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 주변의 물건들, 매일 쓰는 것들도 있고, 가지고는 있지만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모르는 물건들도 꽤나 있다.

주변에 넘쳐나는 핸드폰, 다이러리, 연필, 색연필, 물컵 등 많은 사물을 매일 마주 대하고 있지만,

그것들의 이력에 대해서 사라지는 아쉬움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나는 있었을까?

 

[사물의 이력]에서는 사라지는 것에 대한 예의라는 첫번째 이야기에서,

백연전구, 버튼, 필름카메라, 디스켓과 카세트 리어카와 지게에 대해 이야기한다.

두번째 사물이야기에서는 동물을 닮은 것에 대한 고찰이라는 주제로 말밥굽, 마우스, 개다리 소반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도시의 일상에 뿌리내린 생산라인이라는 세번째 주제로는 컨베이어 벨트, 무선 호출기, 신호등, 교통카드,

CCTV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사물이야기 넷에서는 소재가 가진 함정이라는 주제로 고무신발, 양은냄비, 플라스틱 의자, 흙벽돌등에 이야기를 하고,

다섯에서는 숨겨진 디테일의 미학이라는 주제로 리모콘, 스마트 폰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사물이야기 여섯에서는 관계와 상호작용의 의미로 간판, 수저통, 개집, 지하철 시계, 이젤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서른개가 넘는 사물들을 지날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하나 애정을 갖고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생겨나게 된 배경에 대한 탄식을 표현할 수 있는 작가의 능력이 무척이나 부러운 책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경험이라는 것이 늘어나다보니 좋은 일도 싫은일도 감정표현이 조금은 절제되는 느낌을 받곤 한다.

그렇게 놀라운 일도 슬픈일도 없기 때문인데 저자처럼 주변의 사물을 통해서 마음을 느끼고, 소중함을 느끼며

소소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어떤 상황도 행복으로 받아 들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중에서 가장 마음이 가는 챕터는 '개집'이라는 사물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지금 가축으로 길들여지지 않은 동물은 애초에 가축이 될 수 없는 성질을 가지고 있었고,

개들은 개의 선조인 늑대 카니스 루푸스가 사람과 친구로 지낼 수 있는 쉬운 성향을 포함한 행동양식을

진화시켰기에 개와 인간이 함께 살 수 있었다고 이야기하며,

잘못한 사람에게 개를 넣어 욕하는 것도 조금은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하는 부분은 무척이나 공감이 됐다.

그렇게 개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며 개의 장례식이라던가 개집 디자이너도 사명감을 갖고 일한다는 이야기를 읽으니

그저 개집이라는 사물을 유래부터 관심을 갖고 있는 작가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고보니 주변에 있는 사물이 조금은 다르게 보이는 것 같다.

분명 시간이 지나 곁에서 없어진다면 그리워 할 물건들이 분명 나에게도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드니

곁에 있는 사물들이 그저 물건이라는 개념이 아니라 애정이 깃든 추억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저자처럼 모든 물건의 유래까지 찾아볼수는 없겠지만 곁에 있는 의미있는 물건들이라도 조금더 애정을 두고

아끼고, 추억하며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