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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 켄야는 "디자인의 디자인"이라는 저서에서 이렇게 이야기 했다.
보는 방법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달라보인다. 물을 담아놓은 컵을 가만히 오래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일상을 주의깊게 보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다르게 다가오고, 여러가지를 바꿀 수 있다고.

그런 그에게 현대사회의 도시는 지금 온갖 표현과 문화가 뒤섞인 끝에 균질화된 "회색"이었다.
그의 오랜 화두인 "소용돌이에 휩쓸리지 않고 본연의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하다 그는 "백(白)"을 찾아낸다.
그에게 있어서 "백(白)"은 미의식의 원점, 모든 것의 원점이자 종착역이었다.
이 부분이 나에게 있어 흥미로웠던 것은, 그가 이전 책에서 "음예예찬"을 예로 들면서 일본의 문화는 다르게 보면 검정색의 농담이 만들어낸다는 점에 찬성했다는 것이다. 음영의 농담을 받아들이는 것이 백의 공간이라고 한다면 할말은 없지만 말이다.

이 책은 색채로서의 백(白)을 다루지 않는다. 색이면서 색이 아니고, 공간이면서 공간이 아니다.
그렇기에 책은 "백(白)"의 종이를 다루고, "백(白)"의 공간을 다룬다.
종이로서의 공간 위에 타이포그라피가 존재한다.

그렇게 "백(白)"의 공간에서 책이 태어나고, 종이위의 감촉은 지식 외의 새로운 경험을 독자에게 준다.
무의 공간이 유의 공간으로 변하는 것이다.
그렇게 그에게 있어 "백(白)"은 채워야 하는 공간, 채워지는 곳이 되어 세상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백(白)"이란 중성적이면서도 자기 본위적이다. 그래서 더 변화무쌍한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