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할 필요 없이 편안하게....
그러면서도 뭔가 뭉클함이 느껴지는 따뜻한 소설을 읽고 싶었던 찰라에...발견한 작품이다...

표지에 적힌 홍보 문구가 맘에 들었다고나 할까???

 

보통의 사람들이 세상 살아가면서 일어날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

표지에 적힌 홍보성 문구를 보고 혹~~했다가 낚였다는 기분이 드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작품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잔잔한 감동....입가의 미소와 함께 한 쪽 가슴이 따뜻해지는 느낌....

그리고 무거운 엉덩이를 들어 나도 나중을(?) 위해 뭔가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빠져서 읽었다 .... ^ ^

 

 

이야기는 오토미라는 여인의 갑작스런(?) 죽음에서 시작된다...

 

남편 야쓰타는 아내 오토미가 정성들여 싸준 도시락에서 국물이 샜다며 투덜투덜 됐던 것에 대해
후회가 한없이 밀려왔다....

왜 그랬을까???

왜 오토미에게 인상을 썼을까???

왜 오토미가 싸준 도시락을 안 가지고 갔을까???

쓸쓸한 얼굴로 도시락을 안고 있는 오토미의 모습이 살아생전 마지막 모습이 될 줄....
몰랐다고 하면 변명이....될까.....

 

오토미가 갑작스레 죽고 2주가 지났지만 야쓰타의 생활은 여전히 엉망이었다....

오토미가 있을 때 몰랐는데 막상 없다보니 아내의 빈 공간이 너무 크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요리를 참 맛갈나게 잘했던 오토미....

 

그렇게 시체처럼 누워 오토미를 생각하고 있을 때 방문을 확 열렸다....

"으악!!! 냄새!!!!!!!!"

야쓰타가 뭐라 할 새도없이 노랑머리...
눈 주변을 은색으로 칠한 갸루화장에 살을 갈색으로 찐~~하게 태운 한 아가씨가 소리를 막 지르더니

코를 손으로 막은 채 문이란 문을 죄다 열어 집 안 환기를 시키고
너져분한 방을 막~~ 치우기 시작했다....

 

멍뚱멍뚱......(야쓰다)

 

이 요상한 아가씨는
오토미가 자원봉사 나갔던 리본 하우스(reborn house;알코올, 섹스 중독증 재활치료) 원생으로....

생전 오토미 선생님 부탁으로 온 이모토라는 아가씨였다....

오토미는 자신이 죽으면 49일 동안만  집안 정리...야쓰타씨의 밥...
법회같은 자질구레한 일 등을 도와 달라고 돈과 함께 부탁을 했던 것이다...

마치 야쓰타가 이렇게 엉망으로 생활할거라 예상이나 한듯이....

 

이모토는 야쓰타에게 오토미 선생님의 책상이 어떤거냐 물어본 뒤...
야쓰타가 가리키는 책상에서 한 권의 노트(단어장)를 찾아 들었다.....

 

<생활 레시피>

 

<리본 하우스>에서 오토미가 선생님으로서 원생들에게 가르치던 교재로.....

지금까지 오토미가 살아오면서 터득한 것들을 하나하나 기록해 놓은 것으로
그녀의 삶이자 보물과도 같은 거였다....

그 속에는 요리하는 법, 청소하는 법, 세탁하는 법, 미용하는 법, 기타의 항목들이 
일러스트와 함께 자세히 적혀 있었다....

 

이모토는 <생활 레시피>를 후루룩 넘겨 마지막 장을 찾아 폈다.....

거기에는 <장례식 날 레시피>와 <49일의 레시피>란 제목과 함께 해야 할 일들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선생님은요....
당신의 장례식날 법회보다 다같이 즐겁게 놀 수 있는 연회를 열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야쓰타가 괜찮으니 그만 가라고 했지만....

이모토는 야쓰타의 말이 안 들리는지 오토미 선생님의 부탁대로....<생활 레시피>에 적힌 대로....
부지런히 몸을 놀리기 시작했다... 

시체처럼 축....쳐저 있던 야쓰타의 등 떠밀며 목욕탕으로 밀어 넣고  "냄새나요...좀 씻어요..."

 

야쓰타 : "허어....이거 참...."

 

 

초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하지만 이 작품의 이야기 줄기는 한가지가 아니라 두 가지다...

하나는 오토미의 49제 대연회 준비 과정 ....
또 하나는 야쓰타의 딸 유리코(38세)의 가정문제....

 

딱 보기에도 이 두 가지 이야기가 한데 어우러지지 못할 것 같지만.....

결말에 가면 오토미가 적어 놓은 <생활 레시피>에 의해
제대로 어우러지며 여러가지를 깨닫게 해준다....

그 동안 가까이 있었지만 잊어버리며 살았던 가족애라든가....정이라든가....
뭔가 하려는 의욕 & 자신감이라든가...

 

남편 야쓰타...딸 유리코...제자 이모토, 하루미가 모여 오토미 대연회를 준비하게 되고...

메인 행사로 오토미의 지나 온 발자국을 되돌아 본다는 생각으로....

오토미가 만든 <생활 레시피>를 기본으로 한 오토미 사진들을 모아
연표(연대기)를 만들기 시작한다...

 

대연회 날.....

완성된 오토미 연표는 중간중간 이빨 빠진 듯 허전하고...

대연회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모인 사람들이 친인척이 다라 할 정도로 적었지만...

소식을 듣고 하나 둘 찾아 온
<리본 하우스> OB들에 의해 오토미 연표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차게 되고....

그 만큼 사람들도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북적북적~~~

오토미의 바램대로 음악과 춤이 어우러진 대연회가 벌어지게 된다...

 

'있는 듯 없는 듯 보였던 오토미가 이런 사람이었다니....'

 

눈에 들어 오는 문장....

"네 마음이 얼마나 쓸쓸한지는 잘 알아...
  하지만 그건 다른 누구도 채워주지 못하는 거야...
    네 연표의 빈 곳은 네가 움직이지 않으면 메우지 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