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친구는 용돈이 많대.

그래서 나, 천원 줬어!"

 

기가 막혔다.

초등학생 2학년 용돈이

하루에 만원을 넘다니...

자기가 다 못 써 준 건지,

절친 맺으려고 뇌물 준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남의 돈을

덥썩 받는 건 경우가 아니다.

그래서 돌려주랬더니

입이 대빵만해졌다.

 

"나도 아침마다 돈 줘, 우리문고 가면 살 게 얼마나 많은데!

깨알만한게 물 만나면 커다랗게 부풀어 오른다? 그게 개구리 알이야.

라면도 있어, 그런데 쪼물딱 거리며 만들어야돼. 미역도 만들어 얹고 계란도 풀고 파도 쏭쏭~

립스틱 사탕도 있다, 빙빙 돌리면 엄마가 바르는 립스틱처럼 사탕이 나와.

뼈다귀는 비타민 덩어리래, 뼈 쑥쑥 큰다니까 반드시 먹어줘야겠지. 그리고 또..." 

 

그런데 학교에선 돈이나 먹을 것, 갖고 놀 것 등을 챙겨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다.

하지만 아이들이 그 말을 귀담을리 없다. 엄마가 모르쇠~ 할 수 밖에!

 

 

수아는 늘 엄마랑 전쟁중이다.

성장기 어린이에게 꼭 필요한 필수 영양소가 골고루 함유된 비타민 사탕을 불량식품이라고 혼내킨다.

맛만 좋은 막대사탕을 외계인처럼 징그럽게 입안이 퍼레진다고 죽어라 싫어한다.

음식 모양 지우개 세트를 종류별로 모을거랬더니 지워지지도 않는 지우개를 어디다 쓸거냐고 버럭댄다.

절취선이 있어 부드럽게 뜯기는 색깔별 메모지 수첩이 갖고 싶댔더니

집에 있는 건 수첩이 아니냐고 나무란다...

 

그러다 급기야 일주일에 천원씩 용돈을 줄테니 규모있게 쓰란다.

용돈 따윈 필요없다고 침 튀겨가며 마다했지만 소용 없다, 엄만 고집스레 천원을 용돈으로 쥐어준다.

어린 딸의 마음에 대못을 박고도 모자라 빗장을 철거덕~~ 걸어 놓고는 냉정하게 돌아선다.

 

"말도 안돼, 천원으로 살게 뭐 있다고~~~ 횡포야 횡포!"

천원은 오백원짜리 동전 2개다, 백원짜리 동전 10개이기도 하다, 오십원짜리 동전 20개 값이다.

십원짜리 동전은 100개가 모여야한다. 그런데도 과연 작은 돈이라 업신 여길 수 있을까?

 

 

수아의 마음과는 아랑곳 없이 용돈을 놓고 벌이는 엄마와의 대치는 팽팽하다.

하지만 눈물을 머금고 백기 드는 쪽은 항상 수아다.

 

"돈을 안 벌어 그래. 돈은 곧 힘이거든"

"엄마가 나빠, 아는게 더 많잖아, 그러니 이겨먹을 수가 없지!"

 

 

부글부글 끓지만 현실에 순응할 수 밖에 없다.

기왕 내게 주어진 일주일치 용돈 천원, 그래 이걸로 내가 사고 싶은 걸 얼마나 살 수 있을지 써볼까?

그렇게 해서 1, 2, 3.... 적어봤더니 당장 급한 것과 나중에 해도 상관 없는 것들로 나뉘었다.

거기에서도 엄마와의 타협으로 내 용돈이 아닌 엄마 돈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도 생겼다.

 

아이들에게 수아처럼 지금 당장 사고 싶은 것을 적어 보랬더니,

오잉? 이렇게나 많이? 그것도 값을 다 꿰고 있다. 얼마나 뻔질나게 문구점 앞을 서성였으면...

 

 

용돈보다 비싼 걸 사고 싶을땐 조금씩 나눠 모으면

일주일동안 아무것도 안사고 안먹어야한다는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았다.

집에서도 얼마든지 챙겨 먹을 수 있는 간식을 밖에서 내 돈 들여 먹을 필요성도 못 느꼈다.

 

돈을 쪼개 쓰는 법을, 쓸모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는 것을 몸으로 알아간다.

용돈을 받아 나누고 모으고 사용하면서 요령도 늘고, 계획성 있는 소비가 됐다.

 

 

엄마가 아무리 싫어해도 양보할 수 없는 취미를 위한 소비도 있다.

기념일에 내가 모은 용돈으로 선물할 수 있다는 뿌듯함도 생긴다.

 

 

"졸라서 산 것과는 느낌부터가 다를 것 같아. 내가 죽을 힘 다해 참고 외면해서 모은 돈으로 산, 내거잖아!"

"엄마가 가격을 비교하고, 살 물건을 적어서 마트 가는 이유가 다 있었네? 나도 그럴꺼야~"

 

돈은 물과 같아서 내 손에 들어온 듯 하지만 어느새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듯, 돈은 찰나를 누릴 순 있어도 영원은 없다.

그러니 돈에 매이기 보다 가치 있는 소비와 분배에 더 신경 써야 옳음이 아닐까?

 

 

다음주부터는 쌍둥이도 수아처럼 천원의 가치를 몸으로 부대끼며 꾸려가게 할 생각이다.

 

그동안은 아이의 요구에 마지 못해 조금씩 줬더니, 홀라당~ 바로 사먹고는 주머니 턴다.

떼써서 얻은 것의 가치는 그만큼 순간적인가 보다.

 

 

수아 엄마의 방식을 빌면 얼마간의 시행착오는 있겠지만

용돈을 안줘도 된다고 펄쩍 뛰던 수아가 차츰 변해간 것처럼

쌍둥이도 쓰임새를 조절하며 계획성 있는 용돈 관리를 하지 않을까... 기대 해 본다.

 

그러기 위해선 되고 안되는 것의 경계점을,

일단 준 용돈의 사용처를 캐물으며 잘잘못을 따지지 않을 것을,

스스로 문제점을 짚어가며 수정하고 보완할 수 있게 흐름 정도만 잡아줘야겠다.

 

"감시하지마, 나한테 줬으니까 내가 주인인거야? 자릴 뺏으려 들면 벌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