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모가 뛰어났던 헬레네는 메넬라오스 남편을 두고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와 도망가서 트로이 전쟁을 일으켰고, 아가멤논의 부인 클뤼타임네스트라도 아이기스토스와 불륜을 저지르며 남편을 죽인 반면, 페넬로페는 20년 동안이나 남편을 기다린다. 오뒷세우스가 죽었다는 유언비어에 시어머니 안티클레이아가 죽고 시아버지 라에스테스마저 시골 농원에 칩거하자 혼자서 집안 살림을 도맡으며 아들 텔레마코스를 키운다. 그러나 108명이나 되는 구혼자들이 오뒷세우스의 재산을 탕진하면서 결혼하자고 괴롭히자, 시아버지 라에스테스의 수의를 짠 뒤에 구혼자들 중 한명과 결혼하겠다고 약속하고 낮에는 수의를 짜고 밤에는 풀기를 3년 했으나 하녀의 고자질로 그 일도 더 이상 못하게 된다. 남편이 돌아온 것을 모르던 그녀는 남편 오뒷세우스의 활에 시위를 얹어 12개의 도끼를 꿰뚫는 자와 결혼하겠다고 했을 때 거지로 변장한 오뒷세우스가 그 활로 과녁을 맞히고 아들 텔레마코스와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와 소치기 필로이티오스와 힘을 모아 구혼자들을 모두 죽인다. 페넬로페는 오뒷세우스와 감격적인 상봉 앞에서도 그를 시험한다. 오뒷세우스는 “ 천신만고 끝에 이십 년 만에 고향 땅에 돌아온 남편에게서 이렇듯 굳건한 마음으로 멀찌감치 서 있는 여인은 정말이지 이 세상에 누구도 달리 없을 것이오.” 라며 무쇠 같은 마음이 들어있다고 한다. 그러자 “ 에우뤼클레이아! 그이가 손수 지으신 우리의 훌륭한 신방 밖으로 튼튼한 침상을 내다 놓으시오. 그대들은 튼튼한 침상을 내다 놓고 그 위에다 모피와 외투와 번쩍이는 담요 같은 침구들을 펴드리세요.”라고 하자 특이한 구조로 침상을 만들었던 것을 오뒷세우스가 설명하자 그를 남편으로 받아들이며, 사악한 이득을 꾀하는 자들이 너무 많았기에 선뜻 반기지 못했다며 설명을 한다. “신들께서 정말로 당신에게 더 행복한 노년을 베풀어주신다면 마침내 당신이 불행에서 벗어날 희망이 있는 셈이네요.” 라며 오뒷세우스의 말에 대답하는 페넬로페. 어떻게 해서 그녀는 그렇게 지혜로울까! 남편이 없어서 힘들었을 때에는 남편에 대한 행복했을 때를 생각하며 꼭 돌아오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기다리면서도 그녀의 남편이 없는 빈자리의 마음을 무쇠로 채우지 않았을까? 마음이 풀어지고 자신의 인생에 대해 비참해만 했다면 그렇게 꿋꿋이 남편을 기다릴 수 없었을 것이다. 가족 외엔 모두 적이므로 마음을 주지 않고 무쇠처럼 단단한 마음을 가지고 대했어야 험난한 시간들을 이길 수 있었고, 죽었을지도 모를 남편, 하지만 살아 올 수도 있는 남편을 기다릴 수 있었을 것 같다. 또한 그녀는 지혜로운 여인이어서 무조건 거절한 것이 아니라 대안을 제시했고, 그 대안이 무너졌을 때에도 마지막 조건을 명조건을 내걸어서 남편이 얼마나 훌륭하고 용감한 영웅이었는지를 모두가 알도록 활을 쏠 것을 내걸었다. 남편은 쉽게 사용했던 그 칼을 그 어느 남자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 것을 보았고 그만큼 남편에 대한 신뢰가 깊었던 것 같다. 또한 아들도 잘 키워서 스스로 아버지에 대해 알아보러 떠날 만큼 나약하지 않게 키웠고, 아버지에 대해 자랑스러워 할 수 있게 교육을 시키지 않았을까?

계속 책을 읽으면서 내가 여자인지라 모르겠지만, 페넬로페에 대한 묵상을 깊게 해 보게 되었다. 나라면 과연 어땠을까? 딸이 2살 때 남편이 일본으로 공부한다고 먼저 떠나고 난 시댁에서 치과를 경영하면서 생활한 적이 있었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짠하다. 왜냐하면 마음이 아팠기 때문이리라. 뭔가 가족이 어떤 목적을 위해 떨어져 지내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고, 가정을 이루었기에 누군가는 돈을 벌어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에 시작한 치과개업으로 선뜻 같이 나갈 수도 없었고, 그것이 당연한 일인 양, 내가 현명한 아내인양 생활을 시작하였지만, 막상 남편이 없는 시댁 생활은 뭔지 모르게 힘들었고, 남편에 대한 존경심이 많이 사라지기도 하였다. 신앙적으로 더욱 성숙하였고 예수님의 것으로 마음이 채워졌었더라면 그런 마음이 남아있지 않겠지만, 어찌됐든 남편에 대한 서운함이 깊어진 때가 그 때였다. 1년 반의 짧았던 이야기이다. 그 후 나도 일본으로 가서 같이 공부를 시작하였기에. 그 이후에는 어떤 이유에서건 부부가 떨어져 생활한다는 것이 참 어리석다는 것을 알았고,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같이 있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일본에서의 생활이 길어진 이유도 되었지만 신앙적인 성숙을 체험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였다.

페넬로페는 계획된 떨어짐이 아니었고 운명적인 헤어짐이었지만 잘 참고 견뎠고, 남편을 만났어도 믿을 수 없어 시험을 한 것은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잘 표현해 준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이 무쇠인 채로 더 많은 시간이 지났었다면 삶에 대한 의욕이 많이 떨어지지 않았을까? 무쇠의 마음이 아닌 부드러운 예수님의 마음을 알고 있는 내가, 그리고 예수님의 나라를 사모할 수 있게 된 지금의 상황이 더욱 감사하다.

오뒷세이아, 그리스로마신화, 페넬로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