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소원 씨가 첫 시집 <슬픔만큼 따뜻한 기억이 있을까>(문학의 전당 刊)를 세상에 내놓았다. 박 씨는 이번 시집에서 표제작 ‘슬픔만큼 따뜻한 기억이 있을까’를 비롯해 ‘이별법’, ‘붉은 밤’, ‘자반고등어를 튀기며’, ‘즐거운 어머니’, ‘썪는 것에 대하여’, ‘지난여름 하노이 뒷골목을 걸어갈 때’, ‘겨울, 병실에서’ 등 63편의 시를 담았다.

 

박 씨는 ‘사람마다 상처가 서로 다르듯이/상처를 저장하는 저장고도 다르다’(‘슬픔만큼 따뜻한 기억이 있을까’ 中)고 이야기를 하면서도 ‘슬픔만큼 따뜻한 기억도 없다’(‘슬픔만큼 따뜻한 기억이 있을까’ 中)고 고백한다.

 

시집 속에서 그의 고백은 쓸쓸하지만 따뜻하다. ‘아버지가 마침내 생활비를 끊자/어머니는,/돈을 벌기 위해 서울행 기차를 탔’(‘실어증’ 中)던 일 때문에 실어증을 앓기도 했지만, ‘어머니의 야윈 목을 누르던/두터운 아버지의 손도 정말 용서할 것 같다’(‘투석’ 中)고 이야기한다.

 

‘…딴살림을 차린 아버지는 이복동생을 넷이나 낳았다는데 어머/니의 긴 기다림이’(‘즐거운 어머니’ 중) 상처로 남겨진다. 하지만 그 상처의 구근은 때로 원망이 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반성이란 이름으로 남겨진다. 박 씨는 ‘국어선생도/서예가도 못 되었지만 그러나/나는 이름도 모르는 시인이 되어/스스로를 반성’(‘너와 나’ 중)하고 있었다.

 

슬픔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기쁨이 된다는 말이 있다. 문학평론가 홍용희 씨는 “박소원의 시 세계는 ‘오래된 슬픔의 구근’에서 스며 나오는 생의 비린내로 온통 축축하고 어둑시큰하”지만 “그는 놀랍게도 ‘울음을 손질’하여 ‘사람들 사이에서 사람답게 살아가는 힘’과 미덕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설명한다. 바로 어둠의 역동성이 박 씨의 시를 뒷받침하는 힘이라는 게 그의 전언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