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배경이 IMF가 터지고 실직이 한창이던 2001년이 배경이다...

집에서 딸 상아랑 놀아 주고 있는 효준...그때 따르릉~~ 울리는 전화...

"상아 아빠??..큰일났어요!!! 상아엄마가 일하던 도중 피를 흘리며 쓰러져서  병원에 실려 갔어요!!!"

공포를 이기고 상아랑 서둘러 타고 온 택시...눈앞에 <응급센터>라는 네온불빛이 보인다...

서둘러야 한다며 발걸음을 재촉하는 생각과는 다르게 몸은 말을 듣지 않는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이 거칠게 고동치는 심장의 박동질....

한발한발 내딛을 때마다 가빠오는 호흡...
손바닥과 가슴에 배어 나오는 식은 땀...
놈은 걸을 때마다 몸 속에서 거칠게 포효하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보자...한층 더 포효하는 놈...

어지럽고 숨이 막혀와 도저히 엘리베이터를 탈 수가 없어서
벽에 기대 비상구쪽으로 천천히 한걸음 한걸음 발을 내딛는다.

"아빠..엘리베이터 안 타??"

"으응......저쪽...계...계단으로 가자..상아야..."

금방이라도 심장이 터져서 죽어버릴 것 같은 끔찍한 공포감이 밀려온다...

바삐 움직이며 웅성거리는 병원의 소음...
마치 귓전에 핸드 스피커를 대고 고막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대는 듯 머리속에서 요동치는 듯 하고...

코 속에 파고드는 약품냄새엔 짙은 죽음의 그림자가 배어 있는 것 처럼 자신을 덮치고 있었다...

커다란 바위가 가슴 한복판을 누르고 있는 느낌...
숨이 막혀 오고 온 몸이 식은땀으로 범벅이 됐지만...
효준은 아내 걱정에 눈을 꼭 감고, 이를 악 물고, 계단 난간을 의지하며 한계단 한계단 오르고 있었다.

그렇게 몇 번을 쉬다..가다..쉬다..가다... 했을까????

눈 앞에 보이는 <분만장>이라는 팻말...

지나가는 간호사의 도움으로 담당 의사에게 안내되고 아내의 상황을 듣게 된다..

"전치태반(자궁입구를 탯줄이 막고 있는 상태)으로 산모와 태아가 위험해 빨리 수술을 해야 합니다..

 아기는 35주째인데 체중이 1.37kg으로 정상아의 반도 안되는 몸무게를 가진 미숙아라...

 폐부전증이나 패혈증....뇌출혈...망막이상에 심장질환이 올 수도 있고....
 자라면서 뇌성마비도 앓을 수 있습니다..

 제왕절개를 하면 산모와 아기, 둘다 살릴 수 는 있습니다.... 수술..하시겠습니까??"

"살려 주십시요....선생님..."

공부하겠다는 집념 하나로 효준은 전 재산인 5천달러와 갓 결혼한 아내 예린만 데리고 미국은 건너왔다.

영어 한마디 못하는 상황에서 남편 뒷바라지한다고
낯선 땅, 낮선 인종들만 있는 식당에서 하루종일 일하는 예린이게 효준은 한없이 미안하기만 했다...

그렇게 보내기를 4년....
예린의 고생에 보답이라도 하듯 효준은 당당히 대학에서 MBA 과정을 이수하고...
귀국과 동시에 증권회사 대리로 사회의 첫발을 내딛게 됐다...
일 년 만에 과장으로 괘속 승진...
그것도 모자라 고액의 연봉을 받고 국내 굴지의 증권회사 차장으로 스카웃 되었다...

이쁜 상아도 낳고...조그마한 아파트도 장만하고...둘째까지 들어서니 더없이 행복했다.

정리해고다...감원이다...실직이다...하는 불황 속에서  행복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한달 전부터 효준 앞에 놈이 나타났다.....

놈이 나타나면 가슴이 답답해져오고....심장이 날뛰기 시작했다....

서서히 밀려오는 두려움과 온 몸을 감싸기 시작하는 공포감....
숨이 막혀와 질식해 죽을 것만 같은 느낌....

몸 안에 숨어 살며 죽음의 공포로 몰아 넣고 있는 놈....대체 놈의 정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놈이 나타나는 횟수가 잦아지기 시작했다...

지하철에서...버스에서...회사에서...집에서...

얼마 전...집에서 나타난 놈은 더 강하고 공포스러웠다...

예린에게 살려달라고 필사적으로 외쳐댔지만....입만 벙긋거릴뿐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냥 숨 넘어갈 듯 컥컥 대다 자신도 모르게 기절했다...

눈이 떠보니 병원 응급실에 누워있는 효준...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예린과 상아...

X-레이 검사, 피 검사, 심전도 검사 등 여러 검사를 해봤지만 이상이 없다는 결과...

어떻게 된거지???

의사에게는 놈이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월 스트리트에서 M&A(기업인수 및 합병)건으로 들어온 의뢰...
성사만 된다면 회사가 한발 더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의뢰를 맡게 된 효준...

월스트리트에서 온 5명의 전문가를 앞에 두고 선 효준...

MBA 과정에서 수없이 반복해서 연습해온 가장 효과적인 브리핑 방법을 상기시키며 말을 하려는데...

그때 놈이 나타났다...

"오늘 우리가 여기 모인 것은...음..퓨.....퓨처.....퓨처테크사에 대한 분....분석 보고서를....
  여러분께...아니....여러분들께......."

놈이 고개를 드리밀기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찾아오는 말더듬이 시작됐다...

이어 가슴이 답답해지고 다리의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뜨겁고 황량한 벌판에 혼자 서 있는 것 처럼 아득한 느낌이 전신을 감싸기 시작했고...
언제나 그렇듯 자신도 모르게 쓰러졌다.....

그 사건 이후 불행이 연이어 닥쳐왔다.....
엉망이된 브리핑 덕분에 M&A 건은 다른 회사로 넘어가 버렸고 효준은 좌천됐다...

그리고 얼마 후 날라온 해고통지서... 

그때 쯤해서 걸려온 전화...

보증서준 친구녀석이 대출금을 갚지 않고 잠적했다며 효준에게 차압들어가겠다는 말.

이럴수가...평생 믿고 의지하며 살아갈 친구라 생각했는데....

기쁨으로 마련한 아파트를 경매로 넘기고 지하로 이사하던 날....

집에서 한발짝 나가는 것조차 두려웠다...아니 무서웠다...
집 밖으로 나간다는 생각만 해도 공포가 가슴을 짓눌렀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회사를 출근하며 무슨 분석을 하고 어떻게 보고서를 작성하겠는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임신한 예린이 무거운 몸을 이끌며 식당을 나가기 시작했다...
효준은 그런 예린을 보며 신문에 실린 의학정보를 스크랩해대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을 점점 흘렀고 예린은 지쳐갔다...
힘들게 일하고 들어왔는데 여전히 신문쪼가리만 오리고 있는 효준의 모습에 그만 폭발하고 마는 예린.

"이게 뭐하는 짓이예요!!!   
 맨날 방에 쳐박혀 고작 한다는 게 이거예요!!!!!
 이 썩어빠진 종이 조각들이 당신을 병들게 한단 말예요!!

 아직까지 모르겠어요? 이까짓 스크랩이 뭐라고 그렇게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거예욧!!!!

 이제 미친 짓 그만해요! 아예 일도 하기 싫은 모양이지!!!...이제 나도 지쳤어..지쳤다구!! "

"누..누군.....이...이러고 싶어..이러는 줄 알아..나..도 미치겠다구!!!!"

"이렇게 살기 싫어!!!싫다고!!! 정신병자하고는 같이 살기 싫다구!!!!"

무슨 병인지 추측은 하면서도 무서워 말도 못 꺼내는 효준....

중류층에서 졸지에 하류층으로 떨어져 버린 상황....

가장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효준은 일어날 수 있을까???

결말은 행복일까? 슬픔일까?

참....가슴 아프고 슬픈 가정사다.... 

왜?? 왜?? 내게...부단히 노력한 것 밖에 없는데....왜!!!!

그 동안 뼈를 깎는 노력의 결과로 이제 좀 산다~~싶었는데...
느닷없이 <공황장애>라는 정신질환이 찾아 오다니... 

어렵게 자수성가해서 성공한 사람은 자존심이 센가보다...그래서 남의 시선도 많이 의식하게 되고....

정신과를 찾아가 상담하라는 의사의 권유에 <정신병자> 취급한다며 화를 내고....

실업자가 되서 여러번 망설임 끝에 실업급여를 받으러 갔을 때도...
취업박람회에 참가했을 때도...창피하다고 뛰쳐 나오고 만다...

그러나 먹고 살아야 겠다고 만삭의 몸을 이끌고 식당으로 일하러 가는 예린을 보며...
늦은 밤 파죽이된 채 들어와 씻지도 못하고 그대로 잠든 예린의 모습을 보면서...
효준의 자존심은 꺾이고 만다...

이 상황에서 MBA이 뭐고...증권회사 수석 펀드매니져가 뭔가.... 

지하철에서 미니앨범을 들고 서 있는 효준....

"여....러분...아...안녕하십니까?.....애....앨범하나.......가지고...나왔습니다....

 소중한 ....가....가족사진이나 친구..여..연인 사진을 보관할 수 있는....이..앨범을 단 돈...처..천원에....

 천원짜리 한 장이면......여러분의  소....소중한....가..가족들의............................."

가족이라는 말이 입에서 튀어 나오는 순간 솟구치는 눈물.....
아내와 상아의 얼굴이 아른 거린다...효준은 눈물이 떨어지지 않게 안간힘을 쓴다....목이 메어온다..

"가..가족의...소중하고....아리따운....추..추억을 담을 수 있는...작은 보..보석상자가 단 돈 천원입니다..."

앨범을 몇 개을 꺼내들고 관심없다는 듯 냉소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사람들ㅜ사이로 
안감힘으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걸어가는 효준.... 

"하나 주세요...이 앨범 우리 딸애가 좋아할거 같네요.."

 "가...감사합니다...정말 .......감사합니다...."

그렇게 처음으로 손에 쥔 돈 천원....

지하방에서 새로 태어난 아들 녀석과 예린을 생각하며 한발한발 내딛는데 들려오는 라디오 소리....

"남편에게 용서를 빌고 싶어요...모든게 저 때문이예요.....
 그 사람이 그렇게 힘들어 하는 줄....몰랐어요...

 따뜻하게.. 감싸주고.. 용기를 줬어야 하는데....
 끔찍한 고통을 받고 있다는 걸..... 뒤늦게야 알았어요............

 그것도 모르고.......
 남편에게 입에 담지 못할 말로....... 남편이 가슴에...... 못을...... 박고 말았어요.........."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예린씨..."

".....저.....정신병자란 말을....정신병자와는.... 같이 살기 싫다는...... 말을 내뱉고 말았어요........." 

"........................"

"그 이에게 말해주고 싶어요.....미안하다고........정말 미안하다고.........그리고.......

 절대 용기를 잃지 마시라구요...당신 곁엔...
 당신을 너무나 아끼고 사랑하는 딸 상아와...... 아들 재성이..... 그리고.......

 제가 있다는 것을.....항상 기억해 달라구요..........."

 효준씨...당신을 정말 사랑해요....."

 
작아기는 아내 목소리 사이로....

효준은 앨범을 떨어뜨리고 주저 앉아 다리사이로 고개를 파었다....
그리고 소리죽여 울었다.....

가슴에 와닿게 읽은 책이라....
쉽게 구할 수 없을 정도로 조용히 묻힌 책이라....많은 부분을 요약했다.....

주어진 상황에서 열심히...가족을 위해 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