 합니다. 그리고 긴 방랑을 통해 자연과 하나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전 아무래도 양심있는 자급자족 방랑자는 힘들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번은 티베트에서, 히말라야에서 시꺼먼 산과 투박한 돌들을 밟으며 자연과 내가 하나되는 경험을 해보고 싶습니다. 그 곳에 가면 위의 질문들 따위는 다 필요없을 것 같습니다. 빌딩도 차도 없는 그 곳에서 그냥 바람을 맞으며 햇빛을 받으며 두 발로 꼿꼿하게 걸어보고 싶습니다.

돌아올 집이 있으니 내맘대로 방랑자가 되어 보고 싶습니다...^^

 

꿈은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