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부슈카 할머니..
부활절 달걀 색칠하기가 모스크바에서 으뜸이라니~ 그렇게 꾸려가는 할머니의 삶이 아늑해 보여서 부러운 생각이 든다.
여유롭게 삶을 바라볼 줄 알고 감사할 줄 알고.
돋보기 안경을 바짝 갖다대고 내가 보아왔던 달걀과는 차원이 다른, 정교한 무늬를 채워넣는 할머니.
매일 매일 춥고 긴 겨울을 그렇게 보내는 할머니였기에 기적이 일어난 것이리라.
기적은 기적을 알아보는 사람에게만 이루어 지는듯 하니까.

눈보라가 그친날, 순록들이 할머니네 집 근처까지 왔다. 온통 눈에 덮어버렸으니까.
그런데도 할머니는 기적처럼 반긴다. 짐승들이 여기까지 찾아오다니!
할머니의 말이 기적을 부른것도 같다.

그때, 날아오르던 기러기가 눈밭에 떨어지고, 조심스레 기러기를 데려온다.
" 너한테 좋은 이름을 지어줘야 할텐데.. 우리 둘 다 마음에 드는 걸로.. 레첸카가 어떨까? "
레첸카는 감사라도 하듯 아침마다 하나씩 알을 낳았다.

뒤뚱뒤뚱 레첸카가 온 집안을 헤집는다.
할머니가 일하는 탁자 위로 폴짝~ 물감통을 엎고, 빗자루로 쫓았더니 달아나려다가 그만
할머니의 예쁘게 칠해 놓은 달걀들이 산산조각 나버렸다.

할머니도 레첸카도 슬펐다.
부활절 축제에 나갈 수 없게 되었으니..

부활적 축제에 쓰이는 달걀과 관련되어 그런지 이 기적을 주관하는 분이 따로 계시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무신론자인데.. ^^

기적은, 레첸카가 다음날 부터 낳은 달걀이다.
12일 동안 하나씩 할머니가 그렸던 것 같은 예쁜 알을 낳았는데 날마다 조금씩 예뻐지기까지 했다.

축제일이 되었고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차와 부활절 빵으로 정성스럽게 이별을 준비하는 할머니.

	아마도 네가 몹시 보고 싶겠지. 하지만 너는 들판에서 살아야 하는 걸... 기적이 일어나서 잠시 나한테 온 것뿐이지.  그러니 여기서 영원히 같이 살자고 해서 안 되겠지.
페이지 :

축제에서 상으로 받은 것은 깃털 이불이다. 할머니가 행복한건 따뜻한 깃털 이불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알을 보고 감탄했던 사람들의 칭찬 때문이기도 했다.

레첸카는 없었고, 할머니는 새 깃털 이불을 덮고 좋아하는 시를 읽다가 잠이 들었다.

욕심을 내지 않고 자연의 섭리를 받아들이는 할머니여서일 것이다.
레첸카가 특별한 선물을 남기고 간 이유.

"모든 것이 기적이구나"
할머니는 더이상 외롭지 않을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