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년 생으로 <서부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작가.

1965년 <과수원지기>로 문단에 데뷔...

<로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이 히트하면서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작가의 최고 작품이라고 평가받은 작품이 <로드>다....
이 작품으로 2007년 퓰리처상, 2006년 제임스 테이트 블랙 메모리얼 상을 수상했다..

 

 

 

망해버린 지구...

첫장부터 끝장까지 암울한 현실에서 희망을 찾아 떠도는 부자의 모습만 주야장천 보이는 작품이라...
따로 요약할 것이 없다.

그래서 읽은 도중 느낌점을 내용과 곁들여 쓸까한다...

매카시가 이 소설을 구상하게 된 배경은 이렇다고 한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10살이 된 아들을 두고 있는 매카시..(대단하신데~)

텍사스 알파소 한 호텔에서 아들과 묵게 됐는데...
침대에서 잠든 아이를 보면서 창 밖으로 펼쳐지는 마을을 내려다 봤단다..

그러다 문득... '오십년이나 백년이 지났을때 이 마을은 어떻게 변할까??'라는 상상을 하게 됐는데...

산위에 불길이 치솟아 오르면서 모든 것이 다 타버린 이미지가 떠올랐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을 바탕으로 쓰게 된 소설이 로드란다.

 

그때 떠오른 이미지대로...

<로드>에 등장하는 지구의 모습은 홀라당 다~~타버린 지구의 모습이다...

그러나 언제...어디서...무엇을...어떻게...왜???에 해당하는 부연설명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이 없다...
그냥 탄 상태로 시작한다...

 

얼마나 뜨겁게 많이도 태웠으면...세상이 재로 덮힌 잿빛이다...

녹은 아스팔트에 사람이 탄 채 꽂혀 있고....
거리..도시..하늘...모~든 것이 재로 덮혀있어 보이는 것마다 잿빛이다....

칼라가 연상되는 장면...
먹을 것을 찾던 중 우연찮게 발견한 사과라든가...희망을 찾아 어렵게 도착한 해변도 마찬가지다...

빨개야할 사과는...바싹 마른채 단단하게 쪼그라들어 갈색으로 퇴색된지 오래됐고...

파랗게 출렁이는 물결과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밀려오는 파도가 연상되는 해변...

잿빛 물결과 느릿느릿 밀여오는 납빛의 파도가 수평선에 걸쳐 있는 스모그벽과 어우러져
더욱 을씨년스럽게 보일뿐이다.

 

칼라가 없는 이 잿빛만의 색채가...
새카맣게 타 온통 재로 덮힌 세계를... 인육까지 먹어가며 어떻게든 살아남겠다는 인류를....

더욱 더 암울하게 만든다..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직접 서술하지 않는 작가 관찰자 시점이다...

(책의 서술은...심심해서...할일이 없어서...
     그냥 무심히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방관적인 창조주의 시선같이 느껴진다.)

 

그래서 등장 인물들의 하는 대화와 행동만으로 그들의 심리상태를...
이야기의 전반적인 내용과 메세지를 유추해 나가야 한다...

그런데 그들의 대화는 너무 담담하고 짤막하기만 하다...

 

"우리의 장기 목표가 뭐죠?"                                  "연세가 어떻게 됩니까?"

"뭐라고?"                                                          "아흔이오."

"우리들의 장기 목표요."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

"그런 말은 어디서 들었니?"                                  "아무렴 어떻소."

"모르겠어요."                                                     "성함이 어떻게 됩니까?"

"어서, 어디서 들었냐구?"                                      "엘리."

"아빠가 말했어요."                                               "엘리 뭐죠?"

"언제?"                                                               "그냥 엘리면 안 될 거 있소?"

"오래전에요."                                                       "아뇨. 가죠."

"답이 뭐였는데?"                                                      -- 길에서 만난 노인과 대화 中 -

"모르겠어요."

"글쎄, 나도 모르겠다. 가자. 어두워진다" 

 

                                                   

거진 이런식의 짧은 대화다...어디 대화만 그런가?? 보여주는 행동도 똑같다...

먹고, 자고, 걷고...
어렵게 구한 음식 먹고, 추워서 오돌오돌 떨며 자고, 아무말 없이 계~속 걷고....

 

여기에 주인공 父子에 대해 자세한 설명은 둘째 치고...
몇 살인지...어떻게 생겼는지...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해서 일언반구 언급조차 없다...

아버지는 <남자>로...아들은 <소년>으로 표기할 뿐이다...

1, 2, 3권중 1.2권을 안보고 바로 3권 먼저 본게 이 내용이라고 해도 이상할게 하나도 없을 정도다...

그 정도로 이 작품은 전체적 부연설명에 인색하다...

 

그래서 그런가??

추위...배고픔...무서움 등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소설 속 절박한 상황이...

병에 걸려 이 험한 세상에 아들 홀로 남겨두고 먼저 죽어야 하는 아버지의 비통한 슬픔이...

절대적인 의지의 대상이며...유일한 말 벗이자 친구였던 아버지의 죽음이....
그리고 지옥과 같은 세상에 외톨이가 된 아들의 심정이...

 

내게는 그리 절박하게 와 닿지가 않는다...그냥 담담히 읽어 나갈뿐이다...

 

 

망해버린 지구.....

살아남은 사람은 신께 감사해야 할까??

추위와 배고픔....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 너덜너덜해진 심장과 날까로워진 신경들...

망해버린 지구를 다룬 영화나 책을 보면 항상 빠지지 않고 [실과 바늘]처럼 등장하는 소재.... [희망]

 

희망이 있는 것일까??

父子는 해변을 목표로 잡고 무작정 걷기만 한다....해변에 가면 희망이 있나?

모르겠다...책에는 이유가 따로 안나온 것 같다...

 

아빠의 아내이자 아들의 엄마인 여자는 자살을 택한다...
살아남은 현실이 너무 힘들다며...희망이 없다며...

아들도 희망이 없나보다(아들이 희망이라는 단어를 알까?)...아빠에게 죽고 싶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이해가 간다...

아들이 태어나서 지금까지...조금이라도 사는 재미라는 것을 느껴 봤을까???

아버지는 좋은 시절을 보낸 적이 있었기에...
추억을 회상하며...일말의 희망을 품고  힘든 삶을 이어간다 하지만...

아들은?? 

태어나자마자 느낀 것이라고는 추위와 배고픔이라는 고통뿐....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재미?? 재미가 뭐죠?..먹는 건가요? "

왜 이렇게 고통스러워 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의문이 들것이다....

죽으면 고통도 사라질까?? 엄마는 어떨까??....

 

그러나 아버지는 다르다....

희망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만....포기하지 않는다...

태어나 줄곧 잿빛 세상에 물들어있는 아들을 위해...
아들에게 이야기해줬던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숨겨진 많은 식량을 찾아도...숨어지내기 좋은 곳을 발견해도...

언젠가는....언젠가는 좋은 사람들을 찾을 거라고...희망을 찾을 거라고...아들에게 꼭 보여줄거라고...

그래서 편하게 안주하자는 아들의 달콤한 말을 뒤로한 채...오늘도 길을 나선다...

 

'아들아.. 우리는 불을 운반하는 사람들이란다...좋은 사람들이지.." 

"진짠가요. 불을 운반한다는게?"

"그럼 진짜지."

"어디 있죠? 어디 있는지도 모르잖아요?

"왜몰라. 네 안에 있어. 늘 거기 있었어. 내눈에는 보이는데."

 

 

사람이 다른 동물과 달리 월등한 문화를 이룩하고 발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불의 발견과 사용때문이었을 것이다.

불만 있으면 인류는 언젠가  다시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불이 곧 아이요...아이가 곧 인류의 희망인 것이다....

작가는 이말을 하고 싶었는지...
약간은 생뚱맞게 <우리는 불을 운반하는 사람들이다>라고 말을 꺼냈나 보다..

 

300P 분량에...작은 사이즈...짧은 대사처리가 종종 들어 있는 책이라 금방 읽힌다...

중간중간 인육을 먹는 끔찍한 장면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반복되는 행동과 짧은 대사처리 때문에 그리 재밌었다고는 말을 못하겠다....

그러나 "희망을 찾았을까?" 하는 궁금증에 단번에 끝을 보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나름대로 시간내서 한번 읽어보면 좋을 작품 같다..

 

그러나....

<성서>에 비견되는 역작이니....희대의 걸작이니...와 같은 광고성 맨트에는 동감을 표하지 못하겠다..

멸망한 인류의 세부적인 묘사부분은 인정을 하나...

그 속에서 희망을 찾아 떠돌아 다니는 부자를 묘사한 부분에서는 위에서 얘기한 것과 같이...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다...

 

잘된 영화든...드라마든...책이든...라디오든...뭐든간에...
보는 관객이이나...읽는 독자나...듣는 청취자가 이야기의 주인공으로서 동질감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나 슬플까??"....."나같아도 그렇게 했을꺼야!!"....."어떻해!!! 안되는데!!!" 는 식으로 말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는 달리...나는 높은 리뷰점수를 주지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