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수성이 예민하던 시절에 읽었기 때문인지 내 나이가 더 늘기 때문인지 흔히 명작이라 불리는 고전들은
우연히 제목만 보게 되어도 눈이 더 간다.
신간에 읽고 싶은 순서가 밀리긴 하지만 해마다 몇권씩이라도 꼭 고전을 읽어야겠다고 작정을 하고 있는 중인데
2010년 하고도 4월에 고른 책이 80일간의 세계일주다.
현대에 세계일주를 한다면 며칠이나 걸릴까? 대륙마다 한 국가쯤 찍고 오면 세계일주인가? ^^
현대엔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를 어디로 정할것인가 하는 취향선택의 문제겠다.
런던-수에즈-뭄바이-캘커타-홍콩-요코하마-샌프란시스코-뉴욕을 80일에 꼭 맞게 돌았는데
그 시절에 영국, 이집트, 인도, 홍콩, 일본, 미국으로의 여행은 어느 정도나 가능했던 것인지 궁금해진다.
필리어스 포그는 80일간의 세계일주가 가능하다는 말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저축되어 있는 전액 2만 파운드를 걸고 
내기를 한다.
열차와 선박의 정해진 시간표 대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포그 자신도 알았지만 그 누구도 동원하지 않을 방법으로 
내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세계 일주였지만 지구 한바퀴를 돌기 위한 일정이었을 뿐 관광도 여유도 없었던 여행을 위해
아무것도 아까워 하지 않았던 필리어스 포그.
감정도 내비치지 않고 필요한 말과 휘스트 게임만 즐기던 필리어스 포그와 함께 했던 세계일주여행의 진짜 묘미는
내기에서 이기는 데에 있지 않았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혹시나 이번엔 도착할 수 없는 사건이 숨겨져 있는게 아닐까 하는 기대를 하곤 했었지만
다 읽고 보니 목적한 도시에 계획한 시간에 도착할 수 있는지의 여부보다 더 재미있었던 것은
계획한 시간에 늦지 않게 가기 위해 시도되는 다양한 방법들과 엉뚱한 사건들 때문이었다.
그런 일들을 헤쳐 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중간 목적지의 아름다운 경치를 누릴 수 없었던 것보다
더 독특하고 재미있었다.  
그시절 그곳의 경치는 소설속의 꾸며진 설명 같지만 주인공들의 모험담은 그시절에 실제로 있었던 일인 것처럼
느껴진다. 아우다를 구출해낸 기적같은 이야기 마저도 말이다.
내기에서 이기는 것은 물론 명성과 생의 동반자까지 얻게 된 필리어스 포그의 여행을 흉내내는 사람들이
그 뒤에도 계속 생기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