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원의 아침편지(http://www.godowon.com/)' 구독자는 아니지만, 늘 들여다보는 것도 아니지만... 가끔 위안이 필요할때면 들춰보곤 한다.

 

  며칠전에 읽은 이 글이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은 이윤,

  '나를 한번도

   나를 제대로 사랑한 적이 없다.'

  라는 문장 때문였다.

 

  내게 필요한 것을 구입하고,  나를 위한 여가활동과 시간을 투자하고, 나를 무시하지 않게 품위유지비? 들이는게,

  그게 나를 사랑하고 지키는 길이라 여겼다.

 

  그러나 찬찬이 읽어보니

  제대로 나를 위한 적도, 충분히 나를 챙긴 적도, 살뜰히 나를 세운 적도 없슴에 화들짝 놀랬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다가 아님을 늘 잊고, 물질적으로 그럴싸하게 해줘야

 위하고, 챙기고, 세워 주는 ?길인냥 여긴 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그래서 그 순간, '일시정지' 상태가 됨으로써 나를 돌이키며 나를 위해 어떻게 대처했고 위로하며 일으켜 세웠는지를 곰곰이 떠올린 시간이 됐다.

모든 상황에서 놓여 난 그때, 오로지 나를 거울 비추듯 들여다봄으로써 '이제사 봤니?' 알아봐준데 대한 위안과 고요가 찾아왔다 할까? 그래서 가끔은 챙겨 본다.

 

그러다 책이 나온 사실을 알았다.

아침편지와는 다른, 작가의 마음 곁으로 조금은 다가 설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펼쳤는데 이 책을 보는 내내 내 주변을 돌아보게 됐다.

집과 회사를 오가느라 종종 걸음치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아파트 화단 주변에 핀 꽃들을...

파릇하게 솟아나는 새싹들을...

쌀쌀하다며 웅크려지던 내 어깨를 활짝 펴게 만든, 자연이 내는 기지개 소리를 그제사 보고 듣게 된 거였다.

집에만 있다가 직장을 다니면서 바뀐 생활패턴은 모든 걸 뒤흔들어놨다.

조직체가 주는 양면성을, 타인보단 내 것이 우선인 자들의 이기적인 잣대를,

내가 가진 지위를 이용해 찍어 누르려는 여유토강(茹柔吐剛 : 부드러우면 삼키고 강하면 뱉는다)의 모습들을.

그 속에서 '이 길인가벼~' 무작정 달렸는데, 내 영혼이 잘 따라오는지 잠깐 멈춘다는 인디언 얘기에 퍼뜩! 나를 멈춰 세웠다. 이게 아닌데... 싶어서.

법정스님의 무소유, 비워내기...

따라해보려 수차례 시도 했지만 욕심이란게 나를 위한답시고 번번이 치켜들곤 했다. 그래서 늘 실패했다. 실천하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온몸으로 절감했다.

가득 찬 그릇엔 채워주고 싶어도 채워 줄 수 없다는 걸,

쓰레기를 모아만 놓고 버리지 않고 놔두면 썩은내 난다는 걸,

컴퓨터 쓰레기통에 잔뜩 버려 놓은 이미지며 파일찌꺼기들을 비우지 않으면 버벅거릴 날이 온다는 걸,

그걸 우리는 너무나 잘 알지만 머릿속 생각이 행동으로 옮겨지기까진 왜그리 어렵고 더딘지 모르겠다. 알고도 모를 일이다, 나또한...

현대를 사는 사람들은...

너무 많이 알아서 탈이다. 말로써 못 해 낼 일은 없어 뵌다.

하지만 실천 돼 드러나는 일은 몇 안된다. 행동이 말을 따라가지 못함은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자면 가랑이가 찢어지는 격여서일까?

마음이 찌들었다고 느껴질때

마음속 울분을 토해 낼 길이 없어 막막할때

무작정 밖으로 나선다.

자연이 주는 위로가 얼마나 큰지

묵묵히 내어주는 품이 얼마나 포근한지

맘껏 투정 부려도 나무라지 않는 받아줌이 얼마나 응석 부리게 되는지...

자연과 마주하면 느끼게 된다. 그래서 마음이 놓인다.

불편했던 마음 속 찌꺼기를 자연속에 놓아두고 옴으로써 내가 편안해짐을 느낀다. 자연은 내게 그런 의미다.

?

저자의 말처럼 일상속 쳇바퀴에서 잠시나마 놓여 날 필요가 그래서 있는 것 같다.

시간에 쫓기면서 바뀐 것 중의 하나가 촬영이다.

예전엔 정성들여 내가 원하는, 대상을 뚜렷이 담을 수 있는 구도와 각도를 찾으려 숱하게 노력했다.

사진작가들의 전시장과 책을 참고서 삼아 마음을 담아 그 대상을 표현하려 애 썼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대부분이 핸드폰으로 순간촬영한 사진들이다.

노력과 마음이 담기지 않은, 말 그대로 순간포착인 셈였다.

작가의 혼이 담긴 시선으로... 그래서 뜨끔했다.

무엇을 어떻게 놓쳤는지, 매달려 집착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순간순간의 고민과 문제들에 어떤 답을 찾아 해쳐나갔는지

그것을 점검하게 만들었으니까.

어떤 가치를 찾느냐에 따라 답은 전혀 다를 수 있슴을 말이다.

겨울 느즈막히 두물머리를 찾았을때의 이 풍경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잔잔한 수면 위로 모든 걸 투명하게 비춘 모습에서 거짓이 없는 자연을 대하며 내가 발가벗겨지는 느낌였다.

멈춘 시간이 주는 아늑함에 투닥투닥 빨리빨리~ 쫓기듯 달리던 일상의 찌든 느낌에서 벗어났다.

저자가 말하는 명상은 너무나 바쁜 환경속에 놓인 우리들을 잠시 멈추게 하는 한 방편이지 싶다.

내가 어디로 가는지, 제대로 찾아 가는게 맞는지 헤매며 방황하기 않도록 말이다. 그렇게 나를 멈춰 세울 수 있는 영혼의 멘토, 뭐가 됐건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