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릴 땐 죽음이 참 두려웠다.

죽으면 끝이니까..

엄마,아빠도 볼 수 없고, 이 세상도 끝이고.

 

나의 20대는 바쁘고 정신없이 돌아갔던것 같다.

많은 의문과 고민이 있었고, 그 때는 죽고 사는 문제가 백지장 차이가 아닐까 생각했다.

 

내 나이 30대.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고 이전의 삶과 너무나 달라져 버렸다.

아마 이때는 죽는게 간단하다고 생각했던것 같다.

죽으면 모든게 정리된다고 생각했다.

 

이제 불혹을 지나  40대 중반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세상과 내 자신에 휘둘리고 있다.

여전히 죽음은 두렵지만 힘들것 같진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중에 보게된 <8년의 동행>.

미치에게 진정한 종교의 의미를 알려주고 삶과 죽음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알려준 렙의 이야기는 나에게도 똑같이 적용된것 같다.

렙은 죽음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생명이 다하는 지점, 바로 거기에 신이 계시다네."

 

세상 속에서 점점 종교와 하나님의 존재가 희미해지는 미치에게 그는 또 이야기 한다.

"미치, 신앙이란 행동의 문제라네. 얼마만큼 믿느냐 하는 것뿐만 아니라, 어떻게 행동하느냐도 중요한 거야.."

나는 신앙이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내가 열심히 하나님을 믿고 그분의 말씀대로 따라 살려고 노력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흔히 만나는 교인들 때문에 상처를 받곤 할 때 그들의 신앙과 내 신앙이 틀리니 예배만 참석하고 조용히 지내면 되지뭐..

이런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신앙이 행동의 문제라니...

이럴수가...

이런 행동의 문제를 보여주는 사람이 바로 헨리 코빙턴이었다.

 

헨리는 젊은 시절 가난에 쩌들어 살았으며 마약과 도둑질, 온갖 세상에서 하지 말아야할 것들을 다 경험해본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에게 하나님은 계속해서 구원의 손길을 뻗고 계셨고, 그는 죽음의 문턱에서 극한의 공포를 맞보며 하나님을 받아들이게 되었던 것이다.

그는 하루만에 예전의 삶을 정리했다.

그냥 버렸다.

그리고 바로 하나님을 찾아갔다.

예배를 드리고 교회를 섬기다, 결국 가장 가난한 자들, 가장 외로운 사람들을 찾아서 그들을 섬기게 된다.

 

<내 형제는 내가 지킵니다: I Am My Brother's Keeper>

참 아름다운 이름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알았던 것이다.

세상 속에서 자신을 지키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또 그들에게 도움이 얼마나 절실하게 필요한지도...

 

렙은 세상 사람들에게 열린 사람이었다.

성공회 신부를 초청해 설교를 맡겼을 때 신부는 이렇게 말한다.

"랍비님은 정말 좋은 사람입니다.저는 이 분이 지옥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제발 예수님을 영접하시길..."

 

렙은 이야기한다.

"자신이 믿는 것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믿어야하지만, 자신이 모든 것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겸손하게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모든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나와 다른 것을 믿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해.." 

 

그렇다.

우리는 믿음이라 이유로 종교라는 이름으로 다른 사람을 얼마나 많이 공격하고 살았나...

과연 하나님이 바라시는 게 그런 것일까...

 

마침내 렙은 죽고, 그의 추도식에서 미치는 렙의 바램대로 추도사를 낭독한다.

그리고 미리 녹음해 두었던 렙의 음성이 나온다.

"하나님을 믿느냐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은 믿습니다.입니다.

사후의 삶이 존재하느냐에 대한 답도 역시 그렇다입니다.....

이제 저는 그 답을 확실하게 알지만 다 말씀드릴 수가 없군요."

그의 담담함이 좋았다.

그의 확신이 좋았고, 죽음 앞에서도 유머러스한 모습이 좋았다.

진정한 신앙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그는..

 

이제 나이가 나이니 만큼 가족 중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 보내야 하는 일이 가까와졌고, 많아졌다.

병으로, 사고로, 노환으로 여러가지 이유로 그들을 떠나 보낼 수 밖에 없고, 나 또한 그런 모습으로 떠나야 할 거다.

우리가 태어나면 누구나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데, 사는 동안 믿음을 가지고 사랑을 가지고 주위를 둘러보며 이웃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가야할 이유가 뭔지, 이 책에 있다.

또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여야할 이유도..

죽음의 그 지점에 신이 계시고, 우리는 또 새로운 시작을 맞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